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기침을 하면 으레 감기라고 생각하는데, 겨울이면 감기와 감별해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연하장애다. 연하장애는 65세 이상 10명 중 2명에게 있을 정도로 흔한 노년병이다. 연하장애는 음식물을 온전히 식도로 넘기지 못해 기도나 폐로 들어가는 위험한 질환이다. 연하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 ▲ 코의 구조
식사 중·후 기침 잦고 호흡 가쁘면 연하장애
사람은 입을 통해 숨을 들이마시고 또 음식을 섭취한다. 평소 숨을 쉴 때 기도는 열려 있고 식도는 닫혀 있지만 음식을 먹을 때는 그 반대다. 기도에 음식물이 들어가지 않게 후두덮개가 덮이면서 식도가 열린다. 뇌신경과 근육이 이런 일을 알아서 처리해 준다.
그러나 뇌졸중·치매·파킨슨씨병·위식도역류질환 등이 있거나 노화로 인해 뇌신경과 근육이 약해지면 이런 일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연하장애가 생긴다. 후두덮개가 닫히기도 전에 기도로 음식물이 들어가 버리는 것이 연하장애다. 연하장애가 있으면 사레가 걸린 듯 식사 중이나 식사 후 기침을 자주 한다. 또 식사 후 호흡이 가쁘거나 쉰 목소리가 난다. 물과 같이 빨리 목을 통과하는 음식물일수록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난다.
기침을 자주 해서 감기와 헷갈리기도 하지만, 평소 연하장애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고열이 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감기로 오해하기 딱 좋다. 이런 무증상 연하장애 환자는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서 열이 나는 것인데도, 감기로 알고 약만 먹고 지내다가 병을 더 키운다. 김덕용 교수는 “실제 뒤늦게 고열이 계속돼 병원을 찾은 고령의 폐렴 환자 중에는 연하장애로 인한 흡입성폐렴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도 막거나 폐렴 유발하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연하장애로 음식물이 기도를 막거나 폐까지 내려오면, 숨길이 막혀 호흡곤란이 오거나 흡입성폐렴을 초래할 수 있다. 폐렴은 고령자의 주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이므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시작한다.
연하장애가 의심되면 비디오투시검사를 받아보자. 조영제를 넣은 물·달걀찜 같은 음식물을 먹는 검사인데, 방사선으로 입에서 식도까지 음식물을 삼키는 모든 과정을 투시해서 이상한 점을 찾는다. 삼키는 데 관여하는 특정 근육에 문제가 있는지, 혀에 음식물이 닿았을 때 구강·인두·식도의 여러 근육이 반응하는 연하반사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찾을 수 있다. 김덕용 교수는 “노화로 인한 연하장애는 연하반사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치료와 함께 식습관 교정도 필수
연하장애가 있으면 치료를 하면서 식습관 교정을 같이 한다. 음식을 먹을 때 턱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식습관을 교정하면 기도가 좁아져서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 또 음식을 다 삼키고 난 뒤 음식을 입에 넣도록, 음식물 섭취 요령을 바꾼다. 음식은 소량씩 자주 먹는다. 액상 음식이 사레 걸리기 더 쉽기 때문에, 음식을 걸쭉하게 만들어 먹거나 물을 먹을 때 점도증진제를 타서 먹기도 한다.
약해진 근육 탓이면 음식물 섭취 요령 훈련
연하장애의 치료법은 병의 원인과 치료 반응에 따라 다르다. 연하반사가 원인이면 차가운 물이나 얼음에 면봉을 적셔서 목젖 양옆을 자극하거나 목 주변에 패치를 붙여 전기자극을 주는 치료를 한다. 이렇게 하면 연하반사가 촉진된다.
근육이 약해져서 생긴 연하장애는 비디오투시검사를 하면서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는 동작을 익히는 작업치료를 한다. 누운 상태에서 발가락이 보일 때까지 고개를 드는 구강근육운동이나 발성훈련도 삼키는 데 관여하는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모든 치료에도 연하장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배에 구멍을 뚫어 위로 관을 삽입하는 시술을 한다. 이렇게 되면 입 대신 배에 꽂아 놓은 관으로만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 취재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kkw@chosun.com
사진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일러스트 조영주
도움말 김덕용(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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