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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가격에 수입차 샀다가는 땅치고 후회

오완선 2012. 7. 3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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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국산차 가격에 살 수 있는 수입차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가격만 보고 수입차를 산다면 비싼 수리비 등으로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부작용도 나올 수 있어 깐깐하게 비교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는 국산 승용차 및 SUV를 살 수 있는 폭스바겐 골프 및 티구안,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큐브 등 2000만~4000만원대 자동차가 많다.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에도 3000만원대에 살 수 있는 골프, 티구안, 캠리, 프리우스가 포함됐다. 4000만원대에 살 수 있는 BMW 320d와 벤츠 C200을 포함하면 베스트셀러 10개 모델 중 6개 모델이 쏘나타나 그랜저 가격에 살 수 있는 수입차인 셈이다.

올 하반기에도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 닛산 뉴 알티마, 포드 이스케이프 등 대중적인 수입차들이 몰려온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수입차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브랜드 및 차종도 다양해졌고 전체 수입차시장 규모도 급성장했다. 수입차시장이 개방된 87년에는 1개 브랜드가 10대를 파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5개 브랜드가 10만대를 판매했고 올해에는 25개 브랜드가 350개 모델로 12만대를 넘게 팔아 자동차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수입차시장은 급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애프터서비스 분야의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입차 고객들도 ‘자동차는 프리미엄인데 서비스는 기대 이하’라고 평가한다. 국산차보다 비싼 수리비와 국산차메이커보다 부족한 정비센터가 그 원인이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세계자동차기술연구위원회(RCAR)가 정한 국제적 시험기준으로 손상성 및 수리성을 평가한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자동차기술연구소는 지난해말 현대 그랜저HG, 기아 K7, 한국지엠 알페온, 도요타 캠리, 포드 토러스, BMW 320d 등 6개 차량의 수리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입차 3개 차종의 전면 및 후면 평균수리비는 1456만원으로 국산 3개 차종의 275만원보다 5.3배 높게 나왔다.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부품가격은 평균 6.3배, 공임은 5.3배, 도장료는 3.4배 비쌌다.

한국소비자원도 수입차는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비센터 수가 충분하지 않고 수리비 산정기준도 정비업체, 보험사에 따라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지난 6월 벤츠, BMW, 폭스바겐, 혼다, 아우디, 렉서스, 도요타 등 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정비센터 1곳당 차량등록대수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정비센터 1곳이 감당해야 하는 차량대수는 벤츠 3672대, BMW 3306대, 폭스바겐 2677대, 혼다 2625대, 아우디 2589대 순이었다.

소비자원은 수입차메이커들이 원활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비센터 확충과 함께 기존 1~2급 정비공장을 협력업체로 지정하는 등 전국 정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수입차 부품 병행수입 활성화로 부품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등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프터서비스 문제는 수입차 운전자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가격도 비싸고 수리비도 비싼 수입차와 사고가 나면 국산차 사고보다 몇 배 비싼 수리비를 물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입차가 접촉사고를 냈는데도 피해자인 국산차 운전자가 더 비싼 수리비를 부담하는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몇 년 전 7억원대의 마이바흐를 중고차 가격이 100만원 안팎에 불과한 프린스가 살짝 뒤 범퍼를 받았던 사고에서 마이바흐의 수리비는 2400만원이 나왔다. 당시 프린스 운전자는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한도를 2000만원으로 설정해 나머지 400만원을 자신이 부담했다. 피해자가 마이바흐가 아니라 국산차였다면 보험처리를 하지 않아도 100만원 이하에 해결할 수 있었다.

상대 차의 손상을 보험사가 보상해주는 대물배상 한도를 예전에는 2000만원이나 3000만원으로 책정했다가 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1억원 이상으로 가입하는 운전자가 많아진 것도 이 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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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가치도 수입차메이커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중고차 가치가 더 빨리 하락한다. 같은 값에 국산차와 수입차를 산 소비자가 있다면 수입차를 산 소비자가 중고차로 팔 때 손해를 더 본다는 뜻이다.

SK엔카에 의뢰해 2010년식 모델의 중고차 감가율(신차 가격 대비, 7월 시세 기준)을 분석한 결과, 그랜저 Q240 기본형은 26.6%, 쏘나타 탑 고급형은 23.3%, 기아 K5 스마트는 15.2%로 나왔다. 수입차의 경우 도요타 캠리 2.5는 30.9%, BMW 528i는 31.6%, 벤츠 C220 CDI 아방가르드는 36.9%, 포드 토러스 SEL은 40.0%로 조사됐다.

수입차업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BMW,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도요타 등이 중심이 돼 정비센터 확충과 서비스 품질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 벤츠, BMW 등은 인증 중고차 제도로 중고차 가치를 향상시키고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도 지키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재희 한국수입차협회 회장(포드코리아 사장)이 지난 17일 열린 수입차시장 개방 25주년 기념 행사장에서 “수입차업계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양적 측면뿐 아니라 소비자 만족 증대 등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내실이 단기간에 다져지는 게 아닌데다 수입차 가격 인하로 발생한 이익 감소를 정비를 통해 보충하려는 수입차메이커도 많아 애프터서비스 문제는 상당기간 수입차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내에서 수입차 메이커들의 시장 확대를 경계하기 시작한 국산차메이커들은 상대적으로 강점인 애프터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수입차의 공세를 저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급성장한 국내 1위 메이커인 현대차가 가장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현재 직경 서비스센터 23곳, 서비스협력사 1419곳 등 총 1442곳의 애프터서비스망을 운영중이다. 수입차의 경우 25개 브랜드가 260곳의 서비스센터를 구축한 상태다.

현대차는 국산차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 안방을 공략하는 수입차 시장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고객들의 정비서비스 불신을 해소하고 서비스 협력사의 투명경영을 강화해 고객 불만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과잉정비 예방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고객이 서비스 협력사에서 정비를 받은 뒤 상담센터에 과잉정비 여부 판단을 접수하면 정비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단의 조사와 판정을 거쳐 과청구 금액의 300%를 보상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차는 7월부터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시범운영해온 원격정비 지원 시스템을 서비스 협력사 전체로 확대 운영하고 고난이도 수리에 효과적인 차세대 이동형 원격정비 지원 장비 보급도 확대한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감성·감동 캠페인 및 서비스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는 전략도 동시에 펼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고 인정받기 위해 내건 가치는 ‘리브 브릴리언트’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고객들의 삶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라는 게 핵심이다.

현대차는 또 고객이 정비를 기다리는 동안 골프나 안마를 즐기고 체지방과 혈압을 측정하는 등 건강관리까지 할 수 있는 서울 남부서비스센터, 꽃을 테마로 한 서초 프리미엄 플라워샵 등을 통해 고객 감동을 추구하고 있다.

 

 

비싼 수리비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
기사입력 2012.07.30 10:54:34 | 최종수정 2012.07.31 09:26:09   매경에서.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