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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비만 3.

오완선 2016. 12. 31. 09:53


입력 : 2016.12.26 10:19

medical | 비만과 건강

비만 명의 임수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당뇨에서 암까지 유발하는 복부비만, 하루 밥 한 공기 줄이기부터 시작하세요"

비만은 에너지 섭취량이 소모량보다 많아 체지방이 증가하면서 대사이상이 발생한 상태다. 살이 찌게되면 흔히 배 부위에 살이 집중되는 복부비만이 생긴다. 복부는 신체 중에서 살이 찔 수 있는 공간의 여유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부비만은 내장에 지방이 쌓이게 해 고지혈증·당뇨병·고혈압에서 대장암·전립선암까지 유발시킬 수 있다.

                     
임수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복부비만이 왜 생기나요?
사람이 필요한 에너지 이상 영양분을 섭취하게 되면 영양소가 몸안에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과거에 비해 고지방·고칼로리 식사가 많아지고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비만이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통수단의 발달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편의함 위주의 생활방식도 비만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 사무직의 경우 앉아서 근무하는 형태가 많아 복부비만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활동량이 많음에도 활동량 이상의 에너지를 섭취하면 전체적으로 살이 찌지만 오랫동안 앉아서 생활하는 경우 복부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체 중 팔과 다리는 살이 찔 공간의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배는 늘어날 수 있는 공간이 크기 때문에 지방이 축적되기 좋은 위치입니다. 따라서 활동량이 적고 에너지 섭취량이 많다면 복부에 쉽게 살이 찌게 됩니다.

 

복부비만이 비만보다 더 위험한가요?
해외에서 복부비만은 팔다리가 가늘고 배가 나왔기 때문에 ‘거미형’이나 ‘애플형’으로 부릅니다. 이처럼 부르는 것은 복부비만은 유독 배가 나온다는 특징이 있어서 입니다. 전체적으로 체격이 있는 비만은 지방 이외에도 근육량이 상당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근육은 혈당을 줄이고, 지방을 태우는 좋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애플형이나 거미형 등의 복부비만은 근육량은 적은데 배가 나온 형태입니다. 팔다리가 가늘어 배가 나온 것은 전체적으로 근육이 부족하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비만보다 더욱 건강상 안 좋습니다. 동일한 에너지를 섭취해도 근육량 차이로 인해 소모하는 양이 달라 복부비만의 경우 내장지방이 더욱 잘 만들어집니다. 내장지방은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원인입니다. 따라서 배만 나온 복부비만은 에너지를 조금만 섭취해도 여러 대사질환이 쉽게 생기게 됩니다.

 

배가 나오면 다 복부비만인가요?
복부에 지방이 축적되면 ‘피하지방형’과 ‘내장지방형’으로 나뉩니다. 피하지방형은 피부 아래 층에 지방이 존재하는 형태로 내장에는 지방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말합니다. 폐경 전 여성에게 많습니다. 손으로 배를 짚어보면 뱃가죽이 잡히는데 이것이 피하지방입니다.

반면 내장지방형은 피하지방과 다릅니다. 복벽 안쪽 내장에 지방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피하지방형보다 더 안좋습니다. 복벽 안쪽에 지방이 생길수록 내장지방이 당뇨병과 고혈압 등을 더 유발시킵니다. 내장지방은 이런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내장지방이 늘어날수록 당뇨병이나 고혈압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불과 10~15년 전만 해도 비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배가 나오면 ‘사장님 스타일’이라고 부러워했습니다. 복부에 살이 찌면 에너지 섭취가 많아 여분의 에너지가 축적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배 나온 것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에너지가 축적됐기보다 복부비만이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복부비만 중 내장지방이 많을 경우에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염증 반응부터 당뇨에 암까지 일으킨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피하지방은 겉으로 보기에 안 좋을 수 있지만 내장지방보다는 안 좋은 물질이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장지방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및 각종 질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중년 남성의 경우 대부분 내장지방이 많은 복부비만입니다. 이처럼 내장지방은 질병의 주범이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선 꼭 빼야 합니다.

 

복부비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남자는 허리둘레 90cm(35.4인치), 여자는 85cm(33.5인치)이상이면 복부비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리둘레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선 숨을 들이마신 뒤 내뱉은 후 배꼽을 기준으로 재면 됩니다.

하지만 허리둘레를 측정하는 방법은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허리둘레 수치가 복부비만으로 측정됐다면 CT를 촬영합니다. CT를 통해서 복부지방의 피하지방량과 내장지방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장지방의 면적이 100cm2 이상이면 복부내장비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부비만인데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는다면?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심혈관질환에 초점을 맞춰 치료하면 완치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복부비만이 있다면 다발적인 심혈관질환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재발률도 높아집니다. 1~2년은 괜찮을 수 있지만 복부비만이라는 근본적인 질병의 원인이 있기 때문에 쉽게 나아지지 않습니다. 특히 복부비만의 내장지방은 지방 사이 사이에 염증세포가 잘 생깁니다.

염증성비만이라고 부르는데 복부비만이 가장 취약합니다. 이 같은 염증세포는 심혈관질환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유방암 환자의 경우도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체중조절을 하면서 복부비만을 줄이도록 하는 것도 유방암 치료만으로 그쳐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복부는 팔과 다리 등 신체 끝 부분이 아니여서 혈액의 흐름이 가장 많이 지나가기 때문에 내장지방으로 인한 염증세포가 잘 생길 수밖에 없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복부비만이고 심혈관질환을 앓는다면 복부비만도 함께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복부비만 예방과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복부비만의 예방과 치료법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예방법이 곧 치료법입니다. 우선 생활습관 개선을 추천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음식을 동일하게 섭취하면서 살을 뺀다는 것은 국가대표급 운동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총 칼로리를 줄여야 합니다. 성인 남성은 일일 평균 권장 칼로리가 2500kcal지만 일일 2000~2200kcal 정도로 낮춥니다. 하루 300kcal가 줄어들면 밥 한 공기 정도를 덜 먹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 달에 0.5kg이 빠지게 됩니다.

 

 / 임 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관련 전문가로 꼽힌다. 내분비학 관련 논문 200여 편을 썼으며, 2014년부터 대한의학회 이상지질혈증 임상진료지침 집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대한당뇨병학회 연구위원회 위원이며,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임상연구위원회 간사를 맡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