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성경시대 1.

오완선 2013. 12. 24. 19:18

성경시대

 

날이 추워지면 길가의 나무들도 혼자 살겠다고 이파리를 모두 떨궈낸다. 야생 동물들은 겨울잠 자기 위해 구멍을 찾고, 사람들은 보약을 먹는다. 보약이라고 통칭하긴 하지만 엄밀하게 보약은 기를 보하는 보기제(補氣劑)와 부족한 피를 충실하게 해주는 보혈제(補血劑), 음이 부족한 음허를 보완하는 보음제(補陰劑),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에게 필요한 보양제(補陽劑) 등으로 나눠진다. 우리는 보통 몸이 허해지면 홍삼, 인삼이나 녹용과 같이 양기를 돋워서 몸을 덥히는 약만 보약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보(補)는 조절 개념이다.

 

동양의학에서는 질병이 있는 사람과 건강한 사람 사이에 여러 단계의 허약자들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모든 사람이 치료 대상이다. 비싼 보약을 먹으면서도 효과가 어떤지 따져보면 아리송하다. 보약을 먹은 후 아침에 일어날 때 찌뿌둥하던 몸이 쌈빡해지고 낯빛이 좋아 보이면 효험을 본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그게 다가 아니다. 탁 깨놓고 말하자면 남편이 아침에 벌떡 일어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음경이 벌떡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남성의 음경에는 스펀지와 같이 부드럽게 혈액을 담을 수 있는 말랑말랑한 해면체가 세 개 있다. 성적인 자극을 받아 중추신경이 신호를 보내면 해면체가 이완돼 내부에 혈액이 쏟아져 들어오고 음경에서 혈액이 빠져나가는 누출정맥은 확장된 해면체에 눌려 피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따라서 정력은 혈액의 순환이며 평소의 7배나 되는 피가 순식간에 해면체로 몰려올 수 있을 만큼 혈관이 충분히 건강하고 탄력성이 있어야 짱짱하게 발기된다. 정력의 실체가 바로 피인 것이니,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치료약을 지어야 할 것이다.

 

남편은 남편대로 정력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면 뭔가를 먹어서 헐크(Hulk)가 되고 싶어 한다. 몸에 좋다는 광고가 나오면 눈이 저절로 가고 귀가 솔깃해진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40대 이상 남성 중에 42%가 정력강화음식을 먹었으며 보신탕 61%, 개소주 41%, 흑염소 18%, 뱀 16%, 노루 피 10%, 해구신 7%, 자라탕 5%, 기타 7%순이었다.

 

정력제로 알려진 것들을 보면, 대부분 고열량 식품으로 스태미나를 증진시키는 기능이 있지만 이런 것들은 오히려 발기부전을 부추긴다. 발기부전의 기질적 원인은 90% 이상이 고혈압, 당뇨, 지나친 흡연과 음주, 고콜레스테롤로 인한 것이다. 특히 고지방, 고콜레스테롤은 직경 0.3~0.5㎜ 정도밖에 안 되는 음경동맥에 심한 손상을 주고, 혈관 벽에 쌓이면 동맥경화가 돼 피가 팡팡 돌지를 못한다. 정력이 좋아지려면 혈액순환을 좋게 해 음경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지 않아야 하고, 해면체 평활근육의 탄력성이 높아 쫙쫙 늘어나야 하며, 남성호르몬이 펑펑 분비돼야 한다.

 

운동을 하면 산화질소(NO)라는 수호천사가 나타난다. 천연 비아그라가 많아지면서 근육세포 내에서 c-GMP라는 물질이 늘어나 혈관이 찍찍 잘 늘어나고, 혈관에 기름기가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고,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이 잘되게 해 음경이 우뚝 서게 된다. 발기를 도와주는 비아그라는 돈 주고 사야 하고 잠깐 동안만 핏줄이 늘어나지만, 운동을 하면 혈관이 계속해서 뻥뻥 뚫리게 된다. 뭘 먹어서 세울까를 생각하는 것보다 어떤 운동을 할까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성경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3.12.23기사입력 201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