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여름 보양식을 조사했더니 74%가 삼계탕을 먹고, 18%는 보신탕을 먹으며, 나머지는 장어구이(3%)와 추어탕(2%)을 먹는다.
우리 조상들은 무더위를 잊기 위해 삼복(三伏)이라는 기간 동안 육(陸)해(海)공(空)의 고기로 몸 보양을 해왔다. 워낙 못 먹고살던 시대에는 이때만이라도 핑계를 대고 잘 먹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가뜩이나 더워죽겠는데 그 설설 끓는 개나 닭을 먹었을까? 한방에서는 사람의 몸도 사계절의 변화와 같이 변한다고 보는데, 여름에는 나무나 풀이 울창해지는 것처럼 몸의 양기가 모두 몸의 표면으로 나오고 속은 찬 기운만 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에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속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기운도 떨어져 더위에 이기는 저항력이 약해져서 몸의 표면은 점점 더워진다.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으면 속이 따뜻해지면서 기운이 생기고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저항력도 생기기 때문에 이열치열(以熱治熱)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땀을 삘삘 흘리면서 뜨끈한 보양식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나른하게 축 처져 있던 몸에서 기운이 펄펄 솟아나는 것만 같다.
본초강목에서는 개고기에 대해 양기를 북돋우며 혈맥을 이롭게 하며 허리를 따뜻하게 해준다고 적고 있다. 동의보감에서 개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몸의 허약한 것을 보충하고 혈맥이 잘 통하게 하고, 장과 위장을 든든하게 하고, 골수를 가득 차게 하고, 음경이 일어서게 하고 기력을 돕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아쉽게도 검증된 바는 없다. 그렇지만 식품영양학적으로 볼 때 개고기의 성분이 다른 고기보다 탁월하다거나 특별히 정력에 좋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말 그대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다. 어쩐지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우리가 자주 먹는 대표 보양식을 살펴보면 1인분을 기준으로 삼계탕 1001㎉, 지방 64%에 단백질 30%, 보신탕 995㎉, 지방 61%, 단백질 28%, 장어양념구이 1551㎉, 지방 60%, 단백질 21% 등으로 무지막지하게 열량이 많다. 농구 경기를 10분 동안 방방 뛰어야 90㎉를 태운다는데 멋모르고 삼계탕 한 그릇 먹으면 2시간쯤 뛰어줘도 본전이다. 그리고 동물성 단백질을 얻으려다 징글징글한 동물성 지방을 2배나 먹을 수밖에 없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찢어지게 가난한 집 밥상도 반찬이 네댓 가지나 되고, 좀 산다는 집은 나라님 수라상이 안 부러울 정도로 엄청 늘어놓고 먹는다. 보양식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데 유용하지만 너무 자주 먹으면 혈관 안이나 밖이나 기름 범벅이 된다.
요즘 세상에 최고의 보양식은 원기를 돋우고 피를 맑게 하고 혈관을 깨끗이 하는 유기농 채소다. 서양 속담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가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라는 말이 있다. 게다가 토마토는 정자 활동 왕성하게 해주는 빨간 비아그라다. 센스 있는 아내는 베란다에 고추, 상추를 키우겠지만 미련 곰탱이 아내는 남편 위한답시고 사흘이 멀다 하고 보양식만 먹이다 핏줄에 기름이 잔뜩 끼어 고생을 바가지로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