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관제기지였던 노바루기지에 대중국 도감청 시설

오완선 2018. 11. 10. 13:02



일본 오키나와 자위대 기지 건설 현장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지요다 지역에 건설 중인 육상자위대 미사일기지 조성공사 현장. 내년 봄이면 미사일 부대가 주둔하게 된다. 오쿠마 마사노리(오키나와 평화운동 활동가) 제공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지요다 지역에 건설 중인 육상자위대 미사일기지 조성공사 현장. 내년 봄이면 미사일 부대가 주둔하게 된다. 오쿠마 마사노리(오키나와 평화운동 활동가) 제공

▶ 일본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오키나와에서 센카쿠열도로 이어지는 난세이제도 섬들에 자위대 기지를 속속 배치하고 있다. 이런 일본의 움직임은 아베 정부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와 맞물려 동아시아에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자위대 기지가 건설 중인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를 방문한 글을 보내왔다.

지난 10월25일 찾은 일본 오키나와현의 작은 섬 미야코지마 지요다 지역에서는 일본 육상자위대의 미사일기지 건설이 한창이었다. 병영과 미사일 발사대 등이 들어설 예정인 공사 현장은 분주해 보였다. 한국군의 연대급 주둔지 규모보다 더 커 보였다. 멀리서 봤을 때는 군사기지라기보다는 대학 캠퍼스나 연구소를 건설하고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평화의 섬’에 건설되는 군사기지

미야코지마는 섬 대부분이 평야지대다. 그래서 일본 방위성은 부지 정비가 손쉬운, 섬 한가운데 있던 골프장을 매입해 자위대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지요다 지역의 미사일기지가 완성되면 육상자위대 700∼800여명이 주둔하게 된다. 이 부대에는 최신형 지대공·지대함 미사일이 배치될 예정이다. 동중국해의 중국 전투기와 군함을 직접 겨냥하는 첨단 미사일이다.

미야코지마 남서쪽 끝자락인 히가시헨나자키의 보라마을 옆에는 탄약기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었다. 보라마을 옆 채석장이 자위대 탄약기지로 건설될 예정이다. 마을 민가에서 불과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다. 2017년 3월 우크라이나 도심에 위치한 탄약고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심각한 인명피해가 났던 적이 있었다.

오키나와의 평화운동 활동가들은 미야코지마 주민들과 협력해 지요다 미사일기지 건설 현장과 보라마을 탄약기지 건설 예정지에 매일 드론을 띄워 현장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미야코지마 기지 저지 주민연락회의 시미즈 하야코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는 지역활성화 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한편 기지 건설 부지를 강제수용하면서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야코지마는 태평양 전쟁 때도 전투가 없었던 평화의 섬이다. 류큐왕국 시절부터 중국 및 동남아와 평화롭게 공존했던 섬”이라며 “아베의 집권 이후 이 평화의 섬이 군사 요새가 되고 있다”고 기지 건설 반대운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몇년 사이 미야코지마에는 중국과 대만 관광객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주민들은 2015년 일본 방위성이 미야코지마 기지 건설 계획을 공식 발표한 이후 반대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미야코지마 시장이 기지 건설을 수용하면서 일본 정부가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외곽의 보라마을 옆에서 육상자위대 탄약기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기존에 채석장으로 사용되던 부지라 곧바로 기지 건설 공사가 가능하다. 오쿠마 마사노리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외곽의 보라마을 옆에서 육상자위대 탄약기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기존에 채석장으로 사용되던 부지라 곧바로 기지 건설 공사가 가능하다. 오쿠마 마사노리
지요다 지역의 미사일기지 건설 현장에서 동북쪽으로 1㎞ 떨어진 구릉지대에는 일본 항공자위대의 노바루기지가 있었다. 이 부대는 육상자위대 기지 건설이 시작되기 전까지 미야코지마의 유일한 군사기지였다. 2008년까지 항공자위대의 관제기지가 있었다. 2006년 10월 이곳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일반적인 통신중계소나 전파연구시설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12년 만에 찾은 노바루기지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한눈에도 생소한 모습의 군사시설이 보였다. 크고 위압적인 분위기의 원통형 시설과 창문이 거의 없는 건축물이 육중하게 서 있었다. 2008년께부터 도청·감청을 위한 첨단 장비를 갖춰나가면서 대중국 도감청기지로 변모해 있었다.

이제 노바루기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도감청기지가 됐다. 냉전시절 소련을 감시하던 홋카이도의 와카나이 도감청기지를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카나이기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노바루기지는 소련에 맞춰져 있던 일본 군사안보전략의 중심이 중국으로 바뀌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곳이다. 일본은 전역에 도감청기지 19곳을 운용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지요다 지역에 건설 중인 육상자위대 미사일기지 조성 공사 현장.  오쿠마 마사노리 제공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지요다 지역에 건설 중인 육상자위대 미사일기지 조성 공사 현장. 오쿠마 마사노리 제공
일본 오키나와섬 나하항공기지에 대기 중인 대잠초계기의 모습. 난세이제도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 해군의 잠수함과 맞서기 위해 이곳에서 대잠초계기가 발진한다. 또한 항공자위대의 F15J 전투기도 출동한다. 서재철 제공
일본 오키나와섬 나하항공기지에 대기 중인 대잠초계기의 모습. 난세이제도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 해군의 잠수함과 맞서기 위해 이곳에서 대잠초계기가 발진한다. 또한 항공자위대의 F15J 전투기도 출동한다. 서재철 제공
미야코지마에 자위대 기지가 추진되고 있는 것은 동중국해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야코지마는 오키나와 본섬과 대만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과의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에 대응하고 중국의 해양 진출에 맞선다는 명분 아래 2010년 정도 이후 동중국해와 난세이제도의 방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오키나와 본섬에만 자위대 기지가 있었으나, 일본 서쪽 끝섬인 요나구니지마를 시작으로 미야코지마, 이시가키지마, 아마미오시마 등의 섬들에 잇달아 자위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중심부에
육상자위대 미사일 기지 건설 중
섬 끝 마을에는 탄약기지 추진
노바루기지도 10여년 만에 ‘변신’

센카쿠열도 분쟁 대비하고
중국 해양진출 견제할 목적
난세이제도 섬들에 병력 증강
‘자위대’ 최첨단 무기·장비로 무장

2016년 3월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지마에 육상자위대의 연안감시부대를 새로 배치했다. 요나구니지마는 대만과 불과 110㎞가량 떨어진 섬이다. 주변의 해상과 상공에서 활동하는 선박 및 항공기를 레이더로 감시하는 부대다. 이후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와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시마에 미사일기지 건설이 추진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지마에 미사일기지를 만드는 공사를 올해 안으로 시작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일본 본토 규슈의 가고시마현부터 오키나와현의 여러 섬이 이어지는 지역, 즉 난세이제도 전체에 자위대를 전진배치해 대중국 군사 저지선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더욱이 일본 방위성은 난세이제도에 좀 더 본격적으로 전략기동군을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륙양용작전 기능을 갖춘 수륙기동단(해병대)의 신설, 고정익 초계기 P-1 및 회전익 초계기 SH-60K 등의 도입 등도 이어질 예정이다. 또 오스미급(1만5천톤급) 수송함을 상륙작전에 적합하도록 수리하고, 미 해병만 운영하는 수직이착륙 수송기 오스프리 MV-22 등을 도입했다. 비록 배치하는 병력 수는 많지 않지만 무기와 장비, 시설은 최고 수준이다.

일본 방위성은 2016년 1월 오키나와 본섬의 나하항공기지에 제9항공단을 신설했다. 이에 앞서 2008년에 나하항공기지에 주력전투기인 F15J 40대를 전진배치했다. 나하기지는 민간 공항인 나하공항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관문인 나하공항에 비행기를 타고 진입하면 창 밖으로 흥미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F15J 전투기를 비롯하여 일본 해군력의 상징 중 하나인 P3C 대잠초계기(잠수함을 수색하고 공격하는 항공기) 등 수십대가 도열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에 있는 항공자위대 노바루기지의 첨단 도감청시설. 노바루기지는 대중국 핵심 감시시설이다. 외부에서 보이는 모습도 일반적인 군사시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서재철 제공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에 있는 항공자위대 노바루기지의 첨단 도감청시설. 노바루기지는 대중국 핵심 감시시설이다. 외부에서 보이는 모습도 일반적인 군사시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서재철 제공

미-일 동맹과 대중국 군사전략

일본 자위대는 해·공군력이 특히 강하다. 일본방위백서와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항공자위대는 주력 전투기인 F15J를 200대 넘게 보유하고 있다. 해상자위대는 대잠수함 작전의 촉수라 할 대잠초계기를 100대가량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한국 해군의 대잠초계기는 16대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잠수함도 16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구형에서 신형으로 교체하는 주기가 세계에서 제일 짧다. 육상자위대의 전차 보유 대수도 750대가 넘는다. 자위대는 병력 25만에 불과한 군대지만 무기와 장비는 세계 최첨단을 자랑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평화헌법에 따라 공식적으로 군대를 보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외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최소한의 방위력만을 행사한다는 원칙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위대’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군대다. 핵무기와 항공모함, 핵잠수함 정도만 없을 뿐이다. 군사 분야 기술 수준은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평가받는다. 군사비 지출도 한국과 북한을 훌쩍 뛰어넘고 러시아와 중국에 필적한다. 일본은 중국 등 동아시아 주요 국가와는 미묘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미국과는 군사적 일체화를 도모하고 있다. 미-일 동맹은 군사기지의 공동이용과 공동훈련을 기본으로 한다. 미국은 일본이 난세이제도에서 자위대를 증강배치하면 자기 돈 들이지 않고 중국을 턱밑에서 실시간 감시·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이 바라는 군사적 이익의 극대화와 부합한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한 이후 평화헌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 오키나와현의 작은 섬 미야코지마에서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던 일본 군국주의의 유전자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야코지마/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869675.html?_fr=mt2#csidx8a31319f8b5b32d9623eb86c63741c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