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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르노삼성의 무늬만 국산 'OEM 수입차'...내년에는 더 늘어난다

오완선 2016. 11. 16. 12:41


2016.11.16 06:05 “이 정도면 수입차협회에 가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해외에 본사를 둔 완성차업체 한국GM과 르노삼성이 해외 생산 차량의 국내 판매를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차를 ‘무늬만 국산차’라거나 ‘주문자생산방식(OEM) 수입차’라고 부른다.

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올해 미국 GM 공장에서 생산된 준대형 세단 임팔라와 스포츠카 카마로SS를 수입해 판매한 데 이어 내년에는 전기차 볼트(Volt), 중형 SUV 캡티바 후속 모델을 들여올 예정이다. 르노삼성은 내년에 소형차 클리오와 전기차 트위지를 수입 판매한다. 앞서 2014년에는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를 판매해 재미를 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OEM 수입차' 판매량이 1만923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8885대보다 2%가량 증가했다. 2013년 1194대에 불과했던 OEM 수입차 판매량은 2014년 1만8249대로 급증한 뒤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이 해외 생산 차량의 국내 판매를 늘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 국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만 이뤄진다면 직접 생산하는 부담을 덜고 제품 라인업을 효과적으로 확대해 수익성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이들 업체는 전국적인 판매·정비망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수입차 브랜드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해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차를 국내에 공급하면 국내 소비자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두번째, GM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글로벌 생산 및 판매 차원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OEM 수입차가 많아지면 국내 고용 창출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 한국 시장이 단순 영업 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한국GM 임팔라에서 볼트까지 OEM 라인업 확대

한국GM은 미국에서 생산된 준대형 세단인 임팔라를 국내에 팔고 있다. 이 차는 출시 6개월 만에 1만대 이상 팔렸다. 세르지오 한국GM 전 사장은 임팔라가 연간 1만대 이상 팔리면 국내 생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이 계획은 백지화된 상태다. 한국GM은 임팔라가 동급의 경쟁 차보다 강점을 가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수입 판매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의 준대형 세단 ‘임팔라’의 모습./한국GM 제공
한국GM의 준대형 세단 ‘임팔라’의 모습./한국GM 제공

이런 결정에는 임팔라 이전 모델인 알페온의 실패가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 생산된 알페온은 출시전 월 2000대 판매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2011년 1만292대로 정점을 찍은 뒤 판매량은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2012년 7008대, 2013년 3921대, 2014년 5013대가 팔리면서 결국 단종됐다. 섣불리 국내 생산을 했는데, 판매량이 저조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한국GM은 임팔라를 시작으로, 스포츠카 카마로SS, 내년 전기차 볼트(Volt)까지 수입 차량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형 SUV 캡티바 후속 차량도 내년 말에 수입차로 대체하는 내용을 이미 노조 측에 전달한 상태다. 특히 미국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국GM이 수입 차종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 르노삼성 QM3 성공으로 수입 차종 늘려

르노삼성은 내년에 르노의 프랑스 공장과 터키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차 클리오를 한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중 전기차 트위지의 수입 판매도 예정된 상태다. 트위지는 유럽에서 이미 1만8000대 판매된 도심형 전기차다. 르노삼성은 미니밴 에스파스 도입 시기도 저울질하고 있다.

 'QM3 스페셜 에디션 스포츠팩./르노삼성차 제공
'QM3 스페셜 에디션 스포츠팩./르노삼성차 제공

르노삼성이 수입 판매 차종을 늘리는 이유는 QM3 성공에 고무됐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수입 판매된 QM3는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캡처라는 이름으로 생산되고 있다. QM3는 2014년 1만8191대에 이어 지난해 2만4560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소형 SUV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른 상태다. 올해도 월 평균 1000여대씩 판매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국내보다 생산 원가가 낮은 스페인 공장에서 QM3를 만들어 수입하고 국내 공장에서는 부가가치가 큰 닛산 로그 등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며 “SM6와 QM6 등 중형차 이상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소형차 위주로 들여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과 한국GM은 현재 비주력 차량 위주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며 “향후 주력 차종까지 수입해 판매하게 되면, 기술개발(R&D) 능력이 저하되고 국내 공장 생산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현대기아차도 중국 생산 차량 향후 들여올 수도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도 향후 중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입해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차가 국내에서 생산된 차보다 생산 비용이 적게 들어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자동차 회사들이 해외 생산 기지를 만들어 일본으로 역수입하는 현상이 시작됐다. 도요타는 대형차를 미국에서 생산해 일본으로 들여왔고, 혼다·미쓰비시·닛산 등은 태국에서 소형차를 생산해 역수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생산한 아반떼나 쏘나타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할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한중 FTA에서 자동차 부분을 제외된 상태인데, 이런 부분이 풀리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