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보는 순간 "우와!", 사람의 눈을 뛰어넘는 '절대 화질'.

오완선 2013. 2. 5. 07:38

입력 : 2013.02.04 14:08

[리뷰] 소니 RX1
칼자이즈 렌즈와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 채용 "카메라를 대는 곳이 화보"
디자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니 스타일… 소니 마니아만 좋아할 듯

소니 RX1/정택민 기자 xa1122@chosun.com

렌즈 일체형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소니 RX1을 설명하기 위해 미사여구를 동원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저 다섯 개의 단어만으로도 카메라 마니아의 혼을 쏙 빼놓기 충분하다. 셔터박스가 없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같은 형태에 렌즈가 일체형일 뿐 크기도 비슷하다. 그런데 이미지 센서를 35mm 풀프레임 Exmor CMOS 센서를 썼다. 이는 자사 플레그쉽 DSLR 카메라 ‘알파900’에 탑재되는 것과 같다. 니콘 D4나 캐논 마크3와도 같은 크기다. 몸집은 분명 소형차와 같은데 심장은 포르쉐나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급이다.

다른 카메라 회사라고 왜 이런 생각을 못 했겠는가. 다만 소니가 먼저 만들었을 뿐이다. 콜럼버스 이전에도 여행가는 많았지만, 미 대륙을 처음 발견했다는 이유로 수백 년이 흐른 지금껏 기억되듯이 '처음'은 대체 불가능한 마력이 있다.

소니 RX1. 렌즈 상부에 35mm 풀프레임 표시가 선명하다./정택민 xa1122@chosun.com

RX1이 지향하는 지점은 소니 RX100과 같다. 남들보다 좋은 렌즈와 이미지센서로 동급 최고의 화질을 뿜어내는 RX100은 각종 매체와 전문가로부터 2012년 최고의 콤팩트 카메라로 꼽히며 인기를 끌었다. RX1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진 마니아의 끝없는 욕구를 자극한다.

◇가지고 싶은 이름 '칼짜이즈'

35mm 화각에 조리개값 F2를 가지는 칼짜이즈(Carl Zeiss) 렌즈와 풀프레임 센서가 만나면 못할 것이 없다. 풍경, 인물, 접사, 야경 등 전천후다. APS-C 센서를 쓰는 크롭 바디와는 화각의 차원이 다르다. 예를 들어 1.5대 1짜리 APS-C 센서를 채용한 DSLR 카메라에 18-55mm 번들 렌즈를 쓰면 18X1.5=27mm가 나온다. 풀프레임 사이즈로 계산하면 화각이 갑자기 좁아지는 것이다.

2430만 화소, 최대조리개 F2 칼자이즈 렌즈가 만들어 내는 화질은 최고란 찬사가 아깝지 않다./안병수 기자 absdizzo@chosun.com

T* 코팅을 적용한 칼짜이즈 렌즈는 이름만으로 무한 신뢰를 준다. 고급세단은 벤츠, 스포츠카는 포르쉐 처럼 무언가를 대변하는 이름들이 있는데 칼짜이즈 T* 코팅이 바로 그렇다. T는 '타르눙(Tarnung)'의 약자이며 '눈속임' 혹은 위장을 의미한다. 이 기술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면 "눈에 명확히 띄는 반사를 제거하고 렌즈로부터의 빛의 확산을 놀랍도록 억제한다. 또 색채도가 높은 화사하고 원근감이 탁월한 영상을 만든다"고 되어 있다.

정말 이 렌즈와 풀프레임의 조화는 '찍어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극한의 화질을 보여준다. 흩날리는 작은 눈 송이 하나하나는 물론이고 수 킬로미터 밖에 있는 집의 형태까지 고스란히 담아낸다.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군사위성이 찍었다 해도 믿을 정도다.

앞서 설명에도 있지만, 이 렌즈의 진짜 매력은 발색과 원근감이다. 테스트를 위해 눈꽃이 새하얗게 내려앉은 방장상 정상을 찾았다. 능선을 따라 끝도 없이 핀 상고대(樹霜)는 두 눈으로 담기에 벅찬 감동을 준다. 그대로 담아다가 집안 어딘가 두고 싶은 겨울산의 백미(白眉)다. 반면 온통 하얀색에 빛 반사도 심해 사진을 찍어보면 눈으로 본 것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RX1으로 찍은 상고대는 눈으로 보고 머리로 기억한 것 보다 더 선명하고 생생하다. 능선 저 끝에 핀 눈꽃마저 놓치는 법이 없다. 파랗고 하얀 세상을 몇 겹을 칠한 듯 진하고 화사하게 피어낸다. 겨울산은 해가 좋은 날 사진 찍기가 더 어렵다지만 렌즈와 센서의 조합으로 탄생한 강력한 무력은 해발 800미터의 세상을 더 생생하게 담아냈다.

◇고성능에 어울리는 다양한 편의 기능, 제값 못하는 UI

찰나의 예술인 사진은 빠르게 피사체를 잡아 정확히 찍어야 한다. 프레스용 카메라가 고성능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X1은 프레스용까지는 아니어도 스냅 촬영에 최적화한 빠른 AF와 정확한 측광을 지원한다.

AF-S외에 DMF와 MF를 지원해 더 빠르고 정밀하게 초점을 잡을 수 있다. 특히 DMF나 MF를 사용할 때 초점링을 조작하면 자동으로 클로즈업 되면서 초점을 잘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 화면으로 확인하면서 촬영할 수 있다.

고급 사용자를 위한 카메라답게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조작할 수 있으며 노출 다이얼이 별도로 있다. 과거 RF 카메라의 디자인을 본 딴 이 같은 디자인은 최근 후지필름 X 시리즈, 올림푸스 OM-D 등 프리미엄 카메라에 많이 적용된 방식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ISO역시 빠르게 변경할 수 있다. 셔터 버튼 옆에 C 버튼을 눌러 다이얼을 조작하면 되는데 50부터 시작해 64, 80, 100, 125 등 세밀한 조작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소니가 넥스(NEX) 시리즈를 출시할 때부터 지적 받아온 2% 부족한 UI는 여전하다. 작은 몸체에 버튼 수를 줄이면서 많은 기능을 담으려다 보니 아주 필수적인 기능 외에는 FN 버튼 하나에 통합해 버렸다. 특정 타깃만을 겨냥한 제품이라곤 해도 320만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다. 그냥 RX100의 크기를 키우고 렌즈와 이미지 센서만 바꾼 느낌이다.

카메라 전면에 깔끔하게 음각으로 새겨진 RX1과 SONY의 이름은 마니아가 아니면 큰 감동을 주기 어렵다. 소니 홍보 담당자로부터 매장에서 초기에 판매한 100대가 1시간만에 매진 됐다는 말을 들었다. 늘 꿈꿔온 모든 것을 담은 RX1이 소니 마니아에게는 분명 커다란 선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팬을 확보하려면 소니의 DNA만 고집해서는 안될 일이다.

칼 자이즈가 포르쉐와 협력해 콘탁스(Contax)를 만들었듯 다음에는 "바꿨지만, 바꾸지 않은(change it, but do not change it)" 디자인을 기대해 본다.

구매지수 : 80점
Good : 눈을 의심케 하는 화질
Bad : 돈을 아깝게 만드는 UI와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