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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약, 정력제처럼 먹다 평생 '고개' 숙일 수도

오완선 2016. 5. 14. 10:46



정상인 오남용하면 약물의 존성 생겨
심혈관계 이상 있으면 치명적 부작용…약에 의존 말고 발기부전 원인 찾아야

중소기업 영업부장인 장모(44)씨는 발기부전이 아니었지만 3년 전 정력이 세진다는 얘기를 듣고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발기가 안 되고, 약을 먹어야만 아내와 잠자리를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사는 "불필요하게 발기부전 치료제를 쓰다 약물의존성 발기부전이 생겨 약 없이는 발기에 필요한 만큼의 혈류가 도달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발기부전 치료제인 시알리스의 복제약이 쏟아져 나오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정력제'로 남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발기부전 치료제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을 뿐, 정상인 사람이 먹으면 가볍게는 안면홍조·두통·가슴두근거림을 겪고 심하면 장씨 같은 약물의존성 발기부전이 생길 수 있다. 고혈압 환자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오남용 하면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발기부전 치료제는 전문의와 상의 하에 신중하게 복용을 결정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며 "절대로 오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발기부전치료제
최근 값싼 발기부전치료제 복제약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를 정력제로 남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상인 사람이 함부로 약을 먹으면 발기부전이 될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정상인이 먹으면 '발기부전' 생길 수도

발기부전 치료제는 원래 혈압약으로 개발됐다. 임상시험 도중 약을 먹은 사람들에서 발기력이 회복되는 '부작용'이 발견돼 발기부전 치료제로 출시했다. 발기부전이 없는 사람이 이 약을 먹는 것은 혈압이 정상인 사람이 고혈압약을 먹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 약을 먹으면 안면홍조·두통·가슴두근거림·현기증·소화불량·메스꺼움 같은 혈압약 부작용이 잘 생긴다. 전남대병원 비뇨기과 박광성 교수는 "정상인 사람이 쓸데 없이 약을 먹어 부작용을 겪을 필요는 없다"며 "약물의존성이 생겨 약을 먹어야만 발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발기는 성적 자극을 받아야만 생기는 현상인데, 정상인이 함부로 약을 먹으면 아주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발기가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시알리스 같이 매일 먹는 약은 혈중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속옷에 음경이 닿는 정도의 작은 자극에도 발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약 때문에 사정 후 6시간 동안 발기가 유지돼 병원에 실려간 경우도 있었다. 지속발기가 되면 음경조직이 망가져 결국 발기를 못 하게 된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오래 먹으면 정자의 운동성이나 형태에 이상이 생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혈압약 복용자 급성 저혈압 위험

심혈관계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특히 발기부전 치료제를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 혈류량이 갑자기 늘면서 급성 심정지·협심증·부정맥·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고혈압약을 먹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약은 혈압을 떨어뜨리는데 이런 사람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으면 혈압이 너무 많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니트로글리세린(협심증), 아밀나이트레이트(혈관확장), 질산이소소르비드(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질산염 성분의 약은 혈관이 급격히 확장돼 급성 저혈압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최형기성공비뇨기과 최현민 원장은 "시알리스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도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독사조신, 탐스로신, 알푸로신 성분의 전립선비대증약을 먹는 사람이 의사의 관리 없이 시알리스 복제약을 먹으면 약 과다복용으로 저혈압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약 쓰기 보다 원인 찾는 게 중요

발기부전 환자 3명 중 2명은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같은 지병이 있다. 그래서 발기부전 치료제에 의존하기 보다 원인질환 관리가 우선이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발기부전을 유발한 원인을 먼저 관리하면 발기부전 치료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며 "남성호르몬이 줄어들었거나 전립선비대증이 함께 있는 사람도 증상을 해결하면 발기부전 치료제 없이도 발기가 회복된다"고 말했다.             입력 : 2015.09.23 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