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viagra

오완선 2015. 5. 4. 14:23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가 클라크 케이블과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 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비비며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잠에서 깨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실제의 클라크 케이블은 발기부전이어서 잠자리를 못했지만.

 

못 집어넣는 비애는 그동안 남성의 자존심을 수없이 구겨줬다. 남자들은 발기가 안되면 인생이 끝났다거나 이제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껏 숙여져 영원히 들지 못할 것 같던 남편들의 고개에 다시 힘이 들어간 것은 ‘비아그라님’ 때문이시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성적 만족도 향상은 물론 삶의 질을 향상시키게 해준 해피드러그(happy drug)다. 이제 발기부전 치료제는 별난 소수가 아닌, 다수의 삶을 지배하는 보통 사람들의 애용품이 되고 있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은 다르다. 발기부전이라고 처음부터 발기가 안되기보다는 발기가 50~60% 정도밖에 안되는 경우가 더 많다. 차라리 처음부터 안되면 포기라도 하는데 어느 정도 되니까 애만 쓰다 실패하기 일쑤다. 아내의 샤워 소리가 두렵기만 한가. 다음 날 아침 주방에서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남편 가슴을 질타한다. 어젯밤도 땀만 삐질거리다 실패했기 때문에 아내 보기가 민망하다. 바이엘헬스케어 조사 결과 한국 남자들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찾는 이유는 62%가 아내의 압박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시간을 딱딱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은 성관계하기 1시간 전에는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약발이 받을 때까지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어 아침에 눈을 뜨면 해보지도 못하고 약값만 날린 셈이 되니 허무하기 그지없다. 이렇다 보니 적당한 시간을 맞춰야 하는 강박관념이 생기기 마련이다. 남자는 고민한다. 지금 약을 먹어야 할까, 조금 이따가 먹어도 될까? 그것 때문에 약까지 먹는다는 걸 알면 아내가 어떻게 나올까? 등등 혼자서 만리장성을 쌓으며 이래저래 시간을 채우고 있는데 속 모르는 아내가 갑자기 마실 간다거나 그냥 잔다는 둥 눈치 없는 짓을 하면 난감해진다. 약을 먹었으니 제발 딴짓 좀 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이실직고를 해야 할 것만 같다. 남편이 종종 아내가 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도 무조건 섹스를 요구하는 건 약효가 떨어지기 전에 본전(本錢)을 찾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비아그라만 먹으면 자동으로 발기가 될 것이라고 마냥 기다리다 실망하는 남자들이 꽤 많은데, 발기를 시키는 약이 아니라 발기가 잘되게 도와주는 약이기 때문에 효과를 보려면 아내의 손길이 무지하게 필요하다.

 

그런데 비아그라를 몰래 먹다 아내한테 들키면 어떨까? 이럴 때 아내는 봤어도 못 본 척해야 한다. 오히려 약을 먹어서라도 자기를 만족시켜 주려고 하는 남편을 더 눈물겹게 생각해야 한다.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엉큼하게 다가오는 중년 남편을 아내는 아무 말 말고 받아줘야 한다. 해가 북쪽에서 뜨겠다는 둥 어쩐 일이냐며 비웃어주거나 시큰둥하게 밀어내면 속 끓이던 남편의 마음은 숯검댕이가 되고, 밟힌 자존심은 엎어진 채 그대로다. 그동안 약을 먹고 한 거냐고 다그치며 썩은 미소를 날려주면 그 후부터는 아예 꼬물락도 안 한다.

 

비아그라는 해피드러그가 분명히 맞지만 가끔 남편의 부정행위를 눈치채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남편이 비아그라를 주머니에 갖고 다니거나 서랍이나 차에 숨겨둔 것을 들키면 아내는 용도를 따지고 여자관계를 의심하게 된다. 그동안 잠자리를 멀리했던 남편을 예쁘게 봐주기란 쉽지 않다. 비아그라 먹고 다니면서 바람피우는 남편을 어떻게 봐드려야 사랑받는 아내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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