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은 재산보다 빚이 많아 ‘지급 불능’에 빠진 사람들이 신청할 수 있다. 주로 4대 보험을 받는 소득이 없는 사람이 신청한다. 개인파산이 선고되면 공무원·교사의 경우 자동 퇴직되는 등 신분상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한 소득이 있다면 이런 불이익이 없는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개인회생은 채무액이 무담보는 5억원 이하, 담보를 제공한 경우는 10억원 이하면 가능하다.
본인에게 맞는 구제절차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상담소를 활용하는 게 좋다. 서울시는 2013년 7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채무자의 소득, 채무, 재산상황 등을 확인해 채무자에게 가장 필요한 채무조정제도를 안내한다. 채무조정이 끝나면 재기가 가능하도록 대출을 알아봐주거나 일자리도 소개한다.
신용회복위원회와 법률구조공단 역시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면책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파산을 신청할 때 별도로 법률대리인을 선임하면 비용이 150만~200만원 정도 들기 때문에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무료로 법률 지원을 해주는 제도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개인파산 절차가 시작되면 재산을 감추거나 거짓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박원철 서울중앙지법 파산공보관은 “재산을 숨겨놓더라도 면담이나 제출한 자료를 검토할 때 대부분 발각된다. 허위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 빚이 탕감되지 않는 ‘면책 불허가’ 결정을 받게 된다”며 “채무자들이 파산관재인을 믿고 재산 내역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재량면책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재량면책은 채무자가 면책 결격 사유가 있더라도 법관이 딱한 사정이나 회생을 위한 노력을 고려해 재량으로 빚을 줄여주는 것이다.
파산관재인은 변호사 가운데 선임된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개인파산관재인은 41명, 법인파산관재인은 27명이다. 이들은 월평균 1000만원 정도 받는다. 파산신청자들이 내는 선임비(30만원)가 수입원이다. 변호사업계가 불황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짭짤한 수입이다. 지난해 7월 개인파산관재인 경쟁률은 4.5 대 1이었고, 2014년 8월 법인파산관재인 경쟁률은 8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법원이 선임하는 변호사로
인기 높지만 업무 쉽지 않아
채무자 남은 재산 처분도
업무는 결코 쉽지 않다. 수사권이 없어서 재산 실사 때마다 채무자들과 종종 마찰을 빚는다. 채무자의 재산을 직접 처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파산관재인은 해외 유명 청바지 수입업체 대표가 부도를 내고 파산을 신청하는 바람에 남은 청바지를 직접 팔아야 했다. 시중에서 20만~30만원에 거래되는 청바지를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 가격을 5만원대로 대폭 낮추고 지인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판촉에 나섰다. 명품 가방을 직접 팔러 다니는 경우도 있다. 명품 가방이 채무자의 유일한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채권자에게 최대한 많은 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한 개라도 더 팔아야 한다.
전문성은 필수적이다. 김유봉 변호사는 “파산법은 ‘법의 꽃’이라고 보면 된다. 각기 다양한 일을 하다가 잘못돼 파산신청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부동산, 증권 등 얽혀 있는 모든 법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범진 변호사는 채무자를 대리해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 항소심을 맡아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원래 이 사건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2·3심에서 잇따라 승소해 3000만원을 돌려받게 됐다.
박 변호사는 “일부 채무자들은 돈 봉투를 들고 사무실을 찾기도 한다. 가끔은 ‘내 돈 받아 생활하면서 왜 내 부탁을 안 들어주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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