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본상품 불매의 모순.. 2019.08.17.

오완선 2019. 8. 17. 22:00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사실 편의점이라는 업종 자체도 일본에서 형태가 잡혀 한국으로 건너왔다. 초창기 한국 편의점은 거의 대부분 일본과 합작 형태로 만들어졌고, 최근까지도 일본 지분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업체가 많았다. 일본인 편의점 전문가들이 한국에 상주하며 여러 가지 기술적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삼각김밥도 그런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삼각김밥 포장지는 1970년대 일본에서 발명돼 진화를 거듭했다. 오늘날과 같이 삼각형 한 꼭짓점에서 절취선을 따라 양쪽으로 포장을 쪼개내는 방식은 1980년대 중반 개발됐는데, 우리는 그런 시트지를 만들 줄 몰라 초기에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거나 기술 로열티를 주고 생산했다.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자체 생산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편이 저렴하고 품질도 좋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20년 동안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은 삼각김밥을 오늘도 먹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밥을 조리해 삼각형으로 성형하는 기계, 김을 시트지에 자동으로 넣어주는 기계, 시트지를 밥에 포장하는 기계, 포장된 삼각김밥을 다시 가지런하게 눌러주는 기계, 김가루를 정리하는 기계, 불량품을 걸러주는 기계…. 삼각김밥 하나를 만드는 데도 이렇게 많은 기계가 필요한데 대부분 일본산이다. 기술특허권도 상당수 일본이 갖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삼각김밥 불매운동이라도 시작해야 하는 걸까?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업체뿐 아니라 일본 업체까지 괴롭게 만들고 나아가 국제 분업 체계를 뒤흔드는 반(反)세계화, 반(反)시장적 행위라는 사실을 우익 정치인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난폭한 자해 행위라면, 우리의 대응은 과연 어떠한가. 우리 생활에 부속품처럼 함께 작동하는 일본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어쩌면 우리도 ‘맞불’ 자해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본을 겨눈 칼날이 의도하지 않게 적잖은 한국인 - 우리 부모형제들 - 의 목을 겨누는 부메랑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사실도 한 번쯤은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일본 도로엔 유턴이 없다” 


어느 일본 친구가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멋있게 느끼는 장면이 있다고 했다. “주인공이 자동차를 운전하다 넓은 도로에서 터프하게 유턴하는 장면이 정말로 멋있다”면서 선망의 눈빛을 반짝인다. ‘별걸 다 부러워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본의 도로에는 유턴이 없다. 유턴이 금지된 곳이 많기도 하고, 도로에 유턴 표시 자체가 없다. 스스로 알아서 유턴하면 되는데, 일본인들은 대체로 유턴하지 않는다. P턴을 하거나 뱅글뱅글 돌아 제자리에 닿는다. 그런 일본인의 시각에서 빠르게 유턴하는 한국인의 모습은 시원스럽고 박력 있게 보일 수밖에 없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문화, 의식, 습관의 차이를 보여주는 작은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