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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내면 거스름돈 받는다, 맛·가격 시원한 반값 냉면 5

오완선 2021. 7. 16. 11:28

미식가가 추천하는 반값 냉면 5

이혜운 기자

입력 2021.07.16 03:00

 

 

 

 

 

만원이하 냉면

“냉면처럼 말 많은 음식도 없을 것이다. 평양냉면 앞에서는 저마다 꼭 한마디씩 하게 된다. 그래서 평양냉면 애호가들은 ‘부심’이 강하고 유난스럽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MZ 세대 작가 미깡의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 중에서).

시원한 사골육수와 직접 담근 열무김치, 매끈하고 쫄깃한 면발이 어울린다. 서울 천호동 송월냉면. 평양냉면은 아니지만 6000원에 가격과 맛의 밸런스를 잡았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미식가들의 말 많은 음식, 냉면. 하지만 요즘은 화두가 달라졌다. 전에는 미세한 맛의 분별이 주제였다면, 요즘은 너무 비싸진 가격. 우래옥 평양냉면은 1만4000원, 봉피양 평양냉면 순면은 1만7000원까지 올랐다. 물론 2만원 넘는 파스타도 흔한 시대에 냉면 가격만 올랐다고 투덜거릴 수는 없는 일. 그러나 만원 안쪽으로 괜찮은 냉면을 먹기란 정말 힘든 일일까. 여기 만원 한 장이면, 아니, 심지어 만 원을 내면 거스름돈까지 받을 수 있는 냉면 맛집들이 있다. 메밀 100%의 순면까지는 아니더라도, 소고기 양지로 우려낸 진한 육수의 평양냉면집 3곳도 포함되어 있다. 맛과 가격의 밸런스를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냉면 맛집 5선.

◇1만원 이하 평양냉면

“여기 국물은 육향이 좀 있고, 전반적으로 간이 센 편이에요. 면도 도톰하죠.”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음식 블로거 ‘비밀이야’ 배동렬 대표가 추천한 집은 서울 오류동의 ‘평양면옥’. 소고기 양지 부위로 기름기 없이 우려낸 진한 육수의 평양냉면이 8000원이다. 녹두빈대떡도 고사리와 숙주가 들어가 텁텁하지 않고 고소하고 바삭하다. 1979년부터 3대째 이곳에서 냉면을 만드는 변준기 대표는 “가족끼리만 운영하기 때문에 1만원 이하 가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주방에 사람 고용하기 시작하면 1만원 이하로 못 내요.”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종로 탑골공원 앞의 ‘유진식당’ 문미희 대표도 역시 3대. 1968년 할아버지가 시작했다. 2013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주방을 맡았다. ‘백반기행’의 허영만이 “찝찔하면서도 확실한 맛”이라고 극찬한 평양냉면이다. 소고기 양지와 부채살로 육수를 뽑고 메밀과 전분을 섞어 면을 뽑는다. 가성비 따지는 냉면 애호가들의 줄을 세우는 식당이지만 최근에는 어머니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점심 영업은 하지 않고 오후 3시에 문을 연다. “건물 주인이 할아버지 때부터 함께하신 분이라 임대료를 많이 받지 않으셔요. 아, 미리 말씀드려요. 우리 육수에는 조미료도 아주 조금 들어갑니다. 그래야 맛있어요.”

냉면이 주제일 때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영화제작자 이주익은 자신의 책 ‘불현듯, 영화의 맛’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양냉면은 일제강점기에 상품화되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음식인데 육수는 지금처럼 고기를 삶아낸 것이 아니라 ‘아지노모토’라는 조미료의 맛에 힘입은 것이었다. 당시 신문에는 냉면의 육수는 아지노모토가 책임진다고 자부심 당당하게 광고를 싣기도 했다”고 썼다.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음식 블로거 ‘레이니’로 활동하는 박찬익 R고기 대표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서북면옥’을 추천했다. 그는 “적당히 투박하고 까슬한 느낌의 면발이 심심한 육수와 잘 어울린다”며 “양지머리를 찢어서 곁들이는 비빔냉면도 별미”라고 말했다.

◇1만원 이하 비빔냉면

평양냉면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선택지는 조금 넓어진다.

특히 젊은 세대에겐 냉면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중독적 매운맛의 ‘빨간 냉면’이 유행이다.

만원 이하 냉면 맛집

서울 강동구 천호시장 냉면 골목에 있는 ‘송월냉면’은 정신이 바짝 들 정도로 맵다. 처음엔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비빔으로 먹다가, 살얼음 둥둥 띄운 차가운 육수를 부어 마무리한다. 32년 전 시어머니가 문을 연 식당을 지금은 며느리인 엄옥흠 대표와 손자, 손녀가 함께하고 있다. 고명으로 올리는 열무, 사골로 만드는 육수, 사태살 삶은 물로 만드는 양념장까지 전부 직접 만든다.

“면만 받아 써요. 오래전부터 함께하던 곳인데 엄청 깔끔하게 만들어요.”

‘배칠수 맛집탐험대’를 운영하는 김호찬 청류벽 대표는 “매끈하고 쫄깃한 면발과 살짝 얼린 이온음료 느낌의 육수는 시장 냉면 치고는 단맛이 적절한 편이고 신맛도 너무 튀지 않아 밸런스가 꽤 훌륭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미우 대표

이태원 ‘동아냉면’은 이태원에서 냉면 팔아 건물을 올렸다는 전통의 맛집. 젊은이들에게는 빨간 냉면 성지로 불린다. 엽기떡볶이 냉면 버전처럼 맵고 자극적인 맛으로 다음 날 고생할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 받는 날이면 또 좀비처럼 걸어가 줄 서게 되는 곳이다. 소고기집 미우의 이용훈 대표는 “묘하게 당기는, 매력적인 맛”이라고 말했다.

 

만원이하 냉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