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수술 선택은 성급… 올바른 치료지침 알아보면
‘허리디스크 수술,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마도 허리디스크 질환이 있는 많은 사람의 고민이 이러할 것이다. 수술을 권하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수술을 받지 말라고 하는 병원도 있다. A방법을 권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B방법이 더 낫다는 의사도 있다. 환자는 혼란스럽다.
물론 개개인의 증상이 다른 만큼 전문가의 진단은 다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환자가 스스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좋지는 않다. 결국 최대한 좋은 선택을 이끌어내는 ‘지침’을 알아두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 ‘수술 안 해도 되는 사람이 80%?’
모든 의사가 수술을 찬성하는 건 아니다. ‘허리디스크 수술 받을 사람은 전체 환자군의 20%도 채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있다.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디스크를 맹장염처럼 무조건 수술해야 되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기기가 등장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 80%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감기에 비유했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14일, 안 먹으면 2주 만에 치료가 된다’라는 말처럼 허리디스크도 자연 치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우리 몸에서 소염물질이 나온다. 손에 염증이 생기면 아프다가 다시 좋아지는 것과 똑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스스로 치유하도록 내버려두기엔 통증이 심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만 스테로이드 주사를 장기간 맞으면 몸에 해로울 수 있다. 약물치료를 오래 받아도 차도가 없다면 수술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모두 고민할 것을 권한다. 가령 65세 이상이라면 정도의 차이일 뿐 디스크 증상을 누구나 갖고 있다. 70세 이상이거나 특별히 신체활동량이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로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수술 후 회복기간이 한 달 이상이어서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들은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통증도 고려해야 한다.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로 적절히 통증이 관리되는 사람이라면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 아무리 수술 기술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간혹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다 신경을 건드릴 우려도 있다.
○ 다리에 힘이 빠진다면 ‘수술 필요’
전문가들은 수술을 결심하기 전에 단계별로 먼저 치료법을 체험해볼 것을 권한다. 통증 정도, 단계별로 쓸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시도해 보라는 얘기다. 물리치료→약물치료→통증치료의 순서가 적절하다. 이 모든 것을 해 봤는데도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수술을 받는 게 좋다.
수술을 빨리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척추관이 태어날 때부터 좁은 환자(협착증이 심한 환자)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아도 재발되기 때문에 수술을 받는 게 좋다. 또 발가락과 발목이 잘 움직이지 않거나 다리 근육이 매우 약해져 운동신경이 많이 둔해진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발가락까지 영향이 갔다는 것은 허리디스크가 매우 중증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통증이 너무 심해 움직일 수 없는 경우 △디스크가 아주 많이 튀어나온 경우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8주 이상 했는데도 차도가 없는 경우에도 수술을 고려해볼 만하다.
○ 의사 3명 이상에게 꼭 물어보라
구성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학회에서 허리디스크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이 환자에게 어떤 처방과 결정을 내리겠느냐’고 물어보면 의견이 갈린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모두 공감하는 치료 방법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많다는 뜻이다. 의사마다 환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수술 전에는 여러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게 좋다. 김기정 분당서울대병원 척추센터 교수는 “제일 유명하다는 의사한테 찾아가 진단을 받아 보겠다는 식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최소한 3, 4명으로부터 의견을 들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술을 받으면 몸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버려야 한다. 환자들 중 상당수는 “수술을 받았는데도 통증이 남아 있다. 수술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이는 허리디스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구 교수는 “허리뼈는 다섯 마디다. 한 마디만 나쁘면 그 부분만 해결하면 된다. 이런 경우 수술을 권한다. 그러나 퇴행성 때문에 전체가 다 아픈 경우라면 한 부분을 수술한다고 해서 통증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환자들은 지금 상태보다 좀 더 편해질 것이란 수준으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고령화로 허리디스크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할지, 아니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만 받아도 되는 건지 고민이 많다. 전문가들은 “물리치료, 약물치료, 통증치료 순으로 하나씩 시도해보고, 그래도 정 효과가 없으면 수술을 고려해보라”고 한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아마도 허리디스크 질환이 있는 많은 사람의 고민이 이러할 것이다. 수술을 권하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수술을 받지 말라고 하는 병원도 있다. A방법을 권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B방법이 더 낫다는 의사도 있다. 환자는 혼란스럽다.
물론 개개인의 증상이 다른 만큼 전문가의 진단은 다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환자가 스스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좋지는 않다. 결국 최대한 좋은 선택을 이끌어내는 ‘지침’을 알아두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 ‘수술 안 해도 되는 사람이 80%?’
모든 의사가 수술을 찬성하는 건 아니다. ‘허리디스크 수술 받을 사람은 전체 환자군의 20%도 채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있다.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디스크를 맹장염처럼 무조건 수술해야 되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기기가 등장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 80%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감기에 비유했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14일, 안 먹으면 2주 만에 치료가 된다’라는 말처럼 허리디스크도 자연 치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우리 몸에서 소염물질이 나온다. 손에 염증이 생기면 아프다가 다시 좋아지는 것과 똑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스스로 치유하도록 내버려두기엔 통증이 심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만 스테로이드 주사를 장기간 맞으면 몸에 해로울 수 있다. 약물치료를 오래 받아도 차도가 없다면 수술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모두 고민할 것을 권한다. 가령 65세 이상이라면 정도의 차이일 뿐 디스크 증상을 누구나 갖고 있다. 70세 이상이거나 특별히 신체활동량이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로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수술 후 회복기간이 한 달 이상이어서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들은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통증도 고려해야 한다.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로 적절히 통증이 관리되는 사람이라면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 아무리 수술 기술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간혹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다 신경을 건드릴 우려도 있다.
○ 다리에 힘이 빠진다면 ‘수술 필요’
전문가들은 수술을 결심하기 전에 단계별로 먼저 치료법을 체험해볼 것을 권한다. 통증 정도, 단계별로 쓸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시도해 보라는 얘기다. 물리치료→약물치료→통증치료의 순서가 적절하다. 이 모든 것을 해 봤는데도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수술을 받는 게 좋다.
수술을 빨리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척추관이 태어날 때부터 좁은 환자(협착증이 심한 환자)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아도 재발되기 때문에 수술을 받는 게 좋다. 또 발가락과 발목이 잘 움직이지 않거나 다리 근육이 매우 약해져 운동신경이 많이 둔해진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발가락까지 영향이 갔다는 것은 허리디스크가 매우 중증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통증이 너무 심해 움직일 수 없는 경우 △디스크가 아주 많이 튀어나온 경우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8주 이상 했는데도 차도가 없는 경우에도 수술을 고려해볼 만하다.
○ 의사 3명 이상에게 꼭 물어보라
구성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학회에서 허리디스크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이 환자에게 어떤 처방과 결정을 내리겠느냐’고 물어보면 의견이 갈린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모두 공감하는 치료 방법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많다는 뜻이다. 의사마다 환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수술 전에는 여러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게 좋다. 김기정 분당서울대병원 척추센터 교수는 “제일 유명하다는 의사한테 찾아가 진단을 받아 보겠다는 식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최소한 3, 4명으로부터 의견을 들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술을 받으면 몸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버려야 한다. 환자들 중 상당수는 “수술을 받았는데도 통증이 남아 있다. 수술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이는 허리디스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구 교수는 “허리뼈는 다섯 마디다. 한 마디만 나쁘면 그 부분만 해결하면 된다. 이런 경우 수술을 권한다. 그러나 퇴행성 때문에 전체가 다 아픈 경우라면 한 부분을 수술한다고 해서 통증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환자들은 지금 상태보다 좀 더 편해질 것이란 수준으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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