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성경시대

오완선 2014. 1. 16. 12:51

성경시대

 

요즘은 부부가 거실에서 TV를 같이 보면서도 각자 스마트폰으로 카톡질하고, 불륜 커플만 대화라는 걸 한다고 한다. 부부끼리는 말 안 해도 알기 때문에 대화가 필요 없는 것일까? 부부간에 일상적 대화도 필요하지만 침대 위에서 섹스 중 대화는 필수다. 몸으로 하는 대화도 보디랭귀지만으로는 부족하다. 표현하지 않으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다. 입 꼭 다물고 있으면 자기만 손해다. 섹스는 어디까지나 커뮤니케이션이다. 잠자리에서 어디를 어떻게 했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지, 어떤 접촉을 좋아하는지, 어떤 자세가 편한지, 서로 원하는 것을 알리기 위한 구체적인 성적 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성적 즐거움의 밀도를 높여줄 뿐 아니라 사랑의 친밀감을 배가시켜줄 수 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난 자기가 부드럽게 키스해 줄 때가 제일 좋더라. 나 아직 준비 안 됐어, 뜨거워질 때까지 기다려 줘. 부드럽게 애무해 줘. 난 자기가 가슴을 애무할 때가 좋아. 그래 거기야. 나 지금 좋아지려고 해, 빨리 들어와 줘. 조금만 더 깊게, 꽉 찬 느낌이야. 좀 더 천천히, 그래 그렇게. 그래, 이 느낌이야. 그렇게 계속 해줘. 난 이 자세가 좋아, 그 자세는 너무 힘들어. 너무 잘한다, 이런 느낌 처음이야. 미칠 것 같아, 굉장하다. 오늘 특별했어….”

 

입이 바빠야 섹스가 즐거운 법이다. 섹스 중 자기의 느낌을 뱉어내면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손가락만 까딱해도 실신할 것처럼 오버해도 좋고, 유치한 말도 짜릿한 느낌을 준다. 내숭은 잠시 접어두고 욕망에 솔직한 적극녀로 콧소리를 내면 남편 심장에 불이 질러진다.

 

그런데 말 한마디로 남자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섹스를 더욱 뜨겁게 하는 말도 있지만 흥분을 싹 가시게 하는 말도 있다.

“냄새나, 얼른 씻고 와. 그건 싫어. 건드리지 마. 거기가 아니라니깐. 그렇게 만지지 마. 맨날 똑같아. 언제 끝나? 이 살 좀 봐라. 보약 한 재 먹여야 할까 봐. 벌써야? 난 아직 멀었는데. 하긴 한 거야? 아이 참, 잘 좀 해봐. 죽여주겠다며? 내 친구는 두 번씩 기절한대. 다신 안 해….”

 

이런 말을 들으면 섹스 분위기는 완전히 깨지고 그날 밤 섹스는 볼 장 다 본 것이다.

 

말로 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이고 솔직한 방법이겠지만 어떨 때는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제맛일 때도 있다. 싫으면 몸을 빼면서 중지시키거나 원하는 곳으로 유도하거나 쾌감을 느끼는 부분을 딱 맞췄을 때는 보다 크게 반응을 보이면 얼른 알아채고 고칠 것이다.

 

뭐든지 쿵짝이 맞아야 한다. 남편 몸에 흐르는 피를 몽땅 아랫도리 쪽으로 쏠리게 하는 아내의 말 한마디, “나, 오늘 발정기야.” 그런데 눈치 없는 남편은 “피곤해, 잠이나 자”라고 하면서 아내 팔을 툭 치며 돌아눕고 아내 얼굴은 모닥불 한 삽 끼얹은 것처럼 화끈거린다. 그러면 중년 아내는 바로 로보트 태권V처럼 공격을 개시한다. “피곤하다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자기만 일하냐? 남들도 다 직장 다녀. 왜 허구한 날 피곤한 건데?”라고 쏘아대면 “어떻게 당신은 맨날 밥 먹고 섹스밖에 생각하는 게 없니? 여자가 그렇게 밝혀도 되는 거니?”라면서 옹색을 떤다. 세 치 혀를 잘 놀려야 밤일도 즐겁다. 이런 날은 “오늘은 손만 잡고 자실게요~”라고 말하면 그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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