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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한방울까지 꼼꼼하게 따져봤다… 新연비 대해부

오완선 2013. 1. 11. 07:43

입력 : 2013.01.10 03:04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30.5% 하락, 벤츠 C250 연비는 오히려 9.9% 상승

유럽 고급車 우수한 편 - 舊연비와 新연비 비교했더니
아우디가 하락 폭 제일 적어… 도요타 연비 가장 많이 하락
한숨 나오는 국산車 연비 - 高연비 디젤 10위권, 국산 全無
1등급 받은 휘발유 국산車는 쏘나타·K5 하이브리드 유일

올 들어 도입된 신(新)연비 기준으로 각 자동차 회사 평균 연비를 조사했더니 아우디·벤츠 등 유럽 고급 차 브랜드의 연비 하락 폭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요타·현대차·혼다 등 대중 차 회사의 연비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는 본지가 국내 자동차 회사와 수입 차 업체의 자료를 받아 구연비에 비해 신연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조사한 결과다. 작년 말에 새로 등장해 신연비 수치로만 발표한 차량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신연비는 정부가 올해부터 국내 시판 전 차종에 표시를 의무화한 국내 공인연비 기준이다. 도심, 고속도로, 고속 및 급가속, 에어컨 가동, 외부 저온 조건 주행 등 5가지 상황을 복합적으로 측정한다. 소비자 체감 연비에 더 근접하기 때문에 차량에 따라 구연비보다 5~20%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신연비로 했을 때 연비가 떨어진다고 자동차 업체가 의도적으로 연비를 과장했다고는 볼 수 없다. 구연비와 신연비는 측정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신연비로 했을 때 종전보다 하락 폭이 적은 경우는 연비 기준과 무관하게 체감 연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대형·고급 브랜드 연비 덜 떨어져

구연비 대비 신연비의 하락 폭이 가장 적은 브랜드는 아우디였다. 브랜드 평균 신연비가 구연비보다 3.5% 떨어지는 데 그쳤다. 메르세데스-벤츠는 4.1% 하락해 그 뒤를 이었다. 하락 폭이 10% 이내인 브랜드에는 중·대형차 위주의 고급 차 브랜드가 대부분이었다.

하락 폭이 가장 큰 브랜드는 도요타였다. 현대·기아차와 혼다·닛산 등 대중 차 브랜드도 하락 폭이 컸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대중 차 브랜드가 엔진이 작고 힘이 떨어지는 중·소형차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고급 차 브랜드는 강력한 힘을 내는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 많아 신연비로 바뀌어도 연비 감소 폭이 소형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소형차로 갈수록 연비 하락

그동안 대형차보다 소형차의 체감 연비가 더 나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분석을 통해 실제로도 그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 경·소형차의 신연비는 구연비보다 15~20%가량 떨어졌다. 특히 기아 소형차인 쏘울의 신연비는 구연비보다 23.6%나 떨어졌다. 쏘울이 작년 말 미국에서 발생한 현대·기아차 '연비 강등' 사태 때 연비 강등 폭이 가장 컸다는 것과 일치하는 결과다. 기아 경차 레이도 20.6%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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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그룹의 소형차 전문 브랜드 미니의 연비 하락 폭이 매우 크게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니 브랜드 평균 신연비는 구연비보다 15.7% 떨어져, 하락 폭이 국내 시판 브랜드 가운데 둘째로 컸다. 미니는 판매 차종이 20여개에 달하지만 전부 소형차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대로 엔진이 크고 힘이 좋은 차일수록 구연비 대비 하락 폭이 적었다. 현대차 에쿠스 5.0은 구연비 대비 신연비 하락률이 8%에 그쳤다. 또 그랜저·K7의 경우 2.4L(리터) 엔진 모델의 연비 하락률(11.7%)보다 3.3L 엔진 모델의 하락률(8.3%)이 더 낮았다.

◇좋은 연비? 하이브리드車의 배신

신연비를 적용했을 때 특징 중 하나는 하이브리드 카 등 연비 향상 기술을 적용한 차량의 연비 하락 폭이 컸다는 것이다.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 프리우스의 신연비는 구연비보다 각각 30.5%, 28.1% 떨어져, 브랜드 전체의 신연비를 끌어내리는 주요 원인이 됐다. 현대·기아차의 경우도 아반떼·포르테 하이브리드와 쏘나타·K5 하이브리드의 하락률이 각각 21.3%, 20%에 달했다. 또 현대·기아차 중·소형차 가운데 연비 향상 기술인 ISG(Idle Stop&Go·공회전 시 엔진 자동 멈춤) 기능을 탑재한 차량의 연비 하락률이 일반 차량보다 더 높았다. 엑센트 1.6 일반 차량의 구연비 대비 하락률은 16.2%였지만, ISG 기능 탑재 모델의 경우 하락률이 19.2%에 달했다. 쏘나타의 경우도, 2L 엔진 일반 모델(15%)보다 ISG 탑재 모델(18.2%), 터보 직분사엔진 모델(19.5%), 하이브리드 모델(20%) 등 연비 향상 기술을 적용한 나머지 모델들의 연비 하락률이 더 높은 특징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연비 향상 기술이 실제 주행 조건에선 그리 큰 효과를 못 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산車 연비 향상 노력해야

신연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연비가 좋은 차 상위권을 수입 차가 휩쓸고 있다. 연비가 휘발유차보다 더 좋은 디젤차(자동변속기 기준)의 경우 연비 좋은 차 1~10위가 전부 수입 차다. 20위권 안에도 국산 차는 현대차 엑센트·i30 디젤이 유일하다.

휘발유차의 경우도 도요타 프리우스, 렉서스 CT200h 등 일본 하이브리드카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산차 가운데 연비 1등급(L당 16km 이상)에 해당하는 차는 쏘나타·K5 하이브리드(L당 16.8km)가 유일하다. 산업연구원 조철 주력산업팀장은 "국산 차 업체들이 내수시장을 방어하기 위해선 수입 차 업체와 연비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