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거 하나면 끝…집전화 맞아?

오완선 2013. 1. 15. 07:48

등록 : 2013.01.14 20:18 수정 : 2013.01.14 20:18

‘올 아이피’ 방식 본격 도입
TV·전화·인터넷 융합 상품 안방에
집전화로 TV시청·인터넷도 척척
밖에선 무선랜 활용 스마트폰처럼
LG 선점에 네트워크 내세운 KT 추격

방송·전화·인터넷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가 본격 도래하고 있다. 음성·영상 등 각종 신호가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으로 통합되는 ‘완전 인터넷방식’(ALL IP·올아이피) 기술의 보급에 따라서다. 이를 바탕으로 텔레비전(TV)·집전화·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등이 하나의 서비스처럼 통합되고, 서비스 이용 때 사용되는 기기 사이의 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 통신사들 ‘TV·전화·인터넷 융합’ 가속 지난 7일과 9일 케이티는 스마트집전화 ‘올레 스마트홈 폰 에이치디(HD)’와 스마트티브이 ‘올레티브이 스마트 팩’을 잇따라 출시했다. 5인치 대화면을 채택한 ‘올레 스마트홈 폰 에이치디’는 음성 통화는 물론 고화질 영상 통화 기능을 제공했고, 모바일 올레티브이 시청, 라디오 청취, 음악 감상도 할 수 있다. ‘올레티브이 스마트 팩’은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 시청은 기본이고, 웹 검색이나 앱(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인터넷과 통신·방송·전화가 융합된 상품은 엘지유플러스(LGU+)가 먼저 내놨다. 지난해 6월 스마트집전화 ‘070플레이어’를 내놔 첫 테이프를 끊었고, 10월에는 구글티브이와 결합한 셋톱박스형 스마트티브이인 ‘유플러스티브이 지(u+tv G)’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이 이름은 전화기지만 실제는 디지털 융복합기이듯이, 이들 제품도 이름만 ‘집전화’, ‘텔레비전’일 뿐 실제는 통신·방송·인터넷을 넘나드는 종합 디지털기기에 가깝다. 스마트집전화는 집 밖으로 가지고 나와 무선랜(와이파이) 구역에서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 쪽은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다. 회사 차원의 우선 전략이 알뜰폰(MVNO)과 교육·의료 등 탈통신 분야에 맞춰져 있는데다, 업무 조직이 제각각인 탓이다. 현재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집전화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자회사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가, 아이피티브이는 손자회사인 브로드밴드미디어가 맡고 있다. 브로드밴드는 4일 브로드밴드미디어와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 쪽은 “인터넷집전화와 아이피티브이 사업을 한 회사가 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 출시를 목표로 셋톱박스형 스마트텔레비전을 개발 중이다.

10년 전만 해도 개인과 가정은 각각 계약을 맺고 텔레비전(방송파)·유선전화(전화국)·휴대전화(이동통신사)·초고속인터넷(브로드밴드사)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인터넷 전국망 구축과 함께 인터넷집전화(인터넷+유선전화)와 아이피티브이(IPTV·인터넷+방송)가 나타나더니, 이젠 고도로 융합된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는 흐름이다.

이런 변화가 가속화하면, 이용자들로서는 개별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이용할 때보다 편리해지고, 다양한 기기에서 여러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묶음 서비스가 일반화하면서 갈아타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통신시장 독과점이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시장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 관심사다. 공교롭게도 이동통신 점유율과 반대 순서로 통신·방송·인터넷 융복합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엘지가 ‘선방’을 날리고 가장 앞서 가고 있다. 대신 케이티는 유선전화 시장의 앞선 네트워크와 풍부한 콘텐츠가,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동통신과의 융합과 자금력이 강점이다.

■ 탈통신의 한 방편?…현실화는 험난 통신사들의 또다른 올아이피 전략으로는, ‘엘티이 기반 음성통화’(VoLTE)와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조인’(joyn)이 있다. 지금까지 휴대전화 음성통화는 데이터통신망과 별도의 망을 통해 이뤄졌는데, 엘티이 기반 음성통화는 데이터통신망에 합쳐 운용된다. ‘완전 인터넷방식’ 시대의 음성통화 서비스인 셈이다. 카카오톡에 대응하기 위해 통신 3사가 공동 출시한 조인은 기존 메시징 기능에 대용량(100MB) 파일 전송과 실시간 위치정보 공유 기능 등을 더한 차세대 메시징 서비스다.

조인 서비스에서 보듯이 ‘완전 인터넷방식’ 강조는, 네트워크에 기반해 플랫폼(이용자들이 모이는 허브)과 콘텐츠(각종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 영역으로 진출하려는 통신사들의 의지를 반영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그런 희망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텔레비전, 전화 등과의 통합은 네트워크업체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올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피시(PC)의 네이버, 모바일의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 위에서 콘텐츠가 오가며 부가가치가 창출되는데, 방대한 조직과 자본력을 앞세우는 통신사들이 그에 걸맞은 창의력과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인 셈이다. 해외에서도 네트워크 업체가 플랫폼이나 콘텐츠 쪽으로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더한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