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성경시대 9.

오완선 2013. 12. 24. 19:37

성경시대

 

돈 잘 벌고 섹스도 잘하는 남자는 얼마나 좋을까? 남자는 성관계도 일로 생각해 발기가 안 되면 수치심을 느낀다. 아내를 위해 철저하게 희생, 봉사해서 아내를 확실히 보내야만 하는 퍼포먼스로도 생각한다. 흐트러진 머리에 땀범벅이 돼 널브러진 아내를 내려다보며 해냈다는 성취감을 맛봐야만 흐뭇하다.

 

그런데 떡국을 먹으면 먹을수록 뒷걸음치는 남자와는 반대로 뒤늦게야 참맛을 알게 된 아내가 문제다. 어떻게든 안 하려고 이 핑계 저 핑계 둘러대던 공급자가 느닷없이 적극적 수요자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속살 비치는 잠옷을 걸치고 어슬렁거리는 아내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중년 남자들이 밤일에 자신감을 잃어 가는 이유는 성적 매력도 없는 아내 주제에 갖는 지나친 기대심리도 한몫하지만,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아내를 보고 발기가 되려면 치매 수준이 돼야 한다는 데 있다. 아내는 여자이면서도 여자가 아니고, 여자로 살지도 않으면서 여자로 봐 달라고 앙탈한다. 밥만 먹고 사느냐고 짜증을 내는 아내에게 ‘뭐가 예뻐서 잠자리를 하느냐’는 식으로 대꾸하다 새로운 자극을 찾아 길 떠나기도 한다.

 

여자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면 남자는 칭찬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칭찬을 하면 죽었던 성기도 살아나지만 핀잔을 받으면 꼬물꼬물하던 똘똘이도 고개를 팍 숙여버린다. 이럴 때 아내들 반응이 흥미롭다. ‘난 그냥 당신만 옆에 있으면 돼’라며 태연하게 대처하는 위로형 아내, ‘피곤해서 그럴 거야. 쉬면 괜찮을 거야. 보약이나 좀 해줄까?’라며 기대를 버리지 않는 미래 지향형 아내, ‘내 팔자가 그렇지 뭐’라고 투덜대는 푸념형 아내, ‘이놈의 새끼들, 저리 가’라고 애먼 애들만 잡는 신경질형 아내, ‘병원에 한번 같이 가 보자’라고 고쳐서 써먹어 보려는 적극형 아내, ‘내 친구 남편은 밤마다 끝내준대’라며 잔인한 잣대를 들이대는 비교형 아내, 크렘린처럼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안 하는 묵묵부답형 아내가 있다. 남편이 발기부전인 아내를 조사한 결과 19.5%가 좌절감을, 15.5%가 무력감을 느꼈고 14.5%가 자기가 매력적이지 않은가 걱정을 했다. 이 외에 남편이 염려스럽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아내가 어떤 반응을 보인다 해도 남편 마음은 편치 않다.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라고 말하는 변명형 남편, ‘이럴 리가 없는데’라며 안절부절못하는 남편, ‘여자가 그렇게 가꾸질 않으니 될 일도 안 된다’는 적반하장형 남편, ‘여자가 어지간히 밝히네, 지금 나이가 몇이야?’라는 철면피형 남편도 있다.

 

남편의 성기가 심통을 부릴 때 민망해하는 남편을 격려하는 아내가 최고의 아내일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투수인 론 기드리(Ron Guidry)는 마이너리그로 방출돼 야구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당신은 분명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 텐데 그 사실을 모르게 될까 봐 마음이 아파요’라는 재치 있는 아내의 말에 자신을 얻어 다시 야구를 시작해 미국 야구 사상 최다승 투수가 됐다고 한다. 남편이 또다시 죽 쑤는 날에도 아내의 입으로 죽였다 살렸다 할 수 있다. 묘약은 오직 두 개, 무너진 남편에게 “You can do it!”을 외쳐대며 오럴로 쌈빡하게 끝내야 하지 않을까?

 

성경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3.10.21기사입력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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