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야기. 육회
얇게 저민 쇠고기에 시원한 배를 채 썰어 넣고, 양념에 버무려 먹는 음식. 육회는 뷔페에 가면 제일 먼저 손이 가는 음식이고 가장 먼저 동이 나는 메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사먹자니 가격도 비싸고 제대로 하는 곳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 비록 갓 잡은 쇠고기를 정육해서 만든 최고품질은 아닐지라도 기본적으로 ‘육회’라는 음식이 갖는 가치에 이끌려 접시마다 한자리 내어주게 된다. 그만큼 육회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고급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 육회에는 소주가 딱!
주변국에서는 육회가 발달하지 않았을까? 한국과 중국의 음식문화를 놓고 보면 많은 부분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육회만큼은 유독 한국에서만 꾸준히 발달했다고 보여진다. <논어 論語>에는 공자가 짐승과 물고기 회를 즐겼다 하고, 원나라 초기 문헌인 <거가필용 居家必用>에는 양육회방이라 하여 ‘양의 간이나 천엽을 날로 가늘게 썰어 생강을 넣고 초에 담가서 먹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반면, <어우야담(於于野談>에는 ‘임진왜란 때 중국 군사 10만 명이 오랫동안 우리나라에 주둔했는데, 조선사람들이 육회를 잘 먹는 것을 보고 더럽다고 침을 뱉었다’는 이야기가 기록돼있다. 어느 순간부터 육회를 먹는 문화가 단절된 것이다.
반면 한반도의 육회는 조선시대에 들어서며 궁중에서도 즐기는 별미가 됐다. 궁중의궤서인 <진찬의궤 進饌儀軌>에는 육회의 일종인 갑회가 등장한다. 갑회는 고기·양·천엽·간·콩팥·전복·생합 등을 잘게 썰어 참기름·간장·후춧가루·파·마늘·깨소금으로 만든 양념장에 찍어 먹는 요리다.
육회의 장점은 재료 본연의 맛을 변형되지 않은 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익혔을 때 다소 질겨지는 쇠고기를 회로 먹으면 아이스크림 녹듯 입에서 녹아 없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음미할수록 진하게 풍기는 고소하고 향긋한 육향은 여느 육류요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불에 익히지 않기 때문에 영양분이 파괴될 염려도 없어 위생관리만 철저히 한다면 원기회복에 좋은 보양식이다.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