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은 일방적인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물리적으로 신체 접촉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 즉 강제추행을 뜻한다. 상대방 의사에 반해 옷을 벗기거나, 입을 맞추거나, 가슴이나 엉덩이, 다리 같은 몸을 만지는 행위다. 성추행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옥상, 교실, 어린이집, 우리 집, 음식점, 국토순례길, 버스, 지하철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대부분은 무사히 넘어가지만 재수가 없어(?) 걸리기도 한다. 안에서 샜는지 안 샜는지 잘 모르는 바가지가 이번에 바깥에서 심하게 샜다. 여자 엉덩이를 움켜쥐기도 하고, 호텔 방에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몸까지 보여줬다는 것이다. 서로 좋다면 온몸을 더듬어도 고마우시고, 홀딱 벗은 채 문을 열어줘도 같이 벗어주고 싶지만 아무런 사이가 아닐 때는 기분이 더럽다. 같이 즐길 때는 성추행으로 몰지 않는다. 성추행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성추행이 살짝 이해되는 희한한 데는 바로 나이트클럽이다. 바짝 몸을 붙이며 허리를 손으로 감싸는 낯선 남자의 ‘부비부비’는 명백한 성추행이지만 불쾌하다고 호들갑을 떠는 여자는 거의 없다. 모든 성범죄의 기준은 동의하느냐, 강제적이냐에 달려 있다. 그렇지만 성추행을 단순한 친근감 표시로 볼 수는 없다. 여자들의 허용 범위를 착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노출한다고 해서 만져달라거나 안아달라는 뜻이 아니듯 춤을 춘다고 해서 비비적거리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경계심을 풀었을 뿐이지, 날 잡아먹으라는 것은 아니다. 여자들의 허용 범위는 의외로 까다로우니 남자들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해도 되느냐’고. 성추행이란 게 증거를 잡기도 어렵고 기준도 애매하다. 이러하니 당하는 당사자도 아리송해서 이게 성추행인지 아닌지도 헷갈린다. 뒤늦게 귀엽다고 쓰다듬던 그 손길이 유달리 끈적끈적했다는 걸 떠올리고 약 올라 한다. 후배 사랑한답시고 무릎에 앉혀놓고 주물럭거리던 선배, 수고했다며 엉덩이 툭툭 쳐대는 상사를 정이 많아서 그런 거라 단순하게 생각했다. 스멀스멀 겨드랑이를 더듬던 남자의 손길을 버스가 워낙 붐비다 보니 손잡이 잡으려다 실수한 셈 쳐주고, 지하철 그 많은 공간 중 하필 내 앞자리에 서서 거시기를 적나라하게 들이대던 놈의 행동도 우연이라 착각하고 싶어 했던 바보들이 많다. 긴가민가 애매한 상황이 지나고 나서 형광등처럼 뒤늦게 친분과 관심으로 가장한 성추행이었음을 깨닫고 곱씹으며 열 받는 여자들이 대다수다. 상대가 예뻐해주고 사랑해줘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니면 아닌 것이다. 현장에서 경찰에 신고를 해 버리든가, 소리를 지르든가 침이라도 뱉어주며 화풀이라도 해야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시끄럽게 하기 싫어서 묻어두며 억울해 하지 말고, 예민하고 별난 여자 취급받아도 따질 건 따져야 한다. 성추행은 뿌리가 깊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에서 기인하는데 기생방도 맘대로 들락거리고, 첩도 데려다 살고, 종년 건드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세상이 변했는데 남자들은 그때 하던 짓들을 그대로 하고 싶어 하니 딱하기 그지없다. 손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들은 입도 뻥끗하지 않고 신고하지 않을 아내 치마나 들치는 게 안전빵일 것이다. 아내는 남편이 쓰다듬고 싶어 미칠 만큼 늘 새로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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