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으로 인한 다툼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아파트 거주자 중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79%나 된다고 한다.
방음이 잘 안 되는 외벽 때문에 이웃의 사생활을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는 기본이고 샤워소리, 밤에 옷 벗는 소리에 신음소리까지 얇은 벽을 새어 나간다. 옆집에서 벽을 두드리며 잠 좀 자자며 조용히 하라고 신경질 부리다가 시비가 붙기도 한다. 밤새 삐거덕거리는 소리에 낯 뜨거운 교성까지 들리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귀 기울이다가 밤을 홀딱 새지만 허구한 날 그러면 이어폰으로 막아보고 TV 볼륨을 키워도 보는데 민망하게 같이 흥분되기도 한다.
원래 교성이란 엑스터시 때 터져 나오는 ‘감창(甘唱)’이다. 성적 쾌감에 젖어 불가피하게 나오는 무의식적인 탄성인데, 의식이 몽롱해진 상태에서 통제되지 않은 채 발성되는 동물적 소리다. 일본 최초의 성교육서 ‘진정지남(眞精指南)’에서는 여자가 섹스할 때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섹스가 아니라고 했고, 일본 ‘여규훈(女閨訓)’에는 출가하는 여성들에게 성교하는 동안 입을 다물고 있지 말고 순간순간 느끼는 감각을 솔직히 신랑에게 알려주라는 대목도 있다. 인도의 고대 성전(性典)인 ‘애경(愛經)’ 또는 ‘애비(愛秘)’ 등에도 이런 ‘울부짖음’을 여러 가지로 묘사하고 있다.
넘어갈 듯 말 듯 간드러지게 허공을 가르는 여자의 신음소리와 섹시하게 찌그러지는 표정이 야동의 재미요, 찐빵의 앙꼬다. 포르노 여배우들이 숨 가쁘게 뱉어내는 오묘하고 쌔끈한 색(色)소리 때문에 더 흥분하고 침을 꼴딱 삼키게 된다. 화류계 여성들의 교성은 손님의 흥을 돋워 일을 빨리 끝나게 하기 위한 상술도 된다. 그래서 웬만한 남성들은 여성의 옹알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남성은 남성호르몬이 풍부해 성욕이 늘 불타오르지만 여성은 테스토스테론이 현저히 적다. 그래서 교성은 성욕을 의식적으로 높이기 위해 특유의 소리를 내면서 섹스에 몰입하려는 본능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런 것을 심리학적으로 ‘제임스-랑게 학설’이라고 하는데, 어떤 정서가 발생하는 것은 표출에 의해 그것이 더욱 강화돼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쾌락을 주체하지 못해 내지르는 소리가 아니라 쾌감을 느끼기 위해 내뱉는 소리라는 얘기다.
동시에 교성은 섹스의 흥분을 높여주기 위한 양념도 된다. 머리는 땀범벅으로 산발이 된 채 열심히 헐떡이고 있는 남편에게, 잘하고 있다고 추임새 넣듯 흘리면서 기를 팍팍 세워주는 차원이다. 그런데 둔해 빠지게 오르가슴도 못 느끼고 그 사실을 고백할 자신도 없는 아내는 화끈하게 좋아 죽는다는 과장된 연기로 헷갈리게 만든다. 남편은 한편으론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기특하게 생각한다.
소리 내기 부끄러워 입 달싹 못 하는 여자도 있지만 줄 끊어진 악기처럼 벙어리가 된 여자도 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지, 별 볼 일 없는 밤일에 억지춘향으로 장단 맞추기도 지겨워진 것이다. 옆집 여자 소리가 들린다는 건 우리 집 잡소리도 넘어간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얇은 칸막이 사이에서의 정사는 신경이 쓰이면 제대로 몰입도 안 되고 결정적 순간에 소리를 먹어버리는 수가 많다.
숨죽여 즐길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기쁨에 겨워 저절로 새는 소리는 삶은 계란으로 막든 베개로 틀어막든 막을 땐 막더라도 군침 도는 앓는 소리는 계속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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