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신데렐라의 발..

오완선 2015. 4. 28. 22:11

 

발을 신발에 넣고 빼는 동작은 에로틱한 성적 행동을 상상하게 만든다. 희랍 시대에도 풋테라피가 있었고 고대 러시아에서는 성적 흥분을 위한 전희로 이성에게 발바닥 간지럼을 요구했다. 심지어 이집트의 하트셰프수트 여왕이나 러시아 여제 안나 이바노바나는 자신의 발바닥을 간질이는 전속 시녀를 두고 즐겼다.

 

발이 가진 성적 이미지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으뜸이다. 유리구두에 쏙 들어가는 신데렐라의 자그마한 발이 섹시의 상징이어서 왕자는 그토록 오매불망 유리구두 주인을 찾았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안토니우스가 한바탕 따질 기세로 클레오파트라의 내전에 들이닥쳤을 때 그녀가 향수 뿌린 맨발을 뻗어 그의 허벅지를 콕 찌르자 안토니우스는 그만 주저앉아 그녀 발에 뜨거운 키스를 퍼붓고 말았다. 유럽에서는 여성의 발 사이즈가 성기 크기와 비례한다는 속설이 있다.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일본 방문 때 신발 벗는 문제가 협의사항이 됐던 것도 큰 발을 드러내기 싫었기 때문이라는 쑥덕임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여자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비단으로 발을 칭칭 동여매 성인이 돼도 발 길이가 10㎝를 넘지 않는 전족 풍습이 있었다. 전족의 에로티시즘은 중국 고소설 ‘금병매’에 잘 나타나 있다. 전족에 입 맞추고 발가락을 빨고 깨물며 그 잔류물을 삼키거나 또한 음경을 전족의 양쪽 발바닥 사이에서 비비거나 양 발바닥을 모았을 때 생기는 틈새로 음경을 삽입해 마찰을 시켰는데, 이런 페팅 방법은 유럽 여성들이 유방 사이로 교접하는 기교와 비슷하다.

 

우리나라도 좁은 볼로 발을 옥죄는 외씨버선이 있었다. 발을 감싸는 버선을 신는 행위는 곧 섹스를 상징했기 때문에 꽃을 꺾어 신발이나 버선에 꽂아두며 들이댔다. 미국의 발 치료 전문의인 윌리엄 A.로시는 “발은 에로틱한 신체기관이고 신발은 그 발을 보호하는 섹슈얼한 씌우개”라고 했다. 영국에는 발만을 사용하는 ‘발 쾌락의 궁전’이라는 창녀집도 있다.

 

발은 신체 중 가장 혹사당하고 최전방에 위치했으면서도 철저히 소외돼 왔다. 그러나 발의 실체는 수천 개의 말초신경과 혈관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자율신경이 집중돼 예민하기 때문에 가벼운 터치만으로도 후끈 달아오르는 성감대다. 발가락을 하나하나 입안에 넣고 사탕처럼 굴리며 빨고 핥거나 살짝 깨물어도 좋고 발가락 사이에 부드러운 숨결을 내뱉어도 좋다.

 

밤무대의 필수인 애무를 할 때 상대를 배려하지 않거나 헛다리 짚으면 오히려 성욕을 떨어뜨리는 참사를 부른다. 받고 싶은 애무에 남자는 72%가 페니스, 귀두, 음낭 등 성기에 집중돼 있지만, 여자는 클리토리스가 41%고 나머지는 가슴, 엉덩이, 귀, 허벅지 등 다양한 부위를 원한다. 이제 온밤을 하얗게 불사를 장작은 발가락 애무다. 에로틱한 영화에서도 발가락 애무 장면이 종종 나온다.

 

영국 앤드루 왕자가 매력적인 여자의 발가락을 핥았다는 구설수에 오르고 있지만, 누군가의 발밑에 있어야 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발가락을 애무하거나 자극할 때 예상치 못한 쾌감을 맛볼 수 있고 그 매력에 빠지면 또다시 간절히 원하게 된다.

 

가끔씩 색안경을 벗어보면 또 다른 세상을 맛볼 수 있다. 젊은 것들이 초콜릿을 주네, 사탕을 주네 야단법석들을 떨어 중년들은 어설프게 따라 하지도,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도 뭐한데 이럴 때 더 달달한 건 발이다. 저 아래로 내려가 침을 줄줄 흘리든지, 처바르기만 하든지 입맛대로 하더라도 일단 양말을 벗겨야 하지 않을까? 허연 각질에다 쩍쩍 갈라진 발이 기다리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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