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 높으신 분이 스무 살이나 어린 여자에게 오른쪽 발 세 번째 발가락에 키스하고 싶고, 주인과 노예 역할을 맡는 변태 DS(domination submission)관계를 맺자고 문자메시지를 날렸다가 발끈한 여자 때문에 탄로가 나서 망신살이 뻗쳤다. 얼마나 좋았으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을까? 우리는 흔히 성적으로 가장 민감한 곳을 남성은 귀두 끝이고, 여성은 클리토리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여자는 그렇지 않다. 남성의 성감대가 집중형인 데 비해 여성은 분산형이라 온몸에 애무가 필요하다. 단조롭고 단도직입적인 잠자리를 탈피하고 온밤을 뜨겁게 달궈 줄 장작은 바로 말초신경이 모여 있는 발에 있다. 발바닥 전체를 리드미컬하게 꼭꼭 눌러주거나 문지르고 비벼주면 혈액순환도 잘되면서 긴장이 풀어져 쉽게 달아오른다. 특히 발의 성감대는 엄지와 둘째 발가락 사이에서부터 발바닥의 움푹 패인 장심과 안쪽 복사뼈를 연결하는 선 위에 분포돼 있어 이 선을 따라 쓰다듬어 주거나 발가락 사이를 빨고 핥거나 살짝 깨물거나 부드러운 숨결을 내뱉으면 여성은 애액에 흠뻑 젖을 정도로 흥분한다. 여성은 절정의 쾌감을 느끼면 발 전체를 일직선으로 쭉 뻗기도 하고 엄지발가락이 위아래로 요동치거나 다른 네 발가락을 엄지발가락과 다른 방향으로 새우 모양처럼 구부리게 돼 남자가 알아차리기 쉽다. 이때 남자는 여자의 꼼지락거리는 발과 발가락들이 매혹적이라 느끼면서 강한 성욕을 갖게 된다. 예전에 상사병(相思病)에 걸린 총각에게는 사모하는 규수의 버선을 태운 재가 유일한 약이었다. 발을 감싸는 버선을 신는다는 것은 곧 섹스를 의미했다. 예로부터 남성들은 여성의 발 사이즈가 질 크기와 비례한다는 속설 때문에 작은 발을 가진 여성을 선호했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여자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헝겊으로 발을 칭칭 동여매 어른이 돼도 발 길이가 10㎝를 넘지 않는 전족 풍습이 있었다. 양귀비는 손바닥에 올려놓을 정도로 발이 작았다고 한다. 전족의 에로티시즘은 중국 고소설 금병매에도 나타나는데, 발가락에 입 맞추고 빨고 깨물며 그 잔여물을 삼키거나 하는 등의 애무가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우리나라 외씨버선도 좁은 볼로 발을 옥죄어 작고 예쁜 발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발이 가진 성적 이미지를 인용해 만든 동화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다.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일본 전통음식점에서 신발 벗는 문제를 외교관의 협의사항으로 했던 것도 큰 발을 내보이기 싫어서였다고 한다. 아무리 성의껏 애무하는 남편도 얼굴부터 시작해서 가슴을 지나 마지막에 머무르는 곳은 도드라진 언덕 밑에 움푹한 곳이다. 그 아랫동네 사는 발이나 발가락은 늘 찬밥이다. 남편 입장에서 보면 더럽고 냄새나는 곳에 엎드려야 하니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으나 진정한 고수들은 발을 잘 공략한다. 남편이 큰맘 먹고 발까지 입술을 옮기는 망극한 성은을 베푼다 한들 아내는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맘 편하게 발을 맡길 수가 없다. 보들보들한 발을 살포시 내밀어야 하는데 실상 나이 들면서 쩍쩍 갈라진 뒤꿈치 굳은살에다 허옇게 일어난 각질은 기본에 발가락 사이사이의 무좀까지. 발을 내맡기고 호사를 누리기는커녕 있는 대로 힘을 줘 끌어당긴다. 늘 남편 시중들고 대접만 하다가 대접받는 재미는 꽤 쏠쏠할 터다. 지배하고 복종하는 주인과 노예 놀이도 한번쯤 해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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