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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벤츠·르노까지… 국내 車 시장에도 中 ‘지리 천하’

오완선 2021. 12. 26. 19:36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 지리(吉利 ·Geely)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작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1994년 설립돼 업력이 27년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브랜드의 역사와 경험을 활용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국내 시장에서도 입지가 더 커질 전망이다.

26일 로이터에 따르면 지리차는 프랑스 르노그룹과 함께 하이브리드차를 만드는 합작법인을 한국에 설립해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로이터 소식통에 따르면 지리차는 스웨덴 볼보와 합작해 만든 링크앤코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링크앤코01′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생산된 차량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도 수출돼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법인이 설립돼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르노삼성은 추가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지리차 전시장./로이터=연합뉴스

국내 소비자에게 지리차는 다소 낯선 브랜드이지만, 지리차가 가진 지분을 살펴보면 이미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리차는 볼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를 가진 다임러의 2대 주주다.

지리차가 볼보를 인수한 것은 2010년인데, 이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볼보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0년 1600여대였던 연간 판매량은 올해 1만 4000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 매년 두자릿수로 성장한 업체는 볼보가 유일하다.

지리차는 다임러의 지분도 9.69%를 갖고 있다. 2018년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에 등극했는데, 2019년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다임러 지분 9.98%를 인수하면서 지리차는 2대 주주가 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연간 판매량이 7만대에 이르면서 5년 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폴스타도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다. 폴스타는 지리차가 볼보와 합작해 만든 전기차 브랜드다. 폴스타는 최근 국내에 한국법인 폴스타코리아를 설립하고, 내년 1월 ‘폴스타2′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브랜드라는 한계에도 지리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비결은 볼보, 다임러 등 지분을 확보한 글로벌 브랜드의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한 것이다. 지리차는 지분 100%를 가진 볼보의 본사를 스웨덴에 그대로 두고, 유럽에 있는 연구개발(R&D) 센터와 판매망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지적 재산권도 볼보에 그대로 둠으로써 볼보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는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비교적 공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폴스타가 내년 국내에 출시할 전기차 '폴스타2'./폴스타 제공

지리차는 지난해 볼보와 합병 계획을 발표했지만, 올해 초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전기차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합병해 볼보가 완전히 중국 업체로 변모하면 브랜드 가치 훼손 등 손해가 크기 때문에 현재 분리된 기업 구조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리차는 미래차 시장이 열리는 상황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리차는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라는 두 축을 미래 사업의 핵심으로 꼽았는데, 볼보, 다임러, 르노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을 더 강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