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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금학산

오완선 2013. 10. 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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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굽이치는 태극 물결을 본 적이 있는가

  • 홍천=김기환 월간 山 기자
  • 사람마다 산을 오르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원도 홍천 금학산(金鶴山·654.6m)을 찾는 산꾼들은 대부분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산길을 걷는다. 다름 아닌 '조망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다. 금학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완벽한 태극 문양을 이루며 흐르는 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굽이굽이 휘어진 홍천강이 그려낸 수태극(水太極)의 절경이 이곳에 있다.

    홍천 금학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홍천강. 굽이굽이 휘어져 태극 문양으로 굽이치는 강줄기가 장관이다.

     

    태극 문양의 홍천강 조망

    금학산은 홍천군 북방면과 남면 경계에 솟아 있다. 홍천강이 굽이치며 돌아가는 곳에 위치한 전망대 같은 봉우리다. 강원도의 산치고는 아담한 편이다. 하지만 강 옆에 당당하게 솟구친 모양새는 결코 범상치 않다. '큰 인물이 날 산세'라는 소문에 일제 강점기에 산정에 쇠말뚝을 막았다고 한다. 바로 옆 팔봉산과 함께 홍천을 대표하는 명산으로 꼽힌다.

    노일리 화계초등학교 노일분교 주변에서 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았다. 학교 뒤 길옆에 외지 번호판을 단 차들을 나란히 세워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바로 옆에서 어렵지 않게 등산로 안내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택과 농지 사이의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후 늦은 시간의 산행이지만 두 시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어 부담은 없었다.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촬영 : C영상미디어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산 위에서 보는 홍천강 전망이 환상적입니다. 그들의 얼굴에서 산행 뒤의 행복감이 느껴졌다. 기대를 가지고 천천히 발을 옮겼다. 경주김씨 제각(祭閣)을 지나 숲이 짙은 작은 계곡을 따라 오르니 편안한 능선길이 나타났다. 낙엽이 살짝 깔린 오솔길을 따라가며 느긋하게 가을 분위기를 즐겼다. 주변은 온통 숲으로 가려 전망은 없었다. 하지만 숲이 주는 아늑함만은 최고였다.

    정상이 가까워지며 점점 길이 가팔라졌다. 지그재그로 비탈을 가르는 산길에서 숨을 헐떡인 뒤 주능선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금학산 정상은 불과 100m 거리. 한달음에 도착한 산정에는 아담한 정상석과 널찍한 전망데크가 조성되어 있었다. 금학산을 찾은 이들을 위해 만든 쉼터였다. 땀에 젖은 배낭을 벗어 던졌다.

    "이렇게 멋지게 굽이치는 강이 또 있을까요!
    정상의 조망은 일망무제 그 자체였다. 뱀이 똬리를 튼 듯 구불구불 흘러가는 홍천강이 발아래 빛났다. 누렇게 익어가는 남노일리의 가을 들녘과 강물이 어우러지며 춤을 췄다. 그 뒤로 둘러싼 봉화산과 오음산, 매화산, 금물산은 한 폭의 병풍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철탑 하나 눈에 거슬리지 않는 깨끗한 산하가 펼쳐지고 있었다.

     

    석양 물든 가을 정취

    울창한 숲 속 등산길을 걷고 있는 등산객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수석처럼 아기자기한 산세를 자랑하는 팔봉산이 아득하게 내려다보였다. 바로 옆을 흐르는 강물이 물고기처럼 비늘을 반짝이며 튀어 올랐다. 용문산에서 뻗어 나온 장락산 줄기가 그 뒤를 감싸며 돌아갔다. 강원 내륙의 수려한 산악지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멋진 전망대였다.

    주변을 돌아보며 즐기는 사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석양이 물들기 시작한 금학산 꼭대기는 가을 정취가 가득했다. 바람맞은 마른 잎이 몸을 비비며 '우수수~' 울어댔다. 이대로 몇 시간이고 앉아 머물고 싶었지만, 가파른 하산길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어두워지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내려놓고 서둘러 산을 빠져나왔다. 한 줌밖에 남지 않은 금학산의 가을은 그렇게 깊어갔다.

     

    여행 수첩

    산행길잡이

    금학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많은 산길이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취재팀이 답사한 북방면 노일리 노일분교에서 시작해 경주김씨 제각~남릉~정상으로 이어진 코스는 약 2.2㎞ 거리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금학산의 산길 가운데 제일 부드러운 편에 속한다. 마지막 능선으로 오르는 구간의 경사가 상당히 급하니 주의해야 한다.

    북노일리 마을 노인정 앞에 주차가 가능하다. 이곳에서 마을 뒤편의 ‘고인돌 잔등’이라는 별명의 능선을 따를 수도 있다. 능선 상단부에 고인돌을 닮은 기암이 있어 붙은 이름이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어 정상으로 오르는 데 불편함은 없다. 약 2.8㎞ 거리로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이곳 역시 막판에 가파르다.

    금학산 북쪽의 금학산관광농원~북동릉으로 정상에 오르는 코스도 있다. 남노일리에서 남동릉이나 핏절골을 이용해 정상으로 산행도 가능하다. 이들 코스를 이용해 출발지점과 종점이 멀지 않은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취향에 따라 주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종주산행도 즐길 수 있다.

    교통

    일단 강원도 홍천까지 간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17회(06:30~ 21:30) 운행하는 홍천행 무정차 버스 이용. 1시간 30분 소요, 상봉터미널에서 1일 43회(06:20~21:10) 운행하는 홍천행 버스 이용. 홍천 시외버스공용정류장(033-432-7893, 7788)에서 양덕원~용수를 경유하는 버스 이용. 문의 현대교통 (033)433-0015, 433-0016.

    금학산 기점인 북노일리 일대는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아 자가용으로 가면 편하다. 수도권에서는 홍천 방면 44번 국도를 타고 단월에서 좌회전, 70번 국지도를 따라 명성터널~굴업리 삼거리에서 우회전, 9번 지방도로 들어가 대명비발디스키장을 경유한다. 대명비발디스키장에서 약 5㎞ 가면 왼쪽으로 느티나무식당이 보이고, 약 500m 더 가면 팔봉리 삼거리다. 이곳에서 오른쪽 좁은 길로 약 1.5㎞ 가면 팔봉교라는 작은 다리로 홍천강을 건넌다. 이후 1㎞ 떨어진 북노일교를 지나 ‘노일강변펜션타운’ 방향으로 약 5㎞ 가면 북노일리 마을에 이어 노일분교에 닿는다.

    맛집

    여행 기점인 노일분교 터 옆의 원조막국수집(435-4290)은 주인 이봉례씨가 이 자리에서 30년 넘게 운영하는 곳이다. 산행 전후에 막국수로 가볍게 허기를 달래기 좋은 곳이다. 금학산에서 멀지 않은 팔봉산유원지에 많은 음식점이 몰려 있다. 이 중 팔봉쉼터식당(033-434-9196)은 매운탕 전문으로 쏘가리와 잡어, 메기 등을 맛깔 나게 끓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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