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자동차

한국GM·르노삼성 `신차 배정` 올인

오완선 2018. 11. 14. 15:10

신차 2종 받은 한국GM
"생존하려면 출시 앞당겨야"
배라 회장 방한 기대

르노, 내년 `로그` 생산 종료
스페인 생산 전기차 `트위지`
부산 생산 연내 결정될 듯

  • 문지웅 기자
  • 입력 : 2018.11.09 17:41:55   수정 : 2018.11.09 18: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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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수출 동반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본사의 신차 배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매년 글로벌 생산·판매 전략을 고심하는 본사에 한국 시장과 생산공장의 강점을 알려 의미 있는 차종과 생산량을 배정받는 것이 생존의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9일 한국GM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생산량이 무려 15.2% 감소했다. 르노삼성은 17.3%나 줄었다.
두 회사가 한국에서 계속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는 신차 생산 시간표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뜻인데, 생산공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사들까지 신차 배정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르노삼성과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의 부산공장 생산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에서 트위지를 생산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연내에 부산 생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르노삼성은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에서 트위지를 생산한다. QM3도 이 공장에서 나온다. 르노삼성은 바야돌리드공장에서 생산한 트위지를 한국에 들여와 판매만 한다.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에서는 1283대가 팔렸다. 중앙·지방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2인승 모델을 기준으로 550만~1050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어 잘 팔린다.

업계 관계자는 "트위지 부산 생산의 최대 걸림돌은 노동조합"이라며 "르노삼성의 불안한 노사관계가 르노 본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올해 임금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다. 이달 중 노조 지도부가 교체될 예정이어서 올해 안에 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될지 불투명하다.

르노삼성 입장에서 신차 배정이 절실한 이유는 수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내년 9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2014년 9월부터 부산공장에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생산해 북미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로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의 경우 75%에 이른다. 로그 수출로 르노삼성은 2015년 3262억원, 2016년 4175억원, 2017년 40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르노삼성은 11월 한 달간 부산공장 생산 주력 모델인 QM6와 SM6 판매에 승부를 걸고 있다. QM6 구매 고객은 최대 400만원, SM6 구매 고객은 최대 300만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전년 대비 많이 줄었지만 QM6와 SM6는 부산공장 주력 수출 모델에 속한다.

철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한국GM은 미국 본사에서 이미 2종의 신차를 배정받았다. 2020년 부평공장에서는 소형 SUV를, 2023년 창원공장에서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각각 생산할 예정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기존에 생산하던 차량들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상황에서 신차가 나오기까지 한국GM과 협력사들이 버텨줘야 하는데,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판매 부진으로 계속 감소하는 생산량도 문제다. 한국GM의 국내 생산은 2011년 81만대까지 늘었지만, 그 이후 줄곧 감소해 지난해에는 52만대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군산공장 폐쇄로 10월까지 생산량이 37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2% 줄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부평공장 신차는 한창 개발 중이고, 창원공장 신차는 아직 개발 전 단계인 것으로 안다"며 "신차 투입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다면 협력사들 입장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신차 출시까지 공백을 말리부(부평), 스파크(창원) 등 주력 차종으로 메울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GM은 올해 말 9세대 말리부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신차 수준으로 디자인과 사양을 바꿔 중형차 시장에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말리부 변경 전 모델에 대해 한국GM은 11월 최대 510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GM의 협력사들은 메리 배라 GM 회장 방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라 회장은 최근 한국 방문 의사를 한국GM 노조 측에 전달했다. 배라 회장이 한국GM을 살리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표명해 주기를 노조는 물론 협력사도 원하고 있다.
이미 배정받은 2종의 신차를 최대한 조기에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 한국GM의 지상과제다.

르노삼성, 한국GM처럼 대주주가 외국인이지만 쌍용자동차는 신차 배정을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미 지난해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신차 개발에 1조3000억원을 4년간 투자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매년 3000억원 이상 신차 출시를 위해 투자하겠다는 것"이라며 "신차 배정이 시급한 다른 업체들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