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성경시대 34.

오완선 2013. 12. 24. 20:19

사별하거나 이혼을 하거나, 홀로된 노인들은 외롭다. 할 일도 딱히 없는 데다 아무도 말 걸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입에서 냄새나기 딱 좋다. 새끼들 키워놓으니 혼자 알아서 큰 것처럼,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에 죽고 싶은 생각도 가끔 들지만 눈 동그랗게 뜨고 다니다 보면 늘그막에도 봄날이 오기도 한다.

그러나 노인들의 사랑 놀음은 생각보다 살벌하다. 워낙 성질 급한 남자들이 이미 산에 가서 누워 계시니, 넘쳐나는 여자들이 살아 있는 몇 남자를 나눠 가지려다 이리저리 머리끄덩이를 잡아채는 전쟁은 피할 수가 없다. 게다가 남성 노인들도 나이 어린 여자를 원하기 때문에 47%의 여성 노인은 너무 늦었다고 자책한다. 그래서 보통 오라버니들은 삼각관계지만, 양복 입고 점잖은 오빠는 맘만 먹으면 문어발에 의자왕까지 될 수 있다.

늦깎이 재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여생도 짧지 않은데 효자가 악처만 못한 만큼 자식이 채워줄 수 없는 외로움에 떨고, 자식들에게 부양 책임을 지우거나 자식들 눈치 보기 싫고, 아니면 며느리 시집살이가 괴롭거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조사 결과 사별했거나 이혼한 남성 노인 5명 중 1명, 여성 노인은 10명 중 1명꼴로 이성교제를 하고 있고, 10명 중 6명은 재혼까지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들은 이성교제를 하다가 스킨십까지 진도가 나가면 집으로 데려와 같이 살고 싶어 한다. 물론 단순히 밥해주는 여자를 찾는다기보다는 뜨거운 사랑까지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다 늦게 팔자 고친답시고 남자 뒷수발이나 해 주고 싶은 마음은 코딱지만큼도 없다. 그저 맛있는 거 얻어먹고 경치 좋은 데 구경 다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여기서 각자의 계산이 달라진다.

가까스로 두 마음이 한마음이 됐다 하더라도 처녀 총각이 아닌 이들의 두 번째 결혼은 만만치 않다. 물론 남자가 가진 게 쥐뿔도 없을 때는 자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쉽게 결혼에 골인할 수 있다. 홀아비로 늙어 가는 아버지를 거둬줄 여자가 나타났으니 쌍수 들어 환영할 테지만 여자가 돈 없는 개털인 남자에게 눈멀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잘 생기지 않는다. 돈이 있어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나이 들어서 주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과 재혼 말 꺼내기가 무섭게 달궈진 솥단지에 뛰어든 메뚜기처럼 팔딱팔딱 뛰며 기를 쓰고 말리는 자식들이 제일 무섭다. 여자도 그렇다. 꽃뱀 취급하는 남자 쪽 자녀들과의 갈등, 부모 대접 제대로 받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어렵게 찾은 행복을 놓치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당당하게 이성교제를 즐기고 재혼을 결심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결혼이 여의치 않으면 마음의 생채기만 낸 채 헤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얼마짜리 통장을 주거나 아파트 명의이전을 해 준다는 약조를 하고 동거를 하는 추세다.

뒤늦게 만났으니 눈꼴시게 살아야 할 터. 서로 등 긁어 주며 살비듬 날릴 망정, 처량하게 효자손에 의지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며 아플 때 물 한 그릇 떠주는 잔소리쟁이라도 있는 게 좋을 것이다. 오랫동안 굶주렸던 사랑 놀음에 궁상스러운 얼굴은 복사꽃이 피고 넉넉한 몸매에도 교태가 철철 넘친다. 양지 바른 마루 끝에 앉아 체머리를 흔들어도 혼자보다는 둘이 흔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3.04.08기사입력 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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