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첩 정은 삼년, 본처 정은 백년이라는데…

오완선 2016. 1. 2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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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妾)은 아내가 있는 남자가 데리고 사는 내연녀(內緣女)다. ‘사나이라면 그럴 수 있다’는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땅에서 내연녀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을 것 같다. 역사도 길고 끈끈하다.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작품 ‘월하연인(月下戀人)’ ‘밀회(密會)’ ‘기방무사(妓房無事)’를 봐도 그렇고, 두 남녀의 애정행각을 훔쳐보며 질투하는 김홍도의 풍속화 속 주인공도 다 호적에 등재된 부부는 아닐 것이다. 그토록 덕망 높으신 율곡 선생도 첩이 있었고, 적서 차별을 신랄하게 비판한 ‘홍길동전’을 쓴 허균이나 전 국민이 다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도 첩을 들였다. ‘정부(情婦)’ ‘작은마누라’ ‘세컨드’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 요즘도 현대판 첩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발이 편하려면 버선을 크게 짓고 집안이 편하려면 계집을 하나 둬라’ ‘계집 둘 가진 놈의 창자는 호랑이도 안 먹는다’ ‘시앗끼리는 하품도 옮지 않는다’ ‘겉보리를 껍질째 먹은들 시앗이야 한집에 살랴’는 속담은 첩을 두면 집안에 분란이 많아 괴롭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남자는 본능적으로 번식 욕구를 타고나서 한 여자에게 순정을 다하기보다는 여기저기 씨를 뿌리려는 욕망이 강해 두루두루 폭넓은(?)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이처(一夫二妻)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예쁜이를 둔 남성들은 나름대로 완전범죄를 위해 똥줄 타도록 애쓴다. 집 근처에 내연녀 집을 두고 퇴근 전에 들르거나 아침에 조깅한다며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부리나케 세컨드 집으로 달려간다.

아내는 어떤가. 옛말에 ‘시앗을 보면 길가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고 했다. 내 새끼의 아빠, 내 남자인 줄 알았던 남편이 ‘그 여자 것’이었다면 피가 거꾸로 솟을 것이다. 신혼 때는 암수 맷돌처럼 딱 맞아서 살았는데 이제 와 껍데기만 붙잡고 살았다 생각하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도 억장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처음엔 자기가 얼마나 못났으면 남편이 딴살림을 차렸는지 자책도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뺏긴 게 팔자소관이라고 체념하기에는 미련이 남는다.

인생에서 더하기 빼기를 해보니 당장 헤어지자고 세게 나갈 용기가 없어진다. 대부분의 조강지처는 “눈감아줄 테니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정리하라”고 한다. 본처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양다리 걸쳤던 남편이 미안하다고 하거나 발뺌할 줄 알았지만, 어이없게도 딴 이불을 덮고 싶어졌으니 벌은 달게 받겠다고 하면 여기서부터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설상가상 굴러온 돌은 박힌 돌을 빼버리고 안방 차지를 하고 싶어 한다. 간통죄도 없어진 마당에 본처가 ‘아야’ 소리 한번 못 지르고 소박을 맞는 꼴이다. 치사해서 그냥 확 도장 찍어주고 싶지만 저것들이 좋아 시시덕거릴 생각을 하면 이가 득득 갈린다. 무늬만 부부지 이미 끈은 끊어졌으니 냉수 먹고 속 차려야 하지만 오기가 생긴다. 이혼은 어림없다. 이때부터 자기 행복은 포기한 채 평생 옆에 두고 달달 볶아주겠다며 시퍼런 칼을 잡는다.

자기희생 없이 아내만 바꾸겠다는 건 참 비겁하다. 영국의 에드워드 8세는 미국인 유부녀 심프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포기함으로써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이 됐다. 왕실과 영연방 전체가 반대하자 1936년 라디오 방송을 통해 “무거운 책임을 맡는 일도, 왕으로서 원하는 바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일도,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퇴위를 선언했다.

남편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뒤통수 맞는 본부인보다 첩이 뭔가 더 매력적일 것이다. 그러나 옛말에 ‘첩 정은 삼 년, 본처 정은 백 년’이라고 했다. 참외를 버리고 호박을 먹다가 늙어서 손 달달 떨 때 찬물이라도 얻어먹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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