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성경시대 31

오완선 2013. 12. 24. 20:08

걸쭉한 가루지기타령에서 가장 야한 부분은 변강쇠가 옹녀의 옥문관(玉門關)을 굽어보며 “이상히도 생겼구나. ‘늙은 중의 입’일는지 털은 돋고 이는 없다. 도끼날을 맞았든지 금 바르게 터져 있다. 생수처 옥답인지 물이 항상 고여 있다. 만경창파 조개인지 혀를 삐쭘 빼었으며 만첩산중 으름인지 제가 절로 벌어졌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옴질옴질하고 있노”라며 맛깔스럽게 묘사한 대목이다. 꽃이라고 예쁘게 부르기도 하는데, 해부학적 용어로 외음부, 영어로 pudenda(부끄러운 것), 점잖은 한자로 음부, 음문, 국부, 치부, 옥문, 비속어로는 씹이라고 한다.

왜 여자들은 자신의 성기를 보지 않을까? 꽃잎처럼 부드러운 속살 속 핑크빛의 은밀한 동굴, 그러나 자신의 그곳을 아름답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여자는 거의 없다. 여자들에게는 절대 보이지 말아야 할 곳, 꽃봉오리처럼 예뻐야 할 곳, 순결하고 깨끗해야 할 곳이 바로 성기의 의미다. 어렸을 때부터 그곳은 보면 안 되고 만지면 혼나는 곳, 감춰야 하는 곳,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상실의 증거, 그래서 탄생부터 낮추게 되고 남자의 성기 삽입으로만 완벽해지는 ‘미완의 구멍’이다.

그곳은 작정하고 들여다보지 않는 한 검은 수풀로 겹겹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을 뿐더러 남의 것도 잘 보이지 않아 잘 모른다. 우연히 들여다본 여성 성기는 핑크빛이 아니고 거무튀튀한 색과 늘어진 날개 때문에 부끄럽고 징그럽거나 추하다. 욕이나 속어도 여자 성기를 폄하하고 비하하는 데 한몫한다. 성교육자 베티 도슨은 자기 성기에 콤플렉스를 가진 여자는 성기를 없애버리고 싶을 만큼 저주스러워 한다고 했다. 귀중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첫 관문이고 즐거움이 있는 곳인데 잘못도 없으면서 주인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이런 핍박은 서양도 마찬가지다. ‘vulva’란 단어는 음담패설에서나 등장하는 단어로 치부돼왔다. 중세에는 발가벗겨진 채 마녀 젖꼭지라 부른 클리토리스가 평균보다 크든지, 많이 느껴 커지고 딱딱해지면 마녀로 몰려 산 채로 불태워졌다. 루소는 ‘에밀’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창조됐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기쁨을 줄 필요는 별로 없다”고 했다. 남성을 즐겁게 해주지 못하거나 반항을 하면 정신병, 신경증으로 누명을 씌웠고, 성욕이나 성적 쾌감을 보이면 남자밝힘증이라며 정신병원으로 쫓아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신에게 바치는 그림이나 조각에 남자의 성기는 잘 묘사된 데 반해 여자의 성기는 생략되거나 교묘히 가려져 있는 것은 천한 것이라 신을 모독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성 성기 중심의 사고와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생각, 처녀막에 대한 가부장적 환상 등이 골고루 버무려져 만들어진 오해와 착각이다. 고추가 근거 없이 숭배될 때 꽃잎 또한 근거 없이 학대당해 온 것이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그린벨트지만 단순 레저용으로 전용되고, 신분상승용 두레박으로 오용하거나 돈 보따리를 챙기는 여성도 꽤 된다. 무단침입, 야합에 의한 불놀이, 방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추돌 사고가 줄지 않는 것은 영원한 수요와 그곳의 요사스러움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는 그 속에 들어갔을 때 따뜻하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살결에 둘러싸인 느낌 때문에 미칠 것같이 좋다. 그래서 남자들이 늘 정복하고 싶은 곳일 터다. 더 말하면 입 아프지 않을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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