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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태양광' 2050년쯤 발암 유발 폐기물만 7800만톤 예상

오완선 2018. 11. 4. 20:59



입력 2018.11.04 07:00

태양광 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의 대명사격이다. 석탄이나 가스를 태우는 화력 발전이나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는 원자력 발전과는 달리 태양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태양전지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백만개의 태양전지 패널이 폐기 처분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10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에서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마친 뒤 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조선DB
탈원전을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는 한국에서도 태양전지 패널 폐기물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전북 새만금 일대에 대규모 태양광·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태양전지 패널 폐기물에 대한 우려와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 "2050년 태양전지 패널 폐기물 7800만톤에 달해"

2016년 11월 일본 환경부는 2040년까지 80만톤에 달하는 태양전지 패널 폐기물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엄청난 규모의 폐기물을 아직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해 국제신재생에너지기구는 전세계에 2016년 기준 25만톤의 태양광 패널 폐기물이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또 2050년이 되면 태양광 패널 폐기물의 규모는 78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통상 태양전지 패널은 25~30년 동안 사용될 수 있으며 유지보수를 잘하면 수명이 더 오래 갈 수도 있다. 우려되는 점은 태양광 에너지 산업이 성장하면서 태양전지 시장에 수명이 고작 5년 전후에 그치는 값싼 태양전지 패널이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저가 패널들은 수명이 짧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폐기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태양전지 패널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 알루미늄, 유리, 은 및 에틸렌-비닐 아세테이트(EVA)로 불리는 탄성 재료가 들어 있다. 문제는 납이나 크롬, 카드뮴과 같은 더 위험하고 때로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태양전지 패널은 유리로 밀봉돼 매우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유리가 깨지거나 패널이 손상되면 이같은 위험한 물질이 유출될 수 있다.

패널의 강화유리가 깨질 위험은 수명이 짧은 저가의 패널일수록 높다. 특히 허리케인과 같은 폭풍이 오거나 우박이 내릴 때 더 위험하다. 강한 비바람이 강화 유리를 깰 경우 위험한 화학물질이 토양이나 수계로 침투할 수 있다.

물론 손상된 태양전지 패널이 유해 물질을 유출하긴 하지만 단기적으로 큰 위험은 아니다. 화석 연료를 계속 사용할 경우 예상되는 지구 온난화나 허리케인과 같은 강한 비바람이 휩쓸고 가는 물리력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와 이에 따른 기상 이변을 멈추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태양광 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적극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 정책적 해결책 모색해야

태양전지 패널 폐기물에 대한 처리가 폐가전과 유사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폐가전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전세계에서 나오는 전자제품 폐기물의 70%를 수용했다. 하지만 중국은 2년 전부터 더 이상 폐가전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전자제품 폐기물이 보내지기 시작했고 이 방안 역시 장기적으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태양전지 패널 폐기물도 유사한 프로세스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에너지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태양전지 패널 폐기물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조선DB
오래된 태양전지 패널을 재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실용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패널을 분해하면 나오는 구리나 은 등 몇가지 재료가 분해에 필요한 비용만큼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인 미국 전력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태양전지 패널 폐기물을 매립지에 장기간 묻는 게 현재 가장 실용적인 대안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서는 폐기된 태양전지 패널 재활용을 위한 연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재활용 방안이 나온다 해도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추산하기 어렵고 재활용할 수 있는 태양전지 패널 규모가 많지 않아 선뜻 나서는 기업도 없는 실정이다.

결국 정책적으로 해결책이 나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태양전지 패널 비용에 별도 수수료를 추가해 재활용 비용을 분담케 하는 방안이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주는 태양전지 패널 제조업체가 제품 재활용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의 경우 올해 6월 태양전지 패널 재활용 공장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지구 전체적인 계획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 허쓸러 미국 에너지연구소 부회장은 "태양광 에너지 활용이 증가할수록 포괄적인 폐기물 처분 계획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국제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