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에 관해 뻔뻔스러워지기 시작하는 중년 남자들의 농담 중에는 물이 자주 등장한다. 우스갯소리로 ‘진달래? 하면 물안개’ 한다. ‘진짜 달래면 줄래’라고 떠보면 ‘물론 안 되지, 개새끼’라는 소리다. 요즘은 생각이 달라져서 ‘물 안 나와도 괜찮냐’라는 뜻이란다.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질 벽 지하에 무수히 깔려 있는 혈관에 피가 평상시보다 10배가량 늘어나 질 부위와 그 언저리가 충혈된다. 이어 질 벽의 미세한 틈새로 작은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곧이어 진짜 땀이 질 벽으로부터 펑펑 쏟아지는 흥분성 발한(發汗) 현상이 나타난다. 피스톤 놀이를 대비한 손님맞이 꽃단장이다. 물의 정체는 혈액을 고압으로 쥐어짜낸 여과수이기 때문에 혈액과 아주 유사한 성분을 지닌다. 남성은 흥분의 척도가 발기라면 여성은 애액이다.
그런데 체질에 따라 살짝만 건드려줘도 물난리가 나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원래부터 애액이 부족해 윤활제를 써야 하는 여성도 있고, 상상만으로도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여성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진하게 애무를 해드려야 성기에 피가 몰리는 시간이 많아져 물이 흥건하다.
물은 여자구실과 정체성의 중심에 있다. 자극을 받지 않을 때도 약간의 물기가 있어 항상 축축한 늪지를 이루지만 철버덩거리며 물장구질하려면 턱없이 모자라는 양이다. 부드러운 질 안에 서슬이 퍼런 몽둥이가 강제로 진입해 먼지만 풀풀 날리는 사막에서 굳세게 왕복 운동을 하면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질에서 홍수가 나게 하려면 성기가 충혈돼야 하고, 그러자면 충분한 애무에다가 사랑이 넘치는 달달한 말이 있어야 신바람 나는 굿판을 벌일 수 있다.
음경을 열렬히 환영하는 애액은 성적 흥분 상태나 정도, 생리주기의 타이밍, 식이에 따라 색깔, 냄새, 조성, 점도(粘度)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젊은 여성은 1분 이내에 스프링클러가 작동돼 빨래판 같은 담벼락에 사랑의 물이 줄줄 흐르지만 폐경기 여성은 어림없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어 질 벽이 얇아지고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이 바짝 말랐을 때의 문제는 성교통이다. 성교통은 여성의 극치감 장애나 성욕 소실로 이어지며 결국 섹스를 기피하게 한다.
남편은 무릎이 까지도록 성의껏 한 후 시트가 흠뻑 젖은 걸 보면 웃음이 나지만 뽀송뽀송하면 맥이 풀린다. 성생활용수가 말라비틀어지면 아내 섹스의 질(質)뿐 아니라 강제 퇴직당한 남편의 성기능도 덩달아 추락한다. 불길을 댕기기 위해 용쓰며 대드는 거시기에 연방 찬물을 끼얹으며 질이 내치니 숫기 없는 음경은 기가 꺾여버린다. 그러나 피장파장인 것이 조루나 발기부전으로 부실한 남편의 성기능은 아내의 신명에 재를 뿌린다.
습지 보전과 엔진오일 공급 능력은 질 건강과 섹스의 필수 요건이다. 나이 들어도 성적으로 들뜬 상태를 반복시키면 질과 골반 장기의 혈액순환이 좋아져 매끌매끌한 분비물이 옹달샘처럼 나온다. 거문고 소리와 비파 소리가 화합하듯 부부가 사이좋으려면 질 건강과 수리(水利) 사업을 잘해야 하는 것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