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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가격으로 한우갈비를..

오완선 2016. 2. 17. 11:21

전북 군산시 <뽀빠이갈비>

작년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한우 가격으로 이제는 쉽게 한우를 먹기 어려울 정도다.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의 경우에도 매년 설이나 추석 때 한우 선물세트를 직원들에게 선물했는데 올 설에는 한우 가격이 워낙 비싸 외국산 소고기로 대체했다. 이처럼 한우 가격이 폭등하자 한우를 주로 취급하는 식당들이 폐업을 하거나 업종을 바꾸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안 좋은데 가격 폭등으로 한우는 부유층에서나 먹는 육류로 인식이 되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전북 군산시 <뽀빠이갈비>는 유통 단계를 줄이고 직접 짝갈비 작업을 해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 갈비를 제공하는 곳이다.

직접 작업해 원가 낮춘 은은한 맛의 양념갈비

<뽀빠이갈비>는 전북 군산에서 유명한 <뽀빠이냉면>이 몇 해 전 개점한 한우 갈비 전문점이다. 서울에서 한우 갈비 먹기란 언감생심이다. 한우 갈비 전문점도 거의 없지만 우선 가격이 엄청나다. 그런데 <뽀빠이갈비>는 한우 갈비를 거의 삼겹살 가격으로 판매한다. 소갈비 한 대 180g 1만5000원은 전국구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다.
한우 암소 1+등급 갈비를 ‘짝’째 사들여 주인장이 직접 작업해 원가를 낮췄다. 한우 암소 갈비도 지인으로부터 저렴하게 받아오고 불필요한 찬류는 과감히 줄여 원가를 줄였다. 이런 노력들이 전국 최저가를 실현한 기반이다.

	한우 갈비구이
한우 갈비구이

6cm 정도 폭의 갈비에 간장, 꿀, 과일, 설탕, 참기름을 넣고 2~3일 숙성시킨 양념에 잰다. 고기를 좀 두껍게 잘랐다. 육류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볼륨감이 느껴진다. 육질은 부드럽고 씹었을 때 일정한 양념 맛을 낸다. 갈비양념이 진하지 않고 대체로 은은한 편이다. 따라서 갈비를 먹을 때 육장에 찍어 먹는 것이 좋다. 요즘 트렌드에 부합하는 맛이다.

서울의 유명 소갈비 집을 벤치마킹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식당보다 이 집 갈비가 훨씬 맛있다. 역시 원육을 한우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식성이 꽤 되는 손님이라면 2~3대 정도는 너끈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느끼함이 별로 없다. 불판이나 불의 형태는 벤치마킹한 서울의 갈빗집과 비슷하다. 하지만 화력이 강하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다.

재래된장 맛이 풀풀 풍기는 된장찌개도 수준급이다. 갈비작업을 하고 남은 큼직한 갈빗대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다. 된장찌개에 한우 갈비를 넣으면 이보다 더 맛있는 된장찌개는 없다. 대구 <국일생갈비>, 안동 <안동한우갈비>, 부천 <삼도갈비>가 증명해주고 있다. 된장찌개 염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주인장이 심심하게 먹는 황해도 출신의 후손이라 짠 음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말투는 전라도 사투리지만 유전자에는 황해도의 피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황해도 출신 모친이 개발한 평양냉면, 간장 육수 매력적

<뽀빠이갈비>는 저렴한 갈비에다 50년 이상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형성한 이 집 평양냉면을 묶어 선육후면 콘셉트를 구현한다. 황해도 출신인 주인장의 모친이 개발한 냉면이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모두 7000원이다.

일반적인 평양냉면과 달리 <뽀빠이갈비>는 소고기는 물론, 닭과 돼지고기로 육수를 낸다. 주인장은 1950년대 이전 평양냉면 육수는 소고기가 기본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주인장은 내심 본인 냉면이 옛날 오리지널 평양냉면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분명히 근거가 있는 얘기다. 그리고 간도 소금보다는 간장으로 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전 <숯골냉면>이 오리지널 평양냉면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래옥>, <봉피양>, <삼도갈비>, <능라> 등 소고기 육향이 강한 평양냉면은 어떤 의미에서 현대화된 평양냉면이다. 아직도 이북 출신의 실향민들이 이들 냉면집에 자주 찾아가지만 그 평양냉면들은 1950년 이전의 평양냉면과는 많이 달라진 현대판 평양냉면이다. 간장 베이스의 색깔 짙은 육수는 기존 평양냉면의 육수와 다르면서도 독특한 감칠맛을 낸다. 간장 맛이 강하고 냉면도 직접 제면한 면이 아니지만 나름 매력이 있는 B급 냉면이다. 갈비를 먹고 난 후 선육후면용으로 더 없이 좋은 소박한 냉면이다.

	냉면
냉면

냉면 고명은 닭과 돼지고기다. 확실히 서민냉면의 필이 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경상도 밀면과 약간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름 일리가 있다. 냉면이 소탈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유명 평양냉면들은 서민 음식이라기보다는 고급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집 냉면 육수는 내공이 스몄다. 5, 60년이라는 세월이 허송세월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먹을수록 빠져드는 중독성이 있다. 아마 간장이 주요한 구실을 하는 것 같다. 수도권 평양냉면과는 다른 맛이지만 7000원이라는 착한 가격과 더불어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만 면발은 평이한 수준이다.
<뽀빠이갈비> 전북 군산시 상지곡안1길 20-3, 063-468-1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