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봄바람을 타고 온다. 봄바람이 나는 것은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봄에는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 분비가 늘어나 바깥으로 나가고 싶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봄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도 늘어날 뿐더러 남성의 정자 수가 가장 많아지는 시기다. 여성의 배란도 촉진되기 때문에 느닷없는 임신율이 가장 높은 시절이기도 하다. 햇빛이 많아지면 잠을 푹 자게 하는 멜라토닌 생산이 적어져 잠을 덜 자게 되고 기운도 세지고 기분은 좋아지고 성욕 또한 강해진다.
그래서 봄이 되면 사람들은 뭔가를 새로 시작하고, 또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할 일이 없어 방바닥만 긁고 있어 우울했던 중년 여성도 봄이 되면 립스틱 짙게 바르고 나가고 싶다. 흐드러지게 핀 꽃이 세상천지를 다 뒤덮는다고 핑계를 대며 꽃처럼 치장하고 나가지만 딱히 갈 데가 없다. 그때 생각나는 것이 춤이다.
요즘 낮에만 영업하는 콜라텍이 인기짱이다. 미친 듯 춤추다가 남편 퇴근 전까지 집에 들어가 맛난 저녁식사 준비하면 완전범죄가 성립된다. 하이힐에 짧은 치마 챙겨 입고 나서 별로 비싸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콜라텍에 들어서면 마치 딴 나라에 온 것 같은 별천지의 세상이다. 입구에서부터 귀를 찢을 듯이 울리는 신나는 뽕짝과 블루스음악이 번갈아 흘러나오면 저절로 흥분이 된다. 홀 안에는 ‘도살장’이라고 불리는 불빛이 아예 없는 가장 구석진 곳이 있는데, 몸을 서로 비비며 이상한 몸부림을 치는 남녀들이 자리다툼을 한다.
정비석은 ‘자유부인’을 써서 춤바람 탈선을 비판했지만 이는 오히려 춤바람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 춤을 즐기는 사람들이 바람날 확률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춤바람으로 인한 외도와 불륜은 순식간에 불이 붙기 때문에 정신 못 차리고 홀딱 넘어간다. 낯선 남녀가 손을 잡고 발로 밀고 당기며 살과 살이 스치는데 묘한 기분에 후끈 달아오른다. 이때 제비는 슬쩍슬쩍 윗동네, 아랫동네를 번갈아 가며 밀착하고 가끔 바지 주머니 속 탁구공까지 굴려주는데 여자는 남자가 자기 때문에 발기가 된 줄 알고 정신이 혼미해지며 황홀해한다. 돈 많은 사업가에 마음씨도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지극정성으로 대하니 집에 있는 남편과 비교되는 건 당연지사다.
아내가 갑자기 멋을 부리거나 예뻐지고 살을 빼기 시작하면 일단 긴장해야 한다. 남편보다는 밖에 있는 남자에게 뽑히려고 하는 짓일지도 모른다. 휴대폰을 끼고 살면서 전화가 오면 나가서 받는데, 막상 남편에게 걸려 온 전화는 잘 받지 않는다. 잠자리를 거부하거나 하더라도 귀찮아하면서 빨리 끝내기만 바란다면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도 다시 봐야 한다.
예전에는 춤바람이 매스컴에 심심찮게 오르내렸는데 최근에는 댄스스포츠라고 해서 스포츠 요소가 가미된 사교댄스로 변화하면서 각종 댄스동호회도 많이 생겼다. 댄스스포츠는 기존의 사교댄스와는 달리 많은 운동량과 고도의 수련을 필요로 하는 데다 큰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훌륭한 레크리에이션이다.
그렇지만 그 또한 남녀가 스킨십을 하면서 어우러지는 것이라 지극히 건전하기가 어렵다. 울고 싶은 아내에게 뺨 때려준 격이 될 수도 있다. 우울해하는 아내를 위해, 밖으로 자꾸 나가고 싶어 하는 아내를 위해, 부부가 살 맞대며 친해질 수 있는 스포츠댄스로 같이 춤바람 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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