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외래어 넘치는 올림픽 중계방송.

오완선 2018. 3. 3. 18:59

설 연휴 친척들과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경기 중계방송을 보았다.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이 외래어·외국어를 너무 많이 사용했다. '퍼펙트' '롤 모델' '어드밴티지' '슬립' '아이스 컨디션' '그린 라이트' '피니시' '레이스' 등이다. 스켈레톤은 외국서 시작한 운동이니 영어 사용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리말로 얼마든지 가능한 말들까지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완벽하다'의 '퍼펙트', '본보기'의 '롤 모델', '미끄러지다'의 '슬립' 같은 것이다.

방송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방송은 여전히 국민의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규정 제8절 52조가 "방송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경우, 국어순화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 방송은 영어 남용이 너무 심해 중계가 끝난 뒤 KBS, MBC, SBS 스켈레톤 중계의 영어 사용 빈도를 확인해봤다. 그 결과 기가 막혔다.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약 150분의 3·4차 시기 중계방송에서 SBS는 590번, MBC는 480번, KBS는 370번 정도 영어 단어를 사용했다. 1분에 2~4번꼴이다.

특히 '출발'과 '도착'이라는 엄연한 우리말이 있는데도 방송 3사 중계자들은 '스타트'를 368번, '피니시'를 60번 사용했다. '경주'나 '시합'이라고 하면 될 말도 175번 정도 '레이스'라고 했다. 또 '기록'이라고 해도 충분한데 50번이나 '레코드'라고 했다. 한 아나운서는 '인생 런'이란 말을 세 번이나 외쳐댔다.

공영방송이라는 MBC는 "외국어와 의미를 알 수 없는 은 어·속어·비어 때문에 우리말이 오염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우리말 나들이'라는 프로그램을 21년째 방송하고 있다. 국가기간방송이라는 KBS는 아나운서실 산하에 한국어연구부와 한국어사업팀까지 있고, SBS 아나운서 중에는 국립국어원 우리말다듬기위원으로 위촉된 분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방송 스스로 이렇게 우리말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면 다 무슨 소용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0/201802200348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