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커피로 마음 달래더니…

오완선 2012. 7. 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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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더치커피 한잔~"

삼성화재 홍보팀 미디어파트 최명일 책임(38)은 팀 내 이런 문자를 받는데 익숙하다. 회사 내에서 `바리스타`로 통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훈택 상무(언론홍보)님이 커피를 부탁하셔서 일주일간 숙성시킨 더치커피(500ml)를 드렸어요. 더치커피는 일반 커피와 달리 숙성기간에 따라 깊은 맛을 내죠"

지난 27일 서울 을지로에 소재한 삼성화재 본사 접견실에서 만난 최명일 책임은 연신 더치커피 얘기를 쏟아냈다.

"기다림의 미학이랄까. 더치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해져요. 만드는 과정에 따라 맛이 다르거든요"

더치커피는 일반적으로 원두를 뜨겁게 가열해 순식간에 뿅~ 하고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작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차가운 물을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려 오랜 시간에 걸쳐 커피를 만들기 때문이다. `커피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 책임이 커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9년 어느 날.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녀와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인 소개로 홍대에서 만난 여자 분이 분위기 좋고 커피가 맛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 `칼디커피` 이었어요. 들어가 보니 여러 가지 커피기구들이 많이 있어서 신기했고 음악, 분위기 등이 너무 좋더군요"

이후 이곳은 최 책임의 데이트 장소가 됐다. 최 책임의 그녀 역시 커피 사랑이 남달랐기에 둘은 통했다. 최 책임에게 있어 커피는 사랑을 이어준 `징검다리`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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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당시에는 체인점 위주의 커피전문점이 많았는데 칼디커피에선 핸드드립으로 추출한 커피를 팔았어요. `아~ 이게 진짜 커피 맛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커피 매력에 푹 빠졌었죠. 사랑에도…"

커피에도 푹 빠지고 그녀와의 사랑도 깊어갔다. 최 책임의 그녀 또한 적지 않은 나이었기에 결혼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사랑은 변한다고 했든가 어느 순간부터 영문도 모르게 연락이 잘 되지 않던 그녀는 결국 최 책임을 떠났다.

"칼디커피에서 커피 취미반 과정을 운영해서 같이 핸드드립 커피 만드는 법도 배우곤 했는데… 어느 날 영문도 모르게 연락이 안 되더니 헤어지게 됐어요. 왜…"

최 책임은 마음을 줬던 그녀 이야기를 꺼내면서 표정이 굳어졌다.

"그땐 마음고생 많이 했습니다. 사랑이란 게 이렇게도 힘들구나"

하지만 시간은 자연스럽게 아픈 상처의 기억들을 잊게 해줬다. 지금은 더치커피 삼매경에 빠져 온통 머릿속에 커피 생각뿐이다.

최 책임이 더치커피를 시작한 것은 지난 6월부터다. 그 이전에는 핸드드립 커피를 즐겼지만 여름이 오면서 뜨거운 것 보다 찬 것을 찾게 됐고 아이스커피의 으뜸인 더치커피에 관심을 두게 됐다. `바리스타`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때부터.

"직접 더치커피를 만들어 보면 만드는 과정이 만만치 않아요. 거의 `다도` 수준이랄까요. 원두의 신선함, 물의 양, 숙성 정도 등에 따라 맛이 달라져 여간 까다롭지 않아요. 하지만 커피를 만들어서 동료들과 나눠 마실 때 동료들이 즐거워하는 게 좋아서 계속 만들게 돼요"

직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최 책임이 숙성시킨 더치커피를 사무실 냉장고에 넣어두면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다.

"가히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바리스타 `최`라고요. 제가 만든 커피 때문에 커피체인점에 안 갈 정돕니다. 체인점에서 파는 커피는 커피인지 커피물인지 분간이 잘 안간다면서요. 하지만 더치커피는 진하고 커피향이 오래 남아 있어서 그런지 직원들로부터 반응이 꽤 좋답니다"

이제는 누가 봐도 전문 바리스타 못지않다. 핸드드립은 기본 더치커피까지 섭렵했다.

"커피를 즐기기 원하는 사람에게 참숯블렌드를 추천해요. 원두의 종류와 양을 가장 최적의 조합으로 만든 것이라 거부감 없이 무난하게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죠"

"저는 주로 단일품종인 코스타리카SHB의 원두를 사서 더치커피를 만들어요. 향과 맛이 독특하거든요. 달콤한 `고구마향`이라할까. 동료들과 나눠 마시면서 평가를 받아보기도 해요"

최근엔 직접 더치커피 받침대를 만든 것을 비롯해 발품을 팔아 더치커피에 필요한 장비들을 속속 모으고 있다.

"사실 더치커피는 직접 배운 건 아니고 커피숍에서 보고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적당한 기구를 사서 만들어 봤어요. 시중에 판매하는 더치커피 기구는 상당히 비싸거든요"

최 책임이 커피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통의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그가 회사 내 미디어파트에 종사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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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커피의 공통점이요? 소통의 매개체 아닐까요? 커피 한잔을 하면서 자유롭게 대화 할 수 있는 분위기, 이것도 커피의 매력이죠"

최 책임은 기회가 된다면 커피전문점을 내고 싶다는 꿈도 들려줬다.

"기회가 된다면 시골 한적한 곳에서 커피전문점을 차리고 싶네요. 사실 요즘 색소폰을 배우고 있거든요. 제가 음악에 대해서는 영 젬병이라 한 10년 목표로… 2009년에 시작은 했는데 중간에 2년 정도 쉬다가 지금 다시 배우고 있어요. 나중에 커피전문점을 차린다면 손님들에게 멋진 색소폰 연주를 들려주고 싶거든요"

커피가 너무나 좋은 그지만 이제는 커피보다 짝을 더 찾고 싶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커피와 애인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애인 아닐까요. 저도 남자랍니다. 커피가 아무리 좋아도 애인만 하겠어요. 단 서로의 마음이 잘 맞는다면 이겠죠"

"잠깐 한 가지 더! 더치커피 평생 공짜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단 미혼인 여성분에게만 해당 되니, 대충~ 무슨 이야긴지 감 잡으셨죠"

◆ He is…

최명일 책임은 1974년 전남 함평 출생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육군 3사관학교 소위로 임관해 2군단 702특공연대 1대대 통신장교 근무 및 대위로 전역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채널브이에서 방송송출담당, 종합편집실 방송프로그램 종편담당, 부조정실 영상 및 음향 담당 업무 등을 맡았다. 이후 2005년 12월 삼성화재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현재까지 홍보팀 미디어파트 방송시스템 운영 및 제작지원 업무를 담당해 오고 있다.

 

 

최명일 책임 "사랑 때문에 커피에 푹~ 이제는 바리스타 뺨쳐"
기사입력 2012.07.31 10:23:39    매경에서.



[전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