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낙엽쌓인곳에..

오완선 2015. 10. 26. 13:09

 

불타는 밤은 뭐니 뭐니 해도 분위기가 큰 몫을 한다.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그래서 그런지 예부터 자연 속에서 섹스를 즐기는 이들이 있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장돌뱅이 허생원은 단정한 앞가르마에 굴곡 있는 허리를 가진 처자를 보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진한 스킨십을 꿈꾸며 장소를 물색한 곳이 물레방앗간이다. 딱히 사랑 놀음할 장소가 마땅찮던 옛날, 에로틱한 공간이라면 후끈 달아올랐을 땐 아쉬운 대로 보리밭이지만 나름 계획을 세웠다면 물레방앗간이나 폭포가 명당이다. 인적이 없는 데다 물소리에 묻혀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도 잘 안 들리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물론 수수밭도 좋고 벼 베어낸 논에 볏짚 깔고 하거나 갈대밭도 참 좋은 멍석이다.

 

위험과 모험은 최음제가 된다. ‘에로틱 마인드’의 저자 존 모린은 “사람들은 약간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며 환희와 재앙 사이에 위험하게 걸쳐 있을 때 가장 강력하게 흥분한다”고 했다. 공포와 쾌감이 동전의 앞뒤처럼,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에 짜릿함은 더하다. 풀벌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와 어우러져 남녀의 거친 숨소리는 자연이 된다. 먼 데서 인기척이 들리면 가슴을 졸여야 하고, 바람에 나뭇잎만 바스락거려도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지만 없어선 안 될 아웃도어섹스의 묘미다.

 

결혼한 햇수가 많을수록 하던 대로 하면서 산다. 허구한 날 방구석에서 씨름해 봤자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매일 그 나물에 그 밥만 퍼먹고 사는 사람들은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서로 지겨워하지만 바깥으로 나가면 기대 이상으로 열정을 되살릴 뭔가가 있다. 늘 하던 섹스가 새롭게 느껴진다.

 

요즘 중년들은 가을이라고 열심히 산에 오른다. 단풍도 좋지만 뽕도 따면 더 좋을 것이다. 낙엽이 쌓인 곳에 푹신한 담요나 돗자리를 깔고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쉬운 대로 허리에 감고 있던 등산복 윗도리를 깔고 배낭을 베면 꽤 할 만하다. 눈부신 햇살과 온몸을 휘감는 바람과 멀리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자연과 하나가 돼 사랑을 나눌 수도 있다. 옷 벗을 시간조차 없이 급하다면 엎드리고 뒤에서 하는 것도 스릴 있다.

 

침실을 벗어나면 일탈 본능이 자연스럽게 솟구치고 낯선 곳에서의 섹스는 집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충동과 무모함이 더해져 색다른 흥분을 만끽할 수 있는 들판 섹스를 즐기는 간 큰 사람들은 탁 트인 공간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그런가 하면 늦은 밤 공원에 산책 나갔다가 으슥한 곳에서 사랑에 몰두해 있는 커플들을 가끔 본다. 노골적인 애정 행각(?)에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그들이 부부인 것을 아는 순간 부러워 죽는다.

 

요즘 밤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저녁을 먹고 소화시킨다고 슬슬 나왔다가 발동이 걸리면 남편은 돈키호테처럼 용감무쌍하게 행동 개시를 하면 된다. 아내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안으면 아내는 남편 허리를 두 손으로 꼭 껴안아줘야 한다. 천천히 걷다 키 큰 나무 아래에 잠시 멈춰 서서 나무에 기대게 하고 뜨겁게 키스한다면 아내는 박수를 칠 것이다.

 

여기서 그만둔다는 것은 잔뜩 달뜬 몸뚱이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돼 아내에게 죽을죄를 짓는 것과 진배없다. 확실하게 밀어붙인 남편은 박수를 받을 것이다. 엎드려서 나무를 붙잡고 통사정을 하든, 누워서 하늘에 총총 박혀 있는 별을 보며 진하게 하든 즐기면 된다. 나중에 등판때기에 흙 묻었다고 짜증 낼 여자는 하나도 없다. 이 가을에 사고 한번 제대로 쳐보면 부부는 엄청 친해지지 않을까?

 

성경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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