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판매에만 열올리고 안전성 검증은 `뒷전`. 2019.08.16.

오완선 2019. 8. 16. 14:13


◆ DLS 뇌관 터지나 ◆

이번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은행 PB센터를 통해 팔리는 사모펀드 상품들의 안전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사모펀드 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면서 부동산과 대체상품 분야에서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상품들까지 출시됐는데, 향후 실물경기 침체가 심화될 경우 투자자들 손실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순자산 총액은 390조원에 달한다. 이 중 파생형이 32조원, 부동산이 88조원, 특별자산이 82조원이다.

2015년 8월 사모펀드 순자산이 192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두 배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2015년 10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헤지펀드 적격투자자를 5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면서 사모펀드 시장은 급성장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도 2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면서 사모펀드 운용사는 현재 250개로 늘었다.

문제는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주식·채권과 같은 전통적 자산이 아닌 부동산·대체투자 같은 비전통적 자산으로 투자가 쏠리자 리스크가 높은 물건들까지 `중위험·중수익`이라는 포장하에 팔린 것이다. 특히 지난 4년 새 175% 늘어난 부동산펀드나 156% 늘어난 특별자산펀드들이 요주의 대상이다. 주식형 공모펀드의 들쭉날쭉한 수익률에 실망한 고액 자산가들은 연 5% 수준의 수익률을 약속한다는 부동산과 대체투자펀드로 눈을 돌렸다. 시중은행들도 공모펀드보다 수수료가 높은 사모펀드 상품을 경쟁적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경기 호황기에는 부동산펀드의 기초 자산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나 특별자산펀드에 들어가 있는 메자닌 등의 위험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실물경기가 고꾸라지면 PF 대출 연체나 메자닌 부도(디폴트)가 나며 수익률이 급속하게 악화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사모부동산펀드로 수요가 몰리면서 단일 오피스텔 증축에 대출을 하는 식으로 신규 펀드가 많이 생겨났는데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주식 채권과 달리 부동산이나 대체자산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물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군소 자산운용사가 문을 닫으면 자금 회수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환사채(CB) 등을 담은 메자닌 투자 역시 실물경기가 침체되는 시기에는 투자 기업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채권 회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 사모 전문 자산운용사 대표는 "CB 발행 기업은 평균 5%가량 디폴트 확률이 있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면 그 확률이 높아져 펀드 수익률이 악화된다"며 "시중에는 1~2개 기업의 CB만을 담은 사모펀드들도 있는데 리스크가 분산되지 않을 경우 투자 위험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은행에서 리스크가 높은 금융상품들을 충분히 걸러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유럽 금리연계형 DLS가 PB센터들을 통해 우후죽순 격으로 팔린 것을 계기로 은행 PB센터의 `필터링` 기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