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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영남알프스를 모르시나요?…완등하면 보물 준대요

오완선 2022. 3. 26. 10:42

맑은 날 운문산 중턱에서 내려다본 풍경. 울산을 둘러싼 해발 1000m 9개 산을 일컫는 영남알프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등산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 제공 = 박원희 울산 동강병원 이사장]

사람들이 사는 마을엔 매화가 피고 벚꽃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지만 신불산 정상에는 아직 봄이 멀다. 바위틈과 그늘진 곳에는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산 아래 푸릇한 기운이 정상까지 물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 가파른 산길을 오른 등산객들은 땀이 식자 서둘러 여벌 옷을 꺼내 입는다. 평일임에도 정상석 주변은 완등 사진을 찍으려는 10여 명의 등산객들이 줄을 섰다. 지난 23일 풍경이다. 산행은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홍류폭포~칼바위 코스로 했다. 홍류폭포부터 칼바위까지 등산로는 수직에 가깝다. 칼바위는 이름 그대로 칼날 같은 암릉이 능선을 타고 이어진다. 바위 양옆은 낭떠러지라 오금이 저릴 정도다. 정상에 서면 동해가 보이고 왼쪽은 간월산, 오른쪽은 영축산이다. 신불산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영남권 억새 명소인 간월재와 신불재가 펼쳐져 있다.


운문산 대문바위

등산객 김수영 씨(45·울산시 중구)는 "코로나 시대에 영남알프스를 오르면서 갑갑한 마음을 풀곤 했다"며 "지난해 영남알프스 9개 산을 모두 올랐는데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사계절 어느 때 등산을 해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울산을 둘러싸고 있는 해발 1000m 이상 산들이 모여 영남알프스라 불린다. 산세와 풍경이 스위스 알프스만큼 좋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08m), 고헌산(1034m) 7개 산에 운문산(1188m), 문복산(1015m)을 포함하기도 한다. 신불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운문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남한 100대 명산이다.


신불산과 영축산 사이 신불재 캠핑.

영남알프스는 가을 억새로 유명하다. 신불재, 간월재, 재약산과 천황산 동쪽 사자평은 가을이면 순백의 억새가 물결을 이룬다. 울산시 관광 정보에 따르면 영남알프스 억새 면적은 710만㎡(200만여 평)가 넘는다. 한강 이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남알프스가 유명세를 탄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이 한몫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실내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등산이 인기를 끌었고, 경치가 좋은 영남알프스에도 등산객이 몰렸다.

울산 울주군이 한 통신사 기지국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영남알프스 일대 방문 인구는 2020년 104만명에 달했다. 2018년 10만8000명과 비교해 10배 정도 늘어났다. 하루 평균 방문 인구는 2019년 500명, 2020년 3000명, 2021년 800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젊은 층과 여성 등산객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알프스 방문 인구 중 10~30대의 비율은 2019년 21%에서 2021년 30%로 증가했다. 여성 비율도 2019년 37%에서 2021년 42%로 늘어났다.

울주군의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사업은 올해도 계속돼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울주군은 영남알프스 9개 산을 모두 오르면 무게 31.1g 순은으로 만든 6만5000원 상당의 은화를 기념품으로 지급해 소위 '대박'을 쳤다. 울주군은 당초 완등자 1만명을 예상했으나 3배가 넘는 3만2000명이 완등에 성공했다. 이 사업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면서 예산 부족으로 기념품 지급이 지연되고, 올해부터 은화 대신 다른 기념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남알프스 산들은 등산 코스가 다양하다. 코스마다 안내판도 잘 설치돼 있다. 가지산은 울산 석남사 인근 주차장과 석남터널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석남터널 코스는 석남사 주차장보다 높은 고도에서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 신불산과 간월산은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코스가 유명하다. 복합웰컴센터는 주차가 편하고 무료다.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이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체력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번에 3개 산을 모두 오를 수 있다. 신불산 칼바위와 간월산 공룡능선 코스는 험로로 다소 난도가 있다. 영축산은 양산 통도사 인근 지산마을에서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천황산과 재약산은 주로 밀양 표충사 뒷길이나 배내고개 등에서 올라간다.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할 경우 얼음골 케이블카를 이용해 8부 능선까지 올라간 뒤 등산을 시작해도 된다. 운문산은 밀양 석골사, 고헌산은 언양 고헌사, 문복산은 경주 산내면 대현3리 마을회관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잘 알려져 있다. 가지산·운문산, 고헌산·문복산은 코스에 따라 하루 산행으로 다녀올 수 있다. 영남알프스는 KTX 울산역에서 자가용으로 30분 안에 도착 가능한 곳에 있지만 울산역에서 산 입구까지 시내버스 교통편은 불편하다. 자가용 이동이면 주말이나 봄·가을 성수기에는 주차, 택시를 이용하면 교통비가 부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