성모(性毛)는 음성적인 털이라서 음모(陰毛)라고 하고, 수치스러운 털이라고 치모(恥毛)라고도 한다.
음모는 왜 돋아나는 걸까? 사연 많은(?) 음모는 땀의 증발을 촉진하고, 성행위를 할 때 마찰에 대한 완충 역할과 함께 외부의 이물질로부터 외음부를 보호하며 시각적으로 느끼는 성적 매력으로 성욕을 항진시킨다.
털이 나야 할 곳에는 나줘야 한다. ‘거시기에 털 없는 여자랑 자면 재수 옴 붙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속설이 있다. 진짜든 아니든 마치 비밀스러운 성 정보처럼 흘러 다니니 그곳이 민둥산인 여자는 성생활이나 성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열등감과 수치심에 시달린다. 대중탕이나 찜질방은 아예 갈 생각조차 못 하고, 첫 경험 때 남자가 뭐라고 할까 봐 결혼까지 기피하게 된다. 결혼하고 나서도 성적 매력이 없다며 타박을 받기도 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소박맞기 딱 좋다.
대체로 무모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은데 주로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의 결핍 때문이다. 피부과학회에 의하면 현재 무모증·빈모증을 앓고 있는 여성은 전체 여성의 12%로서 음부에 완전히 털이 없는 무모증은 4%, 빈모증은 8%로 추산된다. 유전적 성향도 강해 무모증 환자의 49%가 가족력이 있다.
서양미술사에서는 모딜리아니와 피카소 이후에 음모가 회화에 등장했다. 미국은 플레이보이 잡지가 처음 나온 1950년경에는 음모를 사진에 담지 않았는데, 1960년대 말에 창간된 펜트하우스는 노골적인 음모 노출로 단숨에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그것이 가진 성적 매력이 대단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는 비너스 언덕의 음모를 깎아낸 뒤 베니싱 오일을 발라 치장했고, 중세 아라비아에서는 목욕탕에서 마레라는 탈모 젤을 이용한 음모 제거가 유행이었다. 인도, 페르시아, 오리엔트 지역에서도 음모 제거 화장술이 널리 행해졌다. 중국의 성 지침서인 ‘옥방비결’에 따르면 음부와 겨드랑이의 털은 없거나 있더라도 부드러워야 호녀라고 적혀 있다.
노출의 계절엔 털에 신경이 아주 많이 쓰인다. 아슬아슬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었을 때 음모가 비쭉이 세상 구경을 나온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은밀하게 체모를 깎아 봤을 것이다. 어떻게든 음모를 없애려고 면도기로 벌초 작업을 하면서 무성한 음모를 부담스러워한다. 영장류 가운데 유일하게 털이 없는 인간은 그나마 몇 가닥 안 되는 털마저 뽑느라고 난리다.
음모가 풍성해야 성적 매력이 있는 걸까? 싹 다 밀어버려야 섹시한 걸까? 여성들이 음모를 깎는 이유는 음모가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는 것도 있지만 주로 성관계 시 색다른 느낌, 더 큰 쾌감을 위해서다. 깨끗이 면도된 음순을 만지는 촉감도 죽여주고, 부드러운 음순을 핥는 느낌은 기가 막힌다. 털이 없기 때문에 느낌이 그대로 피부로 전해져 살과 살의 밀착감이 좋고 성적 쾌감이 더 크다. 매끈한 여성의 성기 안으로 음경이 움직이는 것을 고스란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각적인 자극까지 준다.
오럴 섹스를 즐기는 커플들은 무성한 음모를 가르고 침 바르려면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가끔 몇 가닥 음모가 이 사이에 끼인 적도 있을 것이다. 세상은 공평치가 않다. 사람은 간사해서 없으면 간절히 갖고 싶지만 있으면 귀찮아서 못살게 군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의 아랫동네가 대머리가 됐다면 기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