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접이식 자전거 선구자’ 혼 박사 인터뷰

오완선 2013. 7. 15. 10:45

접이식 자전거 선구자’ 혼 박사 인터뷰접이식 자전거 7년 연구 회사 설립
31년만에 세계 점유율 30%로 성장   

‘다혼’의 창업자이자 그룹 회장인 데이비드 혼 박사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엘에스(LS)네트웍스에서 다혼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엘에스(LS)네트웍스

LS네트웍스와 판매계약차 방한

전기 휴대형 스쿠터·트라이시클 등
친환경 이동수단 개발 나서
“우리 목표는 더 많이 파는게 아닌
더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 것”

 

접이식 자전거는 친환경 이동수단인 자전거의 휴대성을 크게 높인 발명품이다. 접이식 자전거를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인 이 분야의 선구자 데이비드 혼(73·사진) 다혼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엘에스(LS)네트웍스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혼 회장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화석연료 의존에 대한 대안으로 접이식 자전거에 착안했던 40년 전보다 지구의 환경 위기는 더욱 심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탈것’의 혁신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엘에스네트웍스 본사 10층 회의실에서 만난 혼 회장은 먼저 “내 이름이 영어식으로 혼이라고 쓰지만, 한자어가 한국과 같은 ‘한’(韓)”이라며 한국에 친밀감을 표시했다. 그는 “우리가 접이식 자전거를 처음 대만에 소개했을 때 ‘한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당시 한류가 인기를 끌어서 한국산으로 착각한 사람도 많았다”며 웃었다.

그가 1982년 동생과 함께 창업한 ‘다혼’은 세계 최대 접이식 자전거 제조업체다. 현재 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다혼의 자전거는 2000년대 초반 중소업체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지난해부턴 엘에스네트웍스를 통해 대리점과 인터넷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엘에스가 국내 판매를 관할하게 된다. 가격은 40만~70만원 선, 무게는 11~12㎏가량이다.

1940년 홍콩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혼 회장은 19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1964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이후 레이저 관련 전문가로 미국 항공업체 휴스에어크래프트사에 입사한 그는 레이저 파워 증폭 관련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으며 전략 레이저 개발 작업을 이끌었다. 그러나 자신의 연구가 전쟁무기 등에 쓰이는 것을 보면서 1970년대 초반부터 일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접이식 자전거 제조업체 ‘다혼’의 ‘지포 16’(Jifo 16). 창업자 데이비드 혼 박사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당시 오일 쇼크(유가 폭등)를 겪으면서 친환경 이동수단 영역에서 보람된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어느 날 타던 자전거를 자동차에 넣으려 바퀴를 분리하다가 ‘접히는 자전거를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7년 동안 차고에서 틈틈이 연구를 진행하다 1981년 회사까지 그만두고 시제품을 세상에 선보였지만 큰 자전거 회사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역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동생 헨리 혼과 함께 가수 ‘카펜터스’나 컴퓨터 회사 ‘에이서’ 등 관심을 보인 이들로부터 총 300만달러의 투자금을 모아 직접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1983년 선보인 첫 모델은 판매 시작 6개월 만에 생산한 6000대가 모두 팔려나가며 큰 인기를 끌었고 다혼은 급성장했다.

“우리의 목표는 더 많은 자전거를 파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입니다. 다혼이 경쟁사들의 혁신을 반기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접이식 자전거 시장에선 다혼을 비롯해 역시 선구자로 꼽히는 앨릭스 몰턴 박사가 창업한 ‘몰턴’, 앤드루 리치가 이끄는 ‘브롬턴’ 등이 끊임없는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 나은 친환경 이동수단(그린 모빌리티)을 개발하려는 그의 노력은 자전거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 포터블(휴대형) 스쿠터에서 세 바퀴로 움직이는 신개념의 탈것 ‘트라이시클’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중입니다. 포드, 혼다, 폴크스바겐 등 기성 자동차 회사들과도 공동 연구를 진행중이죠.”

성공한 기업가이면서 동시에 발명가이기도 한 그에게 한국의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창조의 근원은 타고나는 것과 길러내는 것 두 가지입니다. 길러내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시험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어른들이 창조성을 저해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 접이식 자전거의 역사

19C ‘군용’으로 첫 고안
2차 대전 때 실전 배치

현대식 접이식 자전거를 처음으로 대중에게 소개한 이는 ‘다혼’의 창업자 데이비드 혼 박사로 꼽히지만 접이식 자전거의 아이디어는 멀리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와 영국 등은 자전거라는 기술을 보병에 접목시키는 데에 관심이 컸다. 영국군은 실제 2차 보어전쟁(1899~1902)에 접이식 자전거를 휴대한 보병을 투입시키기도 했다. 이후 군에서는 개량을 거듭해 영국군은 2차 세계 대전에 낙하산 부대가 휴대할 수 있는 23파운드(약 10.4㎏) 무게의 접이식 자전거를 실전 배치하기도 했다.

민간에서 접이식 자전거가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하지만 당시 제품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미국의 다혼과 영국의 브롬톤 등이 콤팩트한 디자인과 작은 바퀴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제품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1980년대 초반을 현대 접이식 자전거의 태동기로 본다. 다혼은 2000년 ‘세계 최대의 접이식 자전거 생산업체’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접이식 자전거는 ‘미니벨로’로도 많이 일컬어지는데 둘이 같은 개념은 아니다. 미니벨로란 프랑스어로 ‘작은 자전거’를 뜻하는 말로 바퀴 지름이 20인치(약 50㎝) 이하의 자전거를 뜻한다. 접이식 자전거들은 대부분 기존 자전거에 비해 바퀴가 매우 작은 독특한 형태를 띠기 때문에 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지만, 미니벨로 가운데 접이식이 아닌 자전거들도 있다. 다혼의 창업주 혼 박사가 가장 좋아하는 접이식 자전거는 다혼의 ‘지포 16’(Jifo 16)이라고 한다. “다른 자전거보다 빠르고 힘이 좋기 때문”이다.

권오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