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당달봉사 병원장과 돌팔이 의사들 때문에 한국 경제가 경각에 달려”

오완선 2018. 11. 26. 15:07

― 경제위기가 가시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를 인간의 신체에 비유하면 지금 한국 경제는 온갖 병으로 운명(殞命) 직전에 있는 환자입니다. 성장둔화, 분배악화, 실업대란, 고용참사, 투자절벽, 경기불황, 양극화, 물가상승, 주력 산업의 붕괴, 노조의 횡포, 경상수지 악화, 주가폭락, 기업 의욕 상실 등 경제가 한 군데도 성한 데가 없습니다. ‘한강의 기적’이 ‘한강의 눈물’로 급전직하하고 있습니다.”
 

  ― 한국 경제가 이렇게 중병에 걸린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래전부터 크고 작은 요인에 의해 발병(發病)이 되기는 했으나, 최근 경제 난맥상의 요인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정책이죠. 현 정부 들어 당달봉사 병원장과 그가 고용한 돌팔이 의사들이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 바람에 한국 경제가 경각에 달리게 된 것입니다.
 
  돌팔이 의사는 기본적으로 실력이 없는 의사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내세우는 J노믹스는 경제원리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사람들에 의해 마련된 것 같습니다. 시장을 외면하고 정부를 앞세우면서, 경제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인 경제원리를 무시하고 있으니, J노믹스의 실패는 태생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정부 일자리 대책은 ‘정책의 막장 드라마’”
 
  ― 그래서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54조원이나 퍼부었지만, 정부의 최근 일자리 대책을 보면 ‘경제정책의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는 느낌입니다. 산(山)과 전통시장 화재 감시원, 불 켜진 강의실 소등(消燈)을 하는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 산재(産災)보험 가입확대 홍보요원, 제로페이(zero pay) 홍보요원 등 두 달짜리 시한부(時限附) 일자리를 국가예산으로 5만9000개 창출하겠다고 하더군요.
 
  정책 수립자들의 양식과 양심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참으로 황당한 정책입니다. 대학까지 졸업한 인재들을 소모품 취급하고, 젊은이들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하는 잘못된 정책입니다. 단기 체험형 인턴을 늘리면 국민의 혈세(血稅)가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상적 취업자들의 일자리마저 원천적으로 봉쇄됩니다.
 
  일자리 창출은 민간기업이 하는 것입니다. 기업인들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고, 기업을 옥죄면서, 세금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발상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을 정책실장으로 임명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김 신임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설계자로 노무현 정부에서도 3년 동안 부동산정책을 주관했던 사람입니다. 2005년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일하며 당시 ‘부동산 규제 종합세트’로 불리는 8·31 부동산 대책을 설계했었죠. 김 수석이 당시 만든 8·31 대책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확대, 종부세 가구별 합산과세, 양도세율 중과 등 강력한 규제책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도 김 수석은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었습니다.
 
  문 대통령의 김 수석 중용과 관련하여 세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부총리·국토교통부 장관·경제수석비서관을 제치고 왜 사회수석비서관에게 경제정책인 부동산 정책을 맡겼느냐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과까지 할 정도로 크게 실패한 부동산정책을 총괄했던 인물에게 왜 또다시 같은 정책을 맡겼느냐 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세계적 안목이 없는 이념에 경사(傾斜)된 도시공학도를 중심으로 난제(難題)가 산적(山積)한 국정을 어떻게 끌고 가려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장관은 있으나 마나”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

  ― 결국 이 정권 사람들은 부동산정책, 아니 경제정책 자체도 경제문제가 아닌, 사회문제·정치문제로 본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크게 보아 이 정부는 북한 퍼주기 외에는 경제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고 실력도 없는 것 같아요. 물러난 장하성 정책실장이나, 김수현 신임 실장이나, 생각하는 게 다른 게 없어요.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소득주도성장정책은 계속해 나가겠다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럴 거면 왜 굳이 정책실장을 경질합니까.”
 
  ― 과거에는 운동권 출신, 학자 출신들이 무리해서 좌파 정책을 펴더라도 경제관료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저항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것도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준비 없는 통일은 쪽박”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 지난 9월 20일 백두산에 오른 경제인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사진=공동취재단

  ― 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개성공단 등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경제위기의 돌파구가 될 것처럼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경제협력은 쌍방적인 것입니다. 남한 국민의 세금을 북한 주민에게 퍼주는 것은 ‘협력’이 아니고 ‘원조’입니다.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고 북한에 투자가 이뤄지려면, 먼저 사유재산권을 포함해 북한의 법체계가 정비되고 북한이 IMF 회원국이 되어야 합니다. 투자 과실(果實)에 대한 송금(送金)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경협과 투자가 가능하겠습니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휘청거리는 상태에서, ‘남북협력’을 가장한 ‘대북원조’가 어떻게 경제위기의 돌파구가 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짐 덩어리인데 그 짐 덩어리가 우리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된단 말입니까.”
 
  ― 이 정부는 북한 경제를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우리 경제를 북한 수준으로 하향시켜 통일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준비 없는 상태에서 통일을 하면, 결과적으로 1만 달러 정도로의 수렴(收斂)이 예상됩니다. 남한의 1인당 소득은 현재의 1/3 수준으로 하락하고 북한의 1인당 소득은 15배 상승할 것입니다. 이런 소득 하락을 우리 국민들이 과연 감내할 수 있을까요?”
 
  ― 말씀대로라면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되겠네요.
 
  “장기적으로 통일은 ‘대박’입니다. 하지만 경제가 튼실한 상태에서 통일을 도모해야지, 위기인 상태에서의 통일 도모는 ‘쪽박’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하고 시장경제를 몸에 익혀 기본 체력이 갖춰진 상태에서만, 경제협력도, 통일도 논의가 가능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 제3조와 제8조에 나오는 ‘사람 중심’이라는 말이 뜬금없이 우리 경제와 연결되어 ‘사람 중심 경제’가 정부의 표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통일을 위해서도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지우는 집단에 의한 통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최 전 장관은 “북한이 빈곤으로부터 해방되려면 사유재산제도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는 시장경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남북대화에서 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북한도 역사적으로 번창했던 국가들이 채택했던 각종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라고 진심으로 충고해야 합니다. 물론 북한 측이 쉽게 수용하려 들지는 않겠지만요.”


 “우리 국민들은 정신분열증 환자 같아”
 
  ― 정부의 좌파 정책도 문제지만, 일만 생기면 정부 개입과 공공성 확대를 요구하고 나서는 국민들도 문제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우리 국민은 모두 정신분열증 환자인 것 같습니다. 정부의 낭비에 대해서는 비분강개(悲憤慷慨)하면서, 일만 생기면 정부더러 해결하라고 합니다. 남이 낸 세금을 가능한 한 자신의 주머니에 더 챙겨 넣는 것이 이득이기에, 그런 정책을 펼치는 정치가나 정당에 표를 던져 줍니다. ‘큰 정부 높은 세금 부담’은 결국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속박하는 데도 말이지요.”
 
  ― 우리 국민들이 자유에 대해 그렇게 무지하고 무관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건국 과정에서 근대 서구의 시민사회나 시민의식과 관련해 개념도 몰랐고 경험도 없었습니다. 헌법에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규정했지만, 자유가 무엇인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가르치고 배운 일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체화(體化)되어 있는 뿌리 깊은 ‘형평’ 위주의 사고방식이 정치를 통해 반시장적 정책을 양산(量産)해 내는 것이 문제입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짓누르고, ‘민족’ ‘평등’ ‘복지’라는 미명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교묘히 제한하면서도 자신들을 시장경제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한 경제는 멍들 수밖에 없습니다.”


崔洸
1947년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美 위스콘신대 공공정책학 석사, 美 메릴랜드대 경제학 박사 / 美 와이오밍대 교수,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조세연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예산정책처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역임, 現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석좌교수 / 저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정부》 《큰 시장 작은 정부를 위한 재정정책의 과제》 《복지정책에 대한 근원적 고찰》 《국가 번영을 위한 근본적 세제개혁 방안》 《오래된 새로운 비전》(편저) 《오래된 새로운 전략》(편저) 《기적의 한국경제 70년사》(편저) 


                                                                              2018.11.26.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