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잘 느끼는..

오완선 2015. 4. 28. 22:06

 

이불 속에서 아내가 빨리 느꼈으면 좋겠는데 별의별 짓을 다 해도 꿈쩍도 안 하면 맥이 팍 빠진다. 영화에서는 거시기할 때 엉큼한 소리를 내지르고 거의 실신하다시피 하던데, 불 꺼진 상태에서 젖꼭지를 빨아줘도 예의와 품격과 교양을 갖춘 아내는 시체처럼 멀뚱거리니 잘해보자고 모여들었던 음경의 피가 각자 제 갈 길로 가 판을 깨고야 만다.

 

남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여자는 잘 조이기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물난리가 나면서 오르가슴을 잘 느껴주는 여자다. 아내의 좋아 미치는 모습을 보면 남편은 덩달아 흥분이 되고 남자로서의 자부심도 느끼게 된다. 그러니까 잘 느끼는 여자는 남자가 딴마음 먹지 못하게 잠자리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셈이다.

 

오르가슴은 개인차가 아주 크다. 운 좋게 남들보다 큰 음핵을 갖고 있거나 성교 시 음경과 잘 닿을 수 있는 자리에 클리토리스가 있어 남편과 신체구조가 딱딱 잘 맞으면 이게 바로 찰떡궁합이다.

 

마스터스와 존슨의 ‘인간의 성 반응’에선 여성의 섹스 쾌감 진원지는 질이 아니라 클리토리스라서, 오르가슴 감도는 자위행위 때가 가장 높으며 그다음이 남자 손에 의한 자극이고 본격적 단계인 삽입으로 느끼는 감도가 가장 낮다고 했다. 여자는 오르가슴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보지만 안타깝게도 그 맛을 볼 확률은 생각보다 훨씬 낮다.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클리토리스는 오로지 성감을 받기 위해 있는 신경섬유가 8000여개라고 했다. 그러나 남자가 음경을 삽입하고 피스톤 운동만 하면 음핵을 자극하지 못해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사람은 30%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고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면 떨림 중심의 오르가슴에 도달하지만 사랑하지 않거나 사랑이 식은 부부는 마찰 중심의 섹스를 하고 그치는 경우가 많다. 들어가기도 전에 손끝만 닿아도 찌릿찌릿해 황홀했던 때가 있었지만, 살다 보니 어디까지 내 살이고 남의 살인지 구별 못하고 무식하게 들락거리다 잔치를 끝내버리기 일쑤다. 원래 불안하기 짝이 없는 막대기가 불이 붙기라도 하는 날에는 혼자 일어서 천방지축 날뛰다 금세 타올라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하니 부부간의 틈을 벌리는 쐐기가 돼버린다.

 

오르가슴이란 어쩌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행운(?)이 아니다. 하다 보면 언젠가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보통 남자들은 삽입이 시작되면 애무를 멈추는데 하는 동안 남편의 손과 혀와 엄지발가락이 놀면 섭섭하다. 오래된 장일수록 깊은 맛이 있다지만, 타성에 젖은 부부의 삽입만을 위한 맨땅에 헤딩하기 식 막가파 번개 섹스는 오래된 장도 아니다. 팟찌닷컴 조사 결과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 있는 여자가 62%인데, 이 중 오르가슴을 가장한 적 있는 경우가 73%나 됐다. 못 느끼고도 얘기 못하는 이유는 52%가 남편의 자존심이 다칠까 봐, 19%는 밝히는 여자처럼 보일까 봐, 18%는 오르가슴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라서, 9%는 섹스에 둔감한 여자처럼 보일까 봐서였다.

 

천장에 매달린 먼지 가닥이나 커튼 무늬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적당히 지겨워지거나 남편의 힘든 숨소리가 미안하면 영화에서 본 몸 비틀기나 신음소리로 사정을 시키는 수많은 아내들. 내 아내가 깜찍하게도 잘 느끼는 여자였으면 참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아내 탓하는 남편과 고상한 아내는 기쁠 일이 없다. 밤일은 혼자서 하는 것보다 둘이 같이하는 게 백배 낫다. 아내 또한 자기 기쁨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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