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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한국의 스시

오완선 2021. 11. 27. 10:59
지금 유행하는 스시의 원형은 19세기 초반 에도(도쿄)에서 시작된 스시다. 패스트푸드식 대중 음식으로 일본식 포장마차인 '야타이'에서 팔았다. 에도시대의 스시 야타이 그림.

회전초밥집의 빙빙 돌아가는 접시엔 스시 두 개가 놓여 있다. 왜 두 개일까? 옛날 스시는 요즘의 2.3배 크기였다고 한다. 한입에 넣을 수 있도록 나눠 내기 시작한 데에서 접시당 두 개가 됐다는 것이다. 스시는 포장마차에서 주먹밥처럼 크게 만들어 팔던 대중 음식이다. 값이 비싸지고 장소가 화려해졌지만 요즘도 포장마차 때처럼 셰프가 손님을 마주하고 스시를 만들어 주는 곳이 많다.

▶옛날 스시는 밥과 생선을 섞어 발효시킨 한국의 식해 같은 음식이었다. 발효는 저장고가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19세기 들어 수산물이 풍부한 도쿄를 중심으로 발효 대신 식초로 초밥을 만들고 생선 등을 올려 바로 내기 시작했다. 지금 스시의 원형이다. 일종의 패스트푸드였다. 20세기 들어 냉장 기술 발전 덕분에 값비싼 날생선이 올라가면서 스시는 점차 미식가가 찾는 고급 음식으로 변했다.

▶사시미(일본식 회)가 아니라 스시가 일본의 대표 음식이 된 것은 밥이 생선맛을 훨씬 좋게 하기 때문이다. “스시 맛은 밥이 60%”란 말이 있다. ‘밥 짓기 3년, 스시 주무르기 8년을 거쳐야 장인이 된다’는 말도 있다. 까다로운 셰프는 원하는 밥맛을 내기 위해 여러 산지의 쌀을 섞어서 사용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스시는 재료 하나하나에 상당한 연구와 내공이 필요한 음식이다.

 

▶미쉐린 가이드 도쿄가 처음 나온 건 2008년이다. 이때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스시 장인 2명이 지금은 모두 탈락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지로의 꿈’ 주인공인 오노 지로는 얼마 전 평가 대상에서 빠졌다.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해져 일반인이 사실상 갈 수 없게 된 탓이다. 미쉐린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은 제외한다고 한다. 지로의 제자인 미즈타니 하치로는 암에 걸려 은퇴했다. 10여 년 전 그를 만났을 때 “일이 너무 힘들어서 제자들이 가게를 잇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평생 매일 16시간씩 일했다고 했다. 1년 치 예약이 다 차도 하루 10석 손님이 전부라 큰 돈도 못 번다고 했다.

▶최근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별점을 받은 식당 33곳 중 일식당이 8곳이었다. 대개 스시집이다. 한식집 숫자와 같다. 한국의 스시는 30~40년 전 호텔에서 시작했다. 유명 셰프의 계보를 따지면 대개 신라와 조선호텔로 올라간다. 이제 맛과 질이 일본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대중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싸지만 질 좋은 스시집은 아직 많지 않다. 음식엔 국경도, 민족도 없다. 세계 최고의 스시도 한국에서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