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가격 급등한 ‘하얀 석유’ 리튬, 공급 부족 예상…불붙은 확보 경쟁

오완선 2017. 3. 28. 13:54



입력 : 2017.03.27 11:22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희귀금속 리튬 가격이 급상승한 가운데 추가적인 공급 부족이 예상되면서 주요 배터리‧자동차업체들의 리튬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 리튬은 스마트폰‧노트북에 사용되는 배터리, 유리제조, 윤활유 첨가제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된다. 특히 배터리 핵심 원료가 되기 때문에 ‘하얀 석유’라고도 불린다.

27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탄산리튬 1kg당 가격은 2015년 연평균 47.91위안(RMB)에서 2016년 연평균 125.21위안으로 161.3% 상승했다. 지난 2월 평균 가격은 1kg당 113위안으로 지난해 최고점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리튬 가격이 급상승한 배경은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수요 급증으로 배터리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리튬 수요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광물 회사 퓨어에너지미네랄 조사 결과 전기차에는 리튬 28kg이 사용되는데, 이는 스마트폰에 쓰이는 리튬(0.02kg)의 1400배 수준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14년부터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전기차 보급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면서 리튬 수요가 급증했다.

세계 주요 자동차‧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어 리튬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 조사 결과, 리튬 수요는 2015년 17만6000톤에서 2025년 77만5000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리튬 생산량이 제자리걸음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로 꼽히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블룸버그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로 꼽히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블룸버그

◆ 2020년까지 리튬 15만9600톤 필요한데, 공급은 제자리걸음

포스코경영연구원 조사 결과 2020년 이전까지 정상 가동될 신규 배터리 생산설비 규모는 200GWh 수준이다. 기존 배터리업체 뿐 아니라 전기차나 내연기관 자동차업체들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출력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생산에 나서고 있다. 폴크스바겐(100Gwh), CATL(40GWh), 테슬라(40GWh), BYD(10GWh), SK이노베이션(3GWh), 삼성SDI(4GWh), LG화학(3GWh) 등 세계 주요 자동차‧배터리업체들이 신규 또는 추가 배터리 생산 설비 가동을 앞두고 있다.

35KWh 배터리 1개 생산에는 리튬 28kg이 필요하다. 20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리튬양은 15만9600톤이다. 신규 배터리 설비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계산하더라도 최소 7만9800톤의 리튬이 추가로 필요하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 SQM은 올해에만 리튬 수요가 8~1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리튬 설비의 경우 확장 속도가 더디다. 기존 리튬 생산 업체인 SQM, FMC는 설비 증설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호주의 갤럭시, 네오메탈이나 캐나다의 네마스카 등 신규 업체들도 설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리튬은 현재 생산된 물량이 전부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재고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는 2020년쯤 리튬 수요(26만1000톤)가 공급(23만7000톤)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원자재 가격 정보 업체 플래츠(Platts)도 2020년이 되면 리튬 수요(32만톤)와 공급(32만1000톤)이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리튬을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이나 획기적인 리튬 추출 기술 개발 가능성이 뚜렷하지 않은데, 리튬 사용량이 많은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ESS)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리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2월 준공한 광양제철소 내 탄산리튬 공장에서 생산된 탄산리튬 최종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포스코 제공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2월 준공한 광양제철소 내 탄산리튬 공장에서 생산된 탄산리튬 최종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포스코 제공

◆ 일찌감치 리튬 선점에 나선 중국‧일본…한국은 걸음마 단계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은 일찌감치 리튬 선점에 나섰다. 중국 최대 리튬 생산 업체 티앤치(Tianqi)는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광산인 호주 그린부시(Greenbushes) 광산 지분 51%를 확보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그린부시는 9만5000톤 규모의 리튬 생산 능력을 갖췄다. 티앤치는 중국 사천성과 티벳 시가체(Shigatse) 지역에도 리튬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업체 간펑(Genfeng)은 리튬 생산능력을 2010년 1만톤에서 2016년 3만톤 규모로 확장했으며 호주 마리온(Marion) 광산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리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가 향후 자동차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원을 미리 검토해 10년 전부터 리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 그룹 내 종합상사인 도요타통상은 2012년 아르헨티나 북서부 개발 허가를 얻었고, 호주 광산회사 오로코브레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도요타가 오로코브레와 함께 개발에 나선 호주 올라즈 광구의 생산량은 연간 최대 1만7500톤이고, 향후 25년간 채굴할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내 전기차용 고순도 리튬 생산 설비를 갖춘 것이 전부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리튬은 연간 2500톤 수준이다. 향후 추가적으로 국내외에 연간 4만톤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 구체적인 공장 증설 계획은 없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7/2017032701281.html#csidx603dc7f8eae1450bd9c7fbb02d241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