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동쪽 자락의 왕산(王山․923m)은 ‘천리행룡 일석지지(千里行龍 一席之地)’로 대표된다. ‘용이 천리를 흘러가다가 마침내 명당 한 자리를 만든다’는 말이다. 용은 풍수적으로 산을 가리킨다. 백두대간의 마지막 기운이 천왕봉에서 왕산으로 뻗어 있는 것이다.
붓 같이 오뚝 솟았다고 해서 필봉산이라 이름 붙여진 필봉산이 저만치 보인다.
왕산 정상 이정표. 여기서 필봉산까지는 불과 2킬로가 채 안된다.
실제로 백두대간 지도를 가만히 놓고 보면 지리산 정상 천왕봉의 기운이 뻗어나간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의보감촌에 그 기운이 집결된 것이다. 왕산과 필봉산과의 거리는 불과 1㎞ 남짓밖에 안된다. 왕산과 필봉산이 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리는 동의보감촌을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필봉산에서 천왕봉을 바라봤다. 안개가 짙게 내려 어렴풋이 보인다.
왕산의 옛 이름은 태왕산이다. 가락국의 궁궐 이름도 태왕궁이었다.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이 말년에 이곳에서 휴양했다고 가락국 양왕 신도비에 새겨져 있다. 이런 연유로 볼 때 왕산은 가락국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자락에 가락국의 마지막 왕의 능인 구형왕릉이 있다. 인근 필봉산(筆峰산․848m)은 정상 봉우리가 우뚝 솟아 생긴 모양이 꼭 붓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삼각형 모양의 문필봉이 바라보이는 동네에서 교수․고시합격자 등 인물이 많이 배출됐다고 전한다.
우뚝 솟은 필봉산은 다른 봉우리와 달리 악산의 모습을 보인다. 솟은 모양이 여성의 가슴을 닮았다고 해서 유두봉이라고도 한다.
가파른 바위로 이뤄진 산 정상부의 모양이 여성의 가슴을 닮았다고 해서 유두봉이라고도 한다. 이 외에도 왕산과 필봉산 주변에 의외로 가락국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왕산과 지리산을 연결하는 깃대봉은 가락국을 상징하는 깃대를 꼽은 봉우리란 의미이며, 왕등재는 가락국의 왕이 올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주변엔 아직 가락국의 토성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 국골은 나라가 있었던 골짜리란 뜻으로, 곡식을 보관했다는 두지터와 얼음터 등의 지명도 아직 전한다.
필봉산 정상에서 동의보감촌이 그대로 내려다 보인다.
왕산과 필봉산 자락을 끼고 도는 동의보감둘레길은 동의보감촌 중에서도 가장 기가 센 곳으로 알려진 귀감석과 석경에서 출발하면 된다. 기를 듬뿍 받아 출발해서 왕산과 필봉산 정상을 밟고 원점회귀 하는데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왕산 필봉산 등산 안내도
동의보감촌에서 출발해서 동의보감둘레길을 4분의1쯤 돌아 왕산 능선 위로 올라서면 제법 사방 조망이 트인다. 저 멀리 왕등재와 그 뒤로 지리산 정상 천왕봉이 보인다. 지리산, 아니 백두대간의 기운이 느껴진다. 바로 옆에는 필봉산이 마치 붓과 같이 우뚝 솟아 있다. 그 쪽으로 바로 방향을 잡아 발걸음을 옮겼다. 이정표는 1.15㎞를 가리킨다.
왕산과 필봉산을 잇는 고갯길인 여우재.
<한국지명유래집>에는 필봉산에 대해서 ‘조선시대 산청의 관찬지리지와 군현지도에는 필봉산에 관한 기록이 없다. 필봉이라는 산 이름은 붓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풍수적인 형국명과 관련되어 있는 이름이다. 조선시대에는 (문)필봉이 있으면 과거급제자나 문사(文士)가 많이 난다고 하여 귀하게 여겼다. <산청군지>에는 필봉산은 현 서쪽 10리에 있다. 지리산에서부터 맥이 와서 왕산이 되었고, 주맥은 뾰쪽한 봉우리가 붓과 같다는 기록이 있다’고 돼 있다. 그 필봉산을 향해서 간다.
필봉산에서의 하산길은 특히 산림이 우거지고 숲이 음습해 미끄럽다.
다시 내리막길이다. 중간에 여우재를 거친다. 약 200m 내려갔다 다시 오르막길이다. 숨이 찬다. 왕산과는 달리 필봉산은 악산의 모습이다. 정말 지리산의 마지막 기운이 뭉쳐져서 그럴까? 올라갈수록 바위가 많아진다. 필봉산 정상도 전형적인 악산이다.
동의보감촌에 거의 다다르면 동의보감둘레길과 접속하게 된다. 잘 조성돼 있다.
필봉산 정상에서 사방을 살펴본다.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의 모습을 바라본다. 지리산에서 내려 뻗은 기운이 왕산과 필봉산을 거쳐 엑스포 주 행사장으로 가는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 기운이 귀감석으로 향한다. 마치 기운을 조금이라도 느껴 보려고 폐부가 짜릿해지도록 숨을 깊게 들이켜 본다. 뾰쪽한 필봉산에서 동의보감촌으로 하산하는 등산로는 제법 가파르다. 엉덩방아를 몇 번이나 찧을 수 있다. 그렇게 동의보감촌으로 돌아가면 총 4시간 남짓 걸린다.
필봉산 정상 이정표.
왕산 올라가는 등산로는 숲이 우거져 여름에도 햇빛을 드리워준다.
동의보감촌에 있는 대형 거북상 뒤쪽으로 필봉산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왕산이 구름에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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