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리뷰라떼] 완벽한 어른의 장난감, 그런데 놀곳이 없네.

오완선 2020. 7. 8. 13:56

입력 2020.07.08 06:59 | 수정 2020.07.08 08:22

DJI의 신제품 '매빅에어2'
드론 '잘알못' 기자들이 직접 날려봤다

DJI의 매빅에어2의 모습./성호철 기자

 

‘매빅에어2’는 세계 드론 1위 업체인 DJI가 올 4월 선보인 신제품이다.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팔방미인”이라는 DJI의 말처럼, 메빅에어2는 2018년에 출시한 ‘메빅에어’에 비해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 DJI 드론 중에서는 처음으로 4800만 화소의 카메라가 탑재됐고, 비행시간도 역대 DJI 드론 중 가장 긴 34분에 달한다.

특히 이 회사가 갖춘 입문자용 ‘매빅 미니’와 전문가용 ‘매빅 프로’ 사이에서 “성능은 좋은데 가격은 친화적인 제품은 없을까?”라고 고민하던 고객들에게 제격이라고 한다. 그런데 살면서 드론을 한 번도 날려본 적 없는 기자 3인방도 매빅 에어를 쉽게 즐길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2주일간 직접 사용해봤다.

◇‘드론은 어렵다’는 편견 깨줘

매빅에어2의 조종기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드론을 날리고 있다. 매빅에어2의 조종기는 이전 제품의 조종기에 비해 부피가 커졌고, 스마트폰을 고정시키는 바(bar)도 하단에서 상단으로 자리를 옮겼다./오로라 기자

 


오로라(레저러버 7년 차 기자) 박수부터 쳐주고 싶다. 지금까지 드론은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의 집합체, 갖고 놀려면 자격증 정도는 따줘야 하는 그런 제품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막연하게 있었던 진입 장벽이 단번에 부서진 느낌이다. 뜻밖에 초보자도 바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왜 드론 동호회가 그렇게 많이 생기는지도 알겠더라. 다들 어땠는지 궁금하다.

성호철(나루토 좋아하는 40대 IT팀장) 결론부터 말하자면, 훌륭한 ‘40대의 장난감’이다. 비행체가 중량감이 있어 고급스러워 보인다. 프로펠러 4개가 ‘붕’ 하면서 뜨는 그 부드러운 느낌이 좋다. 40대의 꿈과 로망을 충족시켜주는 제품이다.

◇비싼 장난감, 놀 수 있는곳은 극소수

매빅에어2로 촬영한 풍경./오로라 기자

 


김성민(아이 장난감으로 하루 종일 노는 12년 차 기자) 막상 날려보니 재밌었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서울에 드론을 날릴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다. 전문가용 제품인 ‘매빅2프로(181만원)’의 반값이라지만 99만원이라는 가격도 부담스럽다. 활용할 장소가 너무 없다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인 것 같다.

로라 나 역시 양천구 신정비행장까지 가야 했다. 이곳 말고 서울에서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곳이 가양대교 북단에 있는 가양비행장과 광나루 드론공원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비행장에 드론 동호회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있더라. ‘레디투플라이(Ready to fly)’라는 앱을 깔고 비행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지만, 복잡한 건 마찬가지다.

◇앱 회원 가입부터 조립까지, 준비할게 많네

호철 난 드론이 들어있는 상자를 받고 적잖이 당황했다. 직관적으로 뭘 어떻게 조립해야 하는지 눈에 들어오는 건 아니었다. 날개를 정확하게 끼워 맞추는 데만 10분은 걸렸던 것 같다. 막상 나가서 날리려다 보니, ‘DJI 플라이(Fly)’라는 전용앱을 내려받아야 하고 회원 가입까지 해야 사용이 가능했다. 그런 안내가 전혀 없어 벤치도 없는 공터에 서서 스마트폰으로 회원 가입하느라 진땀을 뺐다.

성민 최근 전자기기는 배터리가 기본적으로 충전돼서 나오는데, 이 드론은 아니다. 앞서 쓴 사람이 배터리를 남겨놓아 한 번 날릴 수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으면 멀리 나갔다 허탕만 치고 올 뻔했다. 회원 가입부터 배터리 충전까지 ‘준비운동’이 꽤 많은 느낌이다.

◇자동 이·착륙 기능에 안정감 뛰어나

매빅에어2의 조종기./성호철 기자

 


로라 그래도 ‘DJI Fly’앱은 쓰기 쉬운 것 같다. 앱을 실행한 스마트폰을 조종기 상단에 끼워놓고, 조종기의 연결선을 스마트폰에 끼우면 자동으로 드론과 연결된다. 드론과 연결 후엔 튜토리얼(이용 방법 배우기)이 진행된다. 스마트폰 화면 왼쪽 중앙에 있는 이륙 버튼을 누르면 드론이 알아서 2.5m 상공까지 뜨고, 거기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듯 조용히 멈춰 있더라.

호철 조종기와 연결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연결선이 USB ‘C타입’이라, 아이폰 사용자라면 아이폰 전용 연결 잭을 챙겨야 한다. 집에서 드론과 연결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집은 이론상 비행이 불가능한 구역이지만 딱히 시동을 거는 데 시스템상의 제약이 없어 놀랐다.

성민 날리는 게 쉽긴 했다. 튜토리얼에서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방법을 몇번 해보면 감이 온다. 그 후부턴 드론을 높게 띄우고, 멀리 날려서 스마트폰 화면에 찍히는 영화 같은 풍경을 감상하면 된다.

◇신호가 끊겨도 걱정 없다…야간 비행엔 조명도

야간에 드론을 날리면 착륙시 동그란 빛을 쏴서 착륙 지점을 알린다./성호철 기자

 


로라 이 제품은 2.4㎓ 와 5.8㎓ 주파수로 최대 10㎞ 거리까지 신호를 보낸다. 간혹 신호가 불량인 상태가 나타나긴 하는데, 신호가 끊기면 드론이 자동으로 처음 드론을 날렸던 곳으로 ‘리턴홈(집으로 돌아오기)’을 한다. 신호가 잡힌 상태에서도 ‘리턴홈’ 버튼을 누르면 드론이 천천히 돌아와 착륙까지 한다. 그 사이 짐 정리를 할 수 있다.

호철 자동 착륙 기능이 있었는지 몰랐다. 처음엔 착륙을 수동으로 시키려다가 ‘혹시 바닥에 부딪혀 박살 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수동으로 해도 지면과 가까워지니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안전하게 착륙하더라. 야간에 비행하면 착륙 지점에 빛을 쏴 표시했다.

◇카메라 촬영의 재미는 ‘쏠쏠’

하늘에서 날고 있는 매빅에어2를 매빅2프로를 사용해 촬영한 모습./오로라 기자

 


성민 비행 속도도 꽤 빠르지 않았나. 최고 초속 19m로 나는데, 초속 10m의 강풍에도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리턴홈’ 기능을 쓰고서도 마냥 손 놓을 수는 없는 것이, 장애물을 회피하는 센서가 7개나 달렸다지만 그럼에도 철제 구조물을 인식 못 하고 부딪힐 뻔한 적이 있다. 옆으로 피하는 건 능수능란한데, 위에서 밑으로 수직 하강할 때는 감지 못하는 사각(死角)이 있는 것 같다.

로라 핵심은 촬영이다. 카메라 기능을 십분 활용하면 재밌는 것들이 많다. 달리는 차 한 대를 추적 대상으로 삼고, 자동으로 추적하며 촬영할 수 있었다. 드론이 스스로 회전하고 거리를 조절하며 쓸 만한 영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유튜버에게 좋은 기능 같다. 다만 ‘매빅 2프로’를 오랫동안 쓴 사람은 “카메라 조리개를 조절하는 등 섬세한 카메라 설정을 하는 기능은 없어서 아쉽다”고 하더라. 매빅 프로의 카메라가 DSLR이라면, 에어는 하늘은 나는 스마트폰 카메라 정도를 예상 하면 될 것 같다.

※[리뷰라떼]는 ‘리뷰에 라떼를 부으면’의 약자인 테크 분야 리뷰 코너입니다. 맹숭한 숭늉 같은 사용기보다는 진한 라떼와 같이 직설적이지만 뒤끝은 부드러운 리뷰를 추구합니다.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에 풍덩 빠진 40대 중반 테크팀장을 “아니, 선배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요”라고 바로잡는 착한 후배기자들이 함께 리뷰를 만듭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7/20200707040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