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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세단=2.0L' 이젠 옛말...다운사이징으로 차급파괴 바람

오완선 2018. 12. 2. 12:17


입력 2018.12.02 06:00 | 수정 2018.12.02 09:51

자동차시장에서 ‘중형세단 배기량 2.0리터’, ‘준중형세단 배기량 1.6리터’이란 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최근 출시되는 중형세단의 경우 다운사이징(downsizing·엔진 배기량 축소)을 하면서 중형과 준중형 세단을 나누던 배기량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다운사이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자동차 엔진은 연료 속에 있는 탄소량만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배기량 자체를 낮춰야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들어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다운사이징 엔진들을 장착한 차량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 다운사이징 엔진 터보 기술이 핵심

엔진 다운사이징을 위해서는 터보 엔진 기술이 필요하다. 터보 엔진은 엔진 속 실린더에 용량 이상의 공기를 인위적으로 주입해 더 많은 연료를 태우는 방식으로, 자연흡기 엔진보다 배기량은 낮추고 출력은 높인 것이 특징이다. 터보차저를 통해 출력을 향상시켜 작은 엔진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운사이징한 엔진을 장착하게 되면 성능과 연비는 더 좋아지게 된다.

지난달 말리부 페이스리프트 모델. 1.35리터 E-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김참 기자
과거 터보 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주행 후 곧바로 시동을 끄지 않고 후열 작업을 해야 하는 등 관리가 어려웠고 부품 손상도 잦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재, 기술 발달로 내구성이 강화되면서 고성능차, 수퍼카뿐 아니라 소형차까지 차종을 가리지 않고 탑재되는 추세다.

특히 다운사이징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의 경우 세제 감면과 함께 친환경차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국내에서도 다운사이징 모델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한국에선 다운사이징을 하면 일반적으로 차값과 차량유지비가 내려가게 된다. 예를 들면 중형세단 1.5 터보 모델은 배기량을 낮춘 덕에 연간 자동차세가 20만8600원이면 된다. 그러나 같은 중형세단이더라도 2.0 모델은 연간 39만9400원을 납부해야 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다운사이징을 하면 차 성능도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배기량이 낮으면 세금이나 다양한 혜택이 있어 소비자들이 오히려 다운사이징 차량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 중형세단 다운사이징 엔진 장착은 대세

한국GM은 지난달 말리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면서 1.35리터 직분사 가솔린 E-터보 모델을 새롭게 선보였다. 한국GM은 전부터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다운사이징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출시해왔다.

기존 말리부 모델의 경우 1.5리터 터보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70%에 달했다. 2.0리터 모델 대비 가격경쟁력을 갖춘 데다가 높은 연비가 인기 비결이었다. 한국GM은 이번 1.35리터 E-터보 모델로 과거와 같은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1.6리터 디젤 엔진까지 추가하면서 다운사이징 엔진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

르노삼성의 SM6 dCi./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도 디젤 모델인 SM6 1.5 dCi와 가솔린 모델인 1.6 TCe으로 중형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1.5 dCi의 판매 비중은 12.8%, 1.6 TCe는 8.5%이다. 두 모델을 합치면 SM6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웃돈다. 최상위 트림을 기준으로 2.0리터와 비교해 가격이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꾸준히 받고 있다.
특히 1.5 dCi의 경우, 공인연비가 17.0㎞ 수준으로 동급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기아자동차의 ‘K5’는 중형 다운사이징 엔진 모델 중에서 상대적으로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자랑한다. 쏘나타 가솔린 1.6 터보 모델은 최대출력 180마력에, 최대토크 27.0㎏·m, 디젤 1.7 모델은 최대출력 141마력에 34.7㎏·m의 최대토크를 갖췄다. 동일한 엔진 라인업을 운영하는 K5의 동력 성능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