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동창 찾기 열풍이 불고 있다. 개방형 SNS에 부담을 느낀 이용자들이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밴드(BAND)가 인기다. 동창 찾기 덕분이다.
밴드를 깔고, 학교 이름과 졸업 연도만 치면 동창을 금방 만날 수 있다. 바쁘게 살며 소통에 목말랐던 중년들이 동창을 다시 만나 어린 시절 추억을 끄집어내 되새김질하면서 삶의 활력을 얻는다. 나이가 똑같은 남녀 사람 친구들이 끼리끼리 만나면 설레게 마련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내야지, 조금 더 진도를 나갔다가는 진흙탕에 빠지기 쉽다.
밴드에 한번 미치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집어 들고 손에서 놓질 못한다. 휴대폰에 꿀을 발랐는지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열었다 닫았다 요란을 떤다. 주로 중년층을 사로잡은 밴드 안에선 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동창회는 자유와 방종의 천국이다. 동창이라는 핑계로 격의 없이 말을 함부로 하고, 유치찬란한 육두문자(肉頭文字)나 음담패설(淫談悖說)도 거리낌 없을 뿐 아니라 술 마시고 노래방 가서 만지고 껴안고, 그것도 모자라 1박으로 여행까지 간다. 그러니 밴드는 유부남녀가 된 동창들끼리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는 오명(汚名)을 뒤집어썼다.
중년은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가? 남자 동창생만 만나면 통통 튀던 공에서 바람 빠져 굴러다니는 공으로 건너뛴 아줌마들이 잃어버렸던 청춘으로 돌아가 소녀가 된다. 할미꽃이 꽃봉오리가 된 양이다. 풋풋한 첫사랑이 농염한 매력을 흘리며 나타나면 된장인지 뭔지 안 가리고 달라붙기 쉽다. 친구 사이인데 어떠냐며 우정을 빙자한 애정 행각을 펼치고, 어떡하면 썸 타볼까 가식 떨며 작업 거느라 시답잖은 시간을 보내는 이도 많다. 소싯적 지질했던 남자애도 돈 냄새를 풍기면 여자애들이 지남철에 쇳가루 달라붙듯 꼬이게 마련이다.
밴드에 올라온 글이나 사진들을 보면 가관이다. 다 같이 놀러가 거의 속옷 차림으로 호텔방에서 술 마시며 부둥켜안고 뽀뽀하는 사진은 별것도 아니다. 눈이 맞은 이들은 둘이 사랑의 밀어를 카톡으로 하면 좋으련만 자랑이 하고 싶어 입이 달싹달싹한지 ‘보고 싶어 미치겠네’ ‘잠이 안 오네’ 등 낯간지러운 글을 올리며 만천하에 공개한다. 누구를 닮아 예쁜 꽃이라며 생전 쓰지도 않던 시도 써서 올리고, 누구 때문에 술도 줄이고 운동한다며 결심도 하고, 죽기 전에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용감무쌍한 고백도 올린다. 들러리 서는 이들도 이러쿵저러쿵 댓글을 달아주면서 재미있어 죽는다.
주말이면 하루 종일 잠만 자던 인간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목욕재계하며 갖은 멋 다 부리고 1박 2일로 여행을 떠난다. 식구들에게 처음엔 동창들끼리 MT 간다고 솔직하게 말했을 터지만, 방귀가 잦아지면서 핑계가 다양해지고 거짓말은 늘어간다. 집구석은 밥이 끓는지 죽이 넘치는지도 모르면서 밖에 나가서는 아내한테 생전 안 하던 매너남 행세를 한다. 처자식 밥 사줄 돈은 아까워하면서 여자 동창한테는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가 밥 사주려 애를 쓰고, 아내 생일은 안 챙기면서 동창들한테는 선물 사서 바치며, 아내 카톡은 늘 씹으면서 딴 애한테는 하트를 뿅뿅 날려준다. 남의 떡 좀 어떻게 해보려고 흑심 품고 정성을 쏟는다. 능력 있는 놈은 인기가 천장을 뚫고 없는 놈은 침만 흘리다 말지만.
가증스러운 여자들도 집에서 애교 떨고 예쁜 짓 하면 남편이 업고 다닐 텐데, 집에서는 괜히 짜증 내다 밖에 나와서는 사근사근 참배처럼 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집에서 솥뚜껑 운전사 취급만 받던 무수리가 바깥에서 공주 대접받으면서 날뛰다가 자빠지지 않을까? 정신 차리라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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