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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쌍용맨, 이젠 꼬마 전기차 1위 달린다

오완선 2021. 3. 25. 17:41

입력 2021.03.25 16:00 | 수정 2021.03.25 16:00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딘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캠시스의 CEVO(쎄보)./캠시스

스마트폰 부품업체인 캠시스의 박영태 사장(60)은 예전에 쌍용자동차에서 24년간 일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쌍용그룹에 입사한 뒤 쌍용차에서 기획, 재무, 투자, 경영혁신, 대외협력, 법무 분야를 거쳐 2009년에는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3년 뒤 쌍용차를 퇴임하고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캠시스의 대표로 변신했다. 그러나 ‘자동차 맨’의 DNA(유전자)는 감출 수 없었다. 초소형 전기차 생산에 손을 댄 것이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한국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캠시스는 지난해 2인승 ‘CEVO(쎄보)’ 브랜드로 893대를 팔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 사장은 큰 완성차 회사의 사장을 지냈으니 작은 전기차 회사 운영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고 필자는 처음에 생각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초소형 전기차 사업을 시작해 안착시키는데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리고 미국의 테슬라, 중국의 니오(NIO), 한국의 현대차·기아차 등 쟁쟁한 글로벌 업체들이 모두 전기차 시장에서 뛰고 있는데, 박 사장은 이들에 맞서 어떤 경영 전략을 갖고 있을까?

지난 22일 오후 2시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벤처로 100번길 26에 위치한 캠시스 본사 2층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천의 하늘은 서울보다 파랗고 맑은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쌍용차 사장 마치고 캠시스로

―쌍용차에서 오래 근무했는데, 전자부품 회사인 캠시스 경영을 맡게된 계기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 대주주로 있다가 경영에 실패해 2009년에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 당시 기획재무본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경영정상화를 위해 법정관리인 겸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이후 상하이차가 떠나고 현재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가 인수-합병(M&A)을 끝낼 때까지 내가 회사 경영을 맡았다. 2011년에 인수-합병이 끝나고 회사를 그만 뒀다. 이듬해 평소 알고 지내던 캠시스 대주주가 경영을 맡아달라고 부탁해 다시 경영자로 일하게 됐다.”

박영태 캠시스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재직했던 쌍용자동차의 평택공장 정문./뉴시스

―자동차 회사와 스마트폰 부품 회사는 업종의 성격이 좀 다른데, 왜 캠시스에 자동차 회사 출신이 필요했나? .

“업종 성격이 약간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당시 캠시스에는 제조업 경험이 있는 경영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쌍용차 근무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조립된 부품 덩어리)은 자동차보다 만들기 쉬운가?

“그렇게 쉽지 않다. 카메라 모듈은 렌즈 등 부품을 구입해서 카메라 형태로 조립해 모듈을 만드는 작업이다.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누는데, 전공정은 조립 과정이고, 후공정은 검사 과정이다. 전공정은 자동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후공정은 예전에는 거의 수작업으로 했다. 지금도 일부 자동화를 했지만 인력이 많이 투입된다. 현재 캠시스 공장 직원 3500명 가운데, 전공정에 3분의 1, 후공정에 3분의 2의 인력이 투입되어 주야간 2 교대로 일하고 있다.”

―최근 가동 상황은?

“경기가 좋을 때 대체로 85~90% 정도 가동된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품귀 현상 때문에 가동률이 약간 떨어진 상황이다. 반도체 수급이 좋아지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취임후 9년간 매출 4배 증가

―2012년 취임 후 경영 실적은?

“2011년 취임 당시에는 매출액이 1830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8670억원으로 늘었다.”

―실적이 좋아서 9년간이나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 왔을 때는 내가 잘 모르는 업종이니 6개월 정도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짧게 일하더라도 전적으로 내가 책임을 지고 소신껏 경영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깨끗하고 투명하고 성실하게 경영하려고 노력했다. 그러한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아서 지금까지 CEO(최고경영자)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경영 다각화 위해 전기차 시작

―전기차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회사에 왔을 때 매우 놀랐다. 제품이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하나였다. 또 매출액이 1830억원에 달하는 코스닥 상장기업인데도 매출처는 삼성전자 1곳 뿐이었다. 경영 실적이 전적으로 삼성전자의 매출 호조에 의존되어 있었다.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리스크(위험) 관리가 제대로 안된 매우 독특한 회사였다. 이 리스크를 줄여야 했다.”

―어떻게 줄였나?

“거래처를 다변화하던지, 제품 아이템을 추가하던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에 거래처를 다변화하기는 어려웠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카메라 모듈 수요가 많아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납품하기도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량의 일부를 쪼개서 다른 곳에 납품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캠시스 본사./김기훈 기자

―카메라 모듈 생산 시설을 확충하면 되지 않나?

“생산량을 늘려서 다른 스마트폰 업체에 납품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업종을 다각화하는 것이 휴대폰 경기 순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했나?

“처음에는 카메라 모듈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용 전기전자 장치와 부품을 만들었다. 2012년에 전장사업부를 만들어 차량용 블랙박스, OBD(차량 운행시 차량정보 자가진단기기),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AVM(차량 운행중 360도 촬영 기능) 장치를 생산했다. 그러다가 전기자동차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해, 부품만 만들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완성차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틈새 시장인 소형 전기차 공략

―완성차 시장에는 이미 현대차·기아차, 쌍용차 등 쟁쟁한 완성차 업체들이 있지 않나?

“그렇다. 다만 소형 전기차 부분은 중소 중견 기업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언제부터 전기차 시장을 주목했나?

“쌍용차 사장으로 일할 때부터이다. 당시에는 아직 미국에서 테슬라 붐이 불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상하이나 선전 등에서 전기 택시가 다닐 정도로 전기차 붐이 불고 있었다. 쌍용차 대주주였던 상하이자동차도 전기차 사업을 하고 있었고, 선전의 BYD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중이었다. 중국에서 중소 전기차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을 보고 세계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2016년쯤에 완성차를 만들기 시작해서 2017년 서울 모터쇼에 전기차 컨셉트카(미래 생산 모델)인 ‘PM100(현재 CEVO)’를 전시했다.”

중국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BYD의 왕촨푸 회장이 BYD 투자자인 미국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미국에서 만나 기념품을 주고 받고 있다./중국 남방망(南方網)

―컨셉트카를 내놨을 때 반응은?

“반응이 좋았다. 디자인도 참신했다. 그 때만 해도 초소형 전기차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를 찾아가다

―초소형 전기차는 어떤 차인가?

“보통 승용차는 차량의 무게가 1.5~2t 정도 된다. 그러나 초소형 전기차는 무게가 600㎏ 이하, 최고 속도가 시속 80㎞ 이하여야 한다. 그런데 차를 직접 만들어 보면 600㎏ 이하의 무게로 2인승 승용차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와 같은 시기에 3~4개 업체가 함께 초소형 전기차 사업을 시작했는데, 2019년 7월 1일에 초소형 전기차 안전 법규가 시행된 뒤 캠시스의 ‘CEVO’ 전기차가 제일 먼저 국토부와 환경부의 인증을 받았다. 기술적 제약을 우리가 제일 먼저 돌파한 덕택이다.”

―기술적 제약이라면?

“디자인 기술과 부품 제작 기술이다. 우리는 차량 설계와 디자인을 한국 업체에 맡겨 우리 기술로 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초소형 전기차용 부품 제조업체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중국 부품업체들을 찾아다녀야 했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금형 디자인은 한국에서 했지만 금형의 제작과 부품 제작은 중국 기업에 의존해야 했다. 초창기에는 중국 부품업체들의 박대가 심했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2019년 10월에 첫 CEVO 제품을 1450만원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디자인과 부품에 관한 원천 기술을 갖고 있지 못했더라면 정부의 안전 기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

모노코크 방식 vs 프레임 방식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국내에 거대 자동차 회사도 있고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많은 한국 중소 중견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 왜 중국 기업에 손을 벌려야 하나?

“초소형 전기차는 자동차 차체를 만드는 방식이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른 차들과 다르다. 차체를 만드는 방식은 크게 프레임(frame) 구조와 모노코크(monocoque) 구조가 있다. 프레임(뼈대) 구조는 프레임을 별도로 만든 뒤에 차량의 핵심 부품이 탑재되는 차체를 프레임 위에 뒤집어 씌우는 구조이다. 구조가 단순하고 투자비용이 저렴하다. 반면 모노코크 구조는 뼈대와 차체를 아예 하나로 공장에서 압연기로 찍어서 생산해낸다.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는 차들은 거의 모두 모노코크 구조이다. 자동화와 대량 생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산하는 초소형 전기차는 프레임 구조이다. 그래서 프레임 구조의 초소형 전기차에 맞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금형업체나 부품업체를 찾아야 했는데 한국에서는 찾지 못했다.”

차체의 뼈대를 만드는 방식은 프레임 방식(위)과 모노코크 방식이 있다./오토엑스퍼터스

―테슬라나 현대차가 생산하는 전기차는 초소형 전기차가 아니다. 이렇게 큰 차들은 모두 모노코크 타입인가?

“그렇다.”

물어본 김에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래도 한국 기업들이 기술 수준이 높아 프레임 구조를 만들기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초소형 전기차는 600㎏ 이하라는 무게 제한 때문에 기술적 제약이 많다. 예컨대 무게 제한이 없을 경우 전체 프레임을 무거운 철로 만들면 간단하다. 하지만 모든 프레임을 철로 만들 경우 600㎏ 이하 짜리 차를 만들기 어렵다. 그렇다고 무거운 철 대신 아주 가벼운 비행기용 알루미늄을 사용할 경우 생산 단가가 급격히 올라간다. 그러므로 철로 프레임의 윤곽만 만든 뒤 그 위에 강화플라스틱을 붙여 무게를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프레임 윤곽을 만드는 금형이 매우 정교해야 하고, 높은 수준의 설계 기술이 요구된다. 초소형 전기차는 무게 제한 때문에 이러한 프레임 구조로 생산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중국에서 금형을 만들고 부품을 공급할 협력업체를 찾아다닌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사업은 한국보다 앞서 있나?

“한국보다 일찍 시작해 부품업체들이 많이 있다. 처음에는 중국업체들이 나를 박대했는데, 요즘에는 찾아가면 고객 대접을 아주 잘 해준다. 그동안 중국 저속 전기차는 안전성이 확보가 안됐으나, 이제 정부가 저속 전기차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규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서 중국 업체들이 일부 문닫자, 수요가 줄어든 중국 부품업체들이 우리를 대우해주고 있다.”

―그러면 캠시스도 앞으로 좀 더 큰 차량을 생산할 때에는 모노코크 방식을 쓸 것인가?

“우리도 무게 제한이 없는 4인승 경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차는 모노코크 방식으로 만들 것이다. 모노코크 방식으로 만들면 공장 자동화가 더 쉬워 생산성이 높아진다.”

작년 893대 팔아 1위

―힘든 노력 끝에 초소형 전기차가 나온 것 같다. 팔리기는 잘 팔리나?

“2019년 10월에 첫 차를 내놨는데, 그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얼마 남지 않아서 103대 정도 팔았다. 2020년 한해 동안에는 893대를 팔아 초소형 전기차 부문에서 판매 1위를 했다.”

―고객이 전기차를 살 때 정부가 보조금을 얼마나 지급하나?

“우리 CEVO-C의 1대 가격이 1450만원이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가 400만원의 보조금을, 지자체가 200만~600만원을 보조해준다. 예를 들어 경기도 광명시의 경우 500만원을 보조해 주기 때문에 광명시 거주자의 경우 정부 보조금 400만원과 광명시 보조금 500만을 받으면 자기 돈 550만원에 이 차를 사서 운행하는 셈이다. 취등록세도 없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주차 요금도 할인 받을 수 있다. 2종 보통 이상 운전 면허만 있으면 운전할 수 있는데, 다만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는 이용할 수 없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많아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2인승 초소형 전기차 CEVO(쎄보)./캠시스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면 사실상 네발 달린 오토바이 아닌가?

“오토바이를 대체하기 위해 나온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자동차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회사원들이 시내에서 출퇴근 할 때, 주부들이 단거리 이동할 때 쓰면 기존 승용차보다 훨씬 유지비가 적게 든다.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앞으로 이런 차를 쓸 수도 있다. 차의 크기가 폭 1.43m, 길이 2.43m 밖에 되지 않아 4인승 승용차 주차 공간에 2대를 넣는 것도 가능하다.”

연료비가 오토바이의 5분의 1

―유지비는 얼마나 드나? 오토바이와 비교해 보면?

“오토바이는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보험료가 자동차의 3배이다. 연료비도 하루에 120㎞를 달릴 경우 휘발유 값이 1만5000원 들어가는데, 전기차는 2000~3000원 밖에 안된다. 그래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오토바이 시장을 대체하려는 것이다.”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우리 차는 한번 충전하면 시속 80㎞로 약 80㎞를 갈 수 있다. 완전 충전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충전소가 없으면 가정용 220V 전기로 충전도 가능하다. 올해 4월에 CEVO 새로운 버전의 차가 나오는데 4시간 충전하면 약 95㎞를 갈 수 있다.”

지난 3월 12일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 있는 신왕다전기차배터리 회사에서 직원들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배터리는 얼마에 한번씩 교체해야 하나?

“지금은 3년 또는 6만㎞를 보증한다. 처음에는 중국산 배터리를 쓰다가 올해부터는 삼성 SDI 것을 쓰는데 성능이 개선되고 품질도 안정이 되어서 5~7년 동안 배터리를 교체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배터리를 교체할 정도가 되면 오래 탔으니 차를 새로 살 것이다. 배터리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아직 불안정한 중국산 부품

―중국산 배터리나 전기차 부품은 어떤가?

“같은 부품이라도 회사 제품마다 품질이 차이가 있어서 철저한 품질 관리가 없다면 고객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기차 공장은 어디에 세웠나?

“전남 영광군 대마산단에 약 3만3000㎡(1만평) 부지를 분양 받아서 2019년 초에 공장을 만들었다. 60명의 직원이 중국 난징 인근의 협력업체에서 차체와 부품을 갖고 들어와 국산 배터리를 장착해 완성차를 만들어 내고 있다.”

―중국 업체에 금형 제작을 맡기고 부품까지 들여온다면 중국 업체들이 CEVO를 만들어 중국에서 팔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니다. 설계와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을 우리가 갖고 있어서 우리의 허가 없이는 팔 수 없다.”

중국의 선두 전기차 회사인 NIO가 2020년 9월 베이징모터쇼에서 선보인 신형 전기차 'NIO EP9'. 중국은 전기차 분야에서 한국보다 앞서지만 업체마다 품질관리에 큰 격차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EPA 연합뉴스

―작년에 이익은 냈나?

“초창기이므로 당연히 흑자가 안났다. 개발 초기에 비용을 너무 많이 썼다. 롯데마트에 매장을 내고 라디오 광고도 하면서 영업비를 썼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없었다. 또 장기간 개발하면서 연구개발(R&D) 비용도 많이 발생했다. 올해부터는 2000 대 이상 팔면 이익이 날 것으로 본다. 캠시스의 전기차 부문이 4월 1일자로 ‘CEVO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회사로 분할되는데 그 때부터는 초소형 전기차 시장도 조금씩 확대되면서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지금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수출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도 나가 볼 예정이다.”

 

오토바이 대체할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차 시장 전망은?

“아직 초기 단계라서 전망에 사용할 수 있는 상세 데이터는 없다. 작년 오토바이 신규 등록 대수는 14만대이고,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2020년 기준의 누적 등록 대수는 228만대이다. 전국배달라이더협회에서 추정하는 라이더 규모는 30만명이며, 이중 50대 비중은 약 17%로 추정한다.

라이더는 메인 라이더와 서브 라이더로 나뉜다. 메인 라이더는 주문건수를 최대한 중시하는 전업 생계형이고, 2030 세대 남성이 주류인 전문 라이더이다. 이에 반해 서브 라이더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부업형이다. 노령 또는 여성, 초보 라이더가 주류이다. 전체 라이더 가운데 초소형 전기차로 넘어올 수 있는 서브 라이더를 약 10%로 추산 시, 초소형 전기차 시장 규모는 연간 1만5000대에서 3만대로 추정된다. 또한 기존 완성차 업체에서 신규 모델을 출시하지 않아 경차 시장에서도 초소형 전기차로 유입되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초소형 전기차 업체들이 초소형 전기차의 안전성과 저렴한 운영비를 앞세우며 공략에 나선 오토바이 배달 시장. 서울 시내에서 한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향후 어떤 고객을 주로 공략할 생각인가?

“근거리 출퇴근 고객, 초소형 전기차를 이용한 라스트마일 배달망 구축 작업 등을 할 것이다.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사고 위험이 높은 오토바이 시장을 대체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4인용 승용차가 미치지 못하는 틈새 시장을 개척할 생각이다.”

―국내에서 이미 초소형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이 여러 곳 있다. 캠시스가 갖는 경쟁력은?

“우리에 앞서 나온 제품은 냉방과 난방이 되지 않았다. 또 오토바이처럼 앞뒤로 사람이 타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도 부족했다. 반면 우리는 냉난방 장치를 모두 갖추고 2명이 좌우로 타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도 있다.

또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는 차량 설계 및 디자인을 우리 기술로 직접 했다. 단지 국내에 가격 경쟁력을 가진 금형 업체와 부품 업체가 없어서 중국 업체에 의뢰했을 뿐이다. 반면 다른 업체들은 중국산 전기차를 그대로 가져와 판다. 만약 국내 법규나 소비자 수요가 변하면 그 때 그 때 설계 변경, 디자인 변경을 해줘야 하는데 우리가 훨씬 빨리 대응할 수 있다. 원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어떻게 경쟁할까?

―현대차·기아차도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공룡과 어떻게 경쟁할 생각인가?

“대기업에서 이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들어오기는 어렵다고 본다. 첫째, 가격 경쟁력을 맞추기 어렵다. 고연봉 노동자들이 1450만원짜리 전기차를 만들 수 있을까? 둘째, 초소형 전기차는 교통 약자의 이동 수단에 주로 특화되어 있다. 그래서 차량 내부에 많은 인테리어가 필요 없는 저렴하고 소박한 제품이 주류이다. 현대차가 이런 소박한 제품을 만든다고 생각해보라.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깎일 것이므로 아예 만들지 않을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17일 공개한 전기차 '아이오닉 5'./뉴시스

박 대표는 향후 마케팅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라스트 마일리지(last mileage) 사업 구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유통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C사와 제휴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었다.

“예컨대 대형 아파트 단지 별로 물류 허브를 만들고 C사가 그 물류 허브까지 배달하면, 허브에서 우리의 초소형 전기차를 이용해 집 앞까지 배달해 줄 수 있다. 지금처럼 내연기관차로 배달하면 시끄럽고 매연이 나니 초소형 전기차로 배달하면 주민들의 인식도 좋아질 것이다.

아파트 단지 내 차량공유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다. 예컨대 새벽부터 10시 반까지, 다시 오후 4시 반부터 새벽까지 배송을 한다면, 그 중간에 비는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차량을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빌려줄 수 있다.”

초소형 전기차 업체들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 내의 미세 배송에 초소형 전기차가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한 배송업체의 서울 송파구 서울동남권물류단지 모습./연합뉴스

―C사가 초소형 전기차를 직접 사서 운영하면 되지 않을까?

“직접할 경우 먼저 우리에게서 비싼 값에 차를 사가야 한다. 그리고 차량 공유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해야 하니 또 비용이 든다. 우리에게 라스트 마일 배송을 맡기는 것이 C사 입장에서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는 오히려 기회

―코로나 사태가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

“우리 입장에서는 불리하지 않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대중 교통보다 자가용을 선호한다. 우리 차를 장기 렌트하면 택시를 타는 것보다 비용이 약간 더 들어간다. 전기차는 주차비도 50%이므로, 렌트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소비자들이 택시비 보다 약간 더 지출하는 선에서 차를 쓰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차량 관제 시스템과 요금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4월 1일부터 시범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코로나 사태는 운행비가 저렴한 초소형 전기차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의 코로나 임시선별검사소./뉴시스

―쏘카 등이 이미 그런 사업을 하고 있는데 경쟁력이 있나?

“그들은 전기차를 사서 써야 하지만, 우리는 초소형 전기차를 직접 만들고 있다. 우리가 생산한 차를 기반으로 공유차량 플랫폼을 만들면 더 싼 가격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경차형 전기차와 전기 트럭도 계획

―향후 신차 발매 계획은?

“내년에 경형 전기차 출시를 검토 중이다. 기존 승용차 업체들도 경차 이상 규모의 전기차를 만들고 있으니 가성비로 승부를 하려고 한다. 초소형 전기차 부문에서 기술을 쌓았고 해외 협력업체 네트워크도 생겨 다른 거대 경쟁사들보다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특히 렌터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렌터카는 차량 내부나 인테리어, 메이커의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다. 가격과 품질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 시장에 진입하려고 한다. 그 시장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중요하지, 인테리어나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다. 우리 제품이 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전기 트럭은 만들지 않나?

“0.5~0.8t짜리 픽업 트럭 개발도 검토중인데 2024년 초에 출시한다는 계획 하에 컨셉트카를 만들었다. 픽업, 탑차, 푸드트럭 등 다양한 차량을 값싸게 만들어 소상공인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캠시스가 2024년부터 출시할 예정인 전기 픽업트럭의 컨셉트카. 푸드트럭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김기훈 기자

―캠시스 전기차 사업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면?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로 초소형 전기차를 자체 기술로 만든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는 제조만 중국에 위탁했지, 설계 및 디자인과 최종 조립, 검수를 우리가 한다.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할 때 8%의 관세를 내야 하는데 이 관세만큼 가격을 더 주더라도 우리 제품에 맞는 부품을 만들 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한국 회사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제 초소형 전기차 부품 업체들이 하나 둘씩 생기면 배터리에 이어 부품도 점차 한국 업체로 대체할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경쟁하면?

박 대표가 운영하는 전기차 업체에 대해 충분히 물어봤다. 그가 자동차 전문가이므로 시야를 좀 넓혀 세계 전기차 시장의 동향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 동향은?

“세계 자동차 시장은 짧은 기간, 예컨대 10년 내에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뀔 것이라고 본다. 2025년이 되면 내연기관의 구동 장치와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차 구동장치의 가격이 같아지거나 전기차 구동장치의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전기차 시대가 훨씬 빨리 올 수도 있다. 전기차 시대와 병행해서 수소차 시대도 열릴 것이다.”

전기차와 차세대 차량 경쟁을 벌이는 수소차. GM의 시험용 수소차량인 쉐보레 에퀴녹스가 2008년 6월 10일 시험 주행하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전기차와 수소차 간 경쟁이 벌어지면 누가 이길까?

“어려운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전기차는 충전소를 만드는 데 큰 돈이 안들지만 수소차는 충전소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든다. 또 수소차는 아직 충전소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자들 사이에 남아 있어서 전기차 인프라가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론 머스크는 계속 잘 나갈까?

―글로벌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승패를 결정 짓는 요인은?

“품질은 당연히 잘 확보되어야 한다. 그 밖에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에너지 효율과 디자인, 이 두가지이다. 동일한 배터리를 장착하고도 더 멀리 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얼마나 멋지고 예쁜 디자인의 차량을 만들 수 있느냐이다.”

―현재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의 경쟁력은 유지될까?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주도적인 회사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에너지 효율성 부문에서 경쟁이 벌어질텐데,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이 들어와 그들과 경쟁하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세계 전기차 업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AFP 연합뉴스

―머스크도 획기적인 가성비를 지닌 새로운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지금은 워낙 부족하니까 가격이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배터리가 부족해 한국 배터리를 수입해 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 워낙 새롭고 혁신적인 배터리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머스크가 꼭 승리한다고 볼 수 없다. 반도체 공장처럼 배터리 공장을 만드는 데에도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기차와 수소차 외에 다른 혁신적인 자동차가 나올 가능성은 없나?

“글쎄, 아직 새로운 에너지를 사용하는 차량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다만 3년전쯤에 아랍에미레이트 왕족이 한국에 와서 이야기하기를 시내를 관통하는 도로 위에 태양광 전지판을 깐 뒤에 그 아래에 전기차가 달리면서 무선충전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차량 뿐 아니라 이처럼 차량 인프라들이 획기적으로 변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하이마트에서 전기차 판매도 가능

―자동차는 소비재이기 때문에 마케팅이 매우 중요하다. 마케팅 방식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온라인 시대가 점점 발달하는 와중에 코로나 사태로 배달문화까지 활성화되면서 자동차 영업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마케팅도 과거 내연 기관을 팔던 시대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전자제품을 파는 하이마트에서 우리 차를 파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시대가 도래됐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한국에 전시장도 별로 없이 차를 많이 판다. 주로 온라인 판매를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우리도 전국 6개 롯데마트에 전시장을 냈다가 없앴다. 전국에 제주, 영광, 성남 밖에 전시장이 없다. 대신 온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시승 장소를 여러 곳에 만들 것이다. 고객은 마케팅 매니저와 연락해 만나 시승해 보면 된다. 꼭 도심 한 가운데에 화려하고 임대료 비싼 전시장을 둘 필요가 없다.”

자동차업체들이 비싼 자체 전시장을 줄이고 전자제품 매장에서 차를 파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전자제품 전문 유통점 하이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노트북 신상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하이마트

‘자동차 인생 2막', 시작은 고달팠다

인터뷰가 후반에 접어들었다. 다시 화제를 바꿔 ‘제 2의 자동차 인생'을 살고 있는 그의 소감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자동차 인생을 살다가 인생 2막도 결국 다시 자동차 인생을 살고 있다. 만족하나?

“자동차 회사를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외인구단처럼 출발해야 했다. 쌍용차 출신, 기아차 출신, 부품업체 출신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협력업체와 부품업체는 상당수 중국업체였다. 처음에는 중국에 가서 금형 개발을 부탁할 때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하나 하고 생각했다. 중간에 후회도 많았고 그만 둘까 하는 생각도 났다. 처음 만들어 보는 차량이니 시장 예측도 실패했고, 제작과정에서도 착오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실패 경험이 쌓여서 앞으로는 이런 실패를 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의 눈높이도 알게 됐다. 초소형 전기차는 차량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일반 차량보다 부품이 매우 정밀하고 찾기 어려운데, 이제는 그런 제품을 공급해 줄 협력업체들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제대로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월급쟁이 CEO보다 자동차 회사 창업자가 훨씬 힘들었다는 뜻인가?

“창업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금도 전기차를 하고 싶다며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사업은 기술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못하고, 돈이 있어도 기술력이 없으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 나는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 대주주일 때 중국 사람들과 함께 일해봤지만, 막상 전기차 사업을 하겠다고 맨발로 쫒아가니 신뢰를 쌓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신발 벗고 쫒아 나오지만 말이다(웃음). 한국은 아직 전기차 사업 기반이 없기 때문에 전기차 사업은 참 어려운 사업이다.”

한 때 쌍용차의 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자동차. 상하이자동차도 10여년전부터 전기차를 만들고 있었다./상하이자동차

―큰 차회사 다니다가 조그만 전기차 회사를 운영하니, 기존에 알던 업계 사람 가운데 우습게 보는 사람은 없나?

“그런 사람은 없다. 큰 회사와 작은 회사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앞으로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 같은 중견기업은 첫째, 무조건 품질과 가격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차별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브랜드 가치가 약하기 때문에 더 값싸고 더 품질 좋은 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차를 팔려면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므로 디자인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경쟁요소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디자인은 누가 하나?

“전략적으로 제휴가 되어 있는 회사가 국내에 있는데, 우리 일만 한다.”

―자동차는 외관 디자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요한 디자인은 대체로 유럽 업체에 의뢰해 해오지 않았나?

“우리도 잘 할 수 있다. 우리 차도 새롭게 나오지 않았나? 우리는 여기에 우리가 가진 휴대폰 기술을 적용해 차별화하려고 한다. 예컨대 이 조그만 차의 문에 지문인식 키를 적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시동 버튼에도 지문인식 기술을 적용하려 한다. 다른 회사라면 못하지만 우리는 이 기술을 휴대폰 사업 부문에서 이미 갖고 있다. 이 조그만 차에 지문인식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돼 있으리라고 누가 예상하겠나? 이런 부가가치 작업을 통해 다른 회사 제품과 차별화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

시계가 4시 30분을 넘어갔다. 마지막 질문을 던질 시간이다. 완성차 업체 사장까지 지냈으니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전기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에 제언할 이야기가 있으리라.

―전기차 사업을 할 때 어려움은?

“지자체마다 지원 기준이 달라 일일이 설명하고 협상해야 한다. 아직 전기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통일된 기준이 없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앞으로 시장이 커지면 점차로 안정이 될 것이다.”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해야 할까?

“전기차 표준화 작업을 하면 민간 부분의 비용 낭비를 줄이고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전기차 회사가 5곳이 있다면 지금은 이 5곳이 모두 개별적으로 차량 기본 골격이나 부품을 만들고 있다. 만약 정부가 기본 골격이나 부품을 표준화하면 부품업체에서 더 빠른 속도로 많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호환으로 낭비도 줄일 수 있다.

개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5개 업체가 플랫폼(차 뼈대)이나 부품 개발 비용으로 각각 100만원씩 쓰면 총 500만원이 들지만, 정부가 표준화를 해 업계가 그 기준을 공유하면 업계의 총 개발 비용이 예컨대 300만원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 수출할 때 품질관리도 쉬워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가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일을 해줘야 한다.”

 

쌍용자동차 사장을 지낸 박영태 캠시스 대표가 지난 3월 22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계기와 어려웠던 점,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