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성 박사..

오완선 2015. 9. 17. 12:42

격정적인 섹스를 한 후 남자들의 눈꺼풀은 어김없이 내려앉는다. 팔꿈치로 자신의 육중한 몸무게를 감당해내면서 사정하고 싶은 욕망과 싸우며 시간을 끌 때 온몸의 에너지와 기를 쏟아내서 그렇기도 하지만, 맘껏 분출하고 나면 최고조를 달리던 뇌파의 흥분이 가라앉아 편안한 상태로 돌아가 쉽게 잠에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포로로액틴과 옥시토신까지 분비되면서 곯아떨어진다. 마스터스와 존슨은 성적 반응 사이클에서 사정과 오르가슴 후 해리기에 남성은 급격하게 성적 하강상태로 들어가 극도의 피로감과 썰물같이 지나가 버리는 소강상태를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이때 아내는 남편이 마음 놓고 느긋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그러나 하고 나서 마음 놓고 못 자는 남편이 많다. 섹스만큼은 칭찬을 듣고 싶은데 이게 쉽지 않아서다. 혹시라도 아내가 만족해 보이면 로또라도 당첨된 것마냥 행복해서 두고두고 사랑해주겠다는 결심을 불태운다. 너무 좋았다고 말해준다면 입이 찢어지도록 기뻐하며 지쳐 있다가도 다시 쥐어짜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섹스가 매번 여성을 환희로 안내하지는 않는다. 찌푸린 표정을 하거나 한술 더 떠 “벌써 끝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쏴대거나 따지고 삐치면 야속하다. 밤일에 대해서는 자칫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에 아내는 말을 예쁘게 해야 한다. 또 끝나기가 무섭게 더러워 죽겠다는 듯 휴지로 닦거나 발딱 일어나 씻으러 달려간다면 남자는 꼭 강간한 것 같은 비애를 느낀다. 스스로에 대한 진한 모멸감, 끓어오르는 적개심, 버림받은 홀아비가 된 것 같아 가을처럼 쓸쓸해진다. 오만 정이 다 떨어지고 배려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아내의 뒤통수를 쥐어박고 싶어진다.

부드러운 키스부터 시작해 온몸의 성감대에 모두 침 발랐건만 부부관계를 한 다음 날 아내 눈치를 슬슬 본다면 일단 성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섹스가 끝난 후 바로 이거라는 시원한 쾌감이어야 하는데 아내가 매번 왜 이러냐,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한다면 남편은 당혹감에 머릿속만 어지럽다. 아내를 오르가슴까지 끌어올리는 게 맞지만 방정맞게 홀딱 사정을 해버려 혼자만 좋고 말았거나, 아내가 갖은 짓을 다 해가며 세워놨건만 들어가려는 찰나에 흐물거리거나, 삽입할 때까지는 그런대로 봐줄 만했지만 피스톤 운동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에 픽 쓰러진 음경 때문에 해보지도 못하고 내려가야 한다면 진땀만 찐득거릴 뿐 비참하기 짝이 없다. 꿀물이나 찬물은 어림없는 소리다. 다음 날 아침 아내가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 한번 들어보지도 못하고 출근하기 쉽다.

 

잠자리 후 나란히 누워 그날 거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 고쳐질 수 있을 때 이야기지, 중년 남자들은 간단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병원은 왜 안 가는 거냐, 좋은 약이 그렇게 많다는데 무슨 배짱으로 안 먹는 거냐, 친구 남편은 늘 굳세게 한 시간씩 한다던데 이게 뭐냐고 이리저리 찔러본다면 피만 철철 흘릴 뿐. 그리고 안방 침대에서는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필경 둘 중 하나는 골방으로 베개를 들고 나갈 것이다.

 

이럴 때 양처(良妻)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허탈하기야 하겠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남편을 꼬옥 안아주면 남편은 아주 큰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 좋은 섹스란 오르가슴을 느낀 섹스가 되겠지만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한 섹스가 더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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